수면무호흡증 치료가 필요한 잠재 환자들 양압기 부적응에 대한 대안이 필요

[사진=수면과건강 바이오슬립센터 원장 황청풍]
[사진=수면과건강 바이오슬립센터 원장 황청풍]

이른 아침 출근 준비로 바쁜 와중에 다급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119가 아파트로 들어왔다.  무심하게 창밖을 내다보는데 광경이 심상치 않았다. 젊은 여성이 울고 불고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딸아이 친구 엄마였다. 하안 천에 덮여 들것에 누워 있는 사람은 딸 아이 친구 아빠였다. 10살 남짓 된 어린 딸들을 두고 그렇게 황망하게 떠났다. 

평소 지병도 없었다. 운동도 많이 하고 워낙 건강 관리를 잘 하기에 믿어 지지 않았다. 나와도 가끔 술도 한잔하고 지내는 관계였다. 맥주 한잔으로 끝까지 버틸 정도로 자제력도 좋았다. 다만 평소 코골이가 심해서 혼자 잤다. “형님 저도 코골이 장치 하나 만들어주세요. 저희도 부부가 함께 자고 싶어요” “수면 검사 하고 처방 받아오면 만들어 줄께” 그 말 한지가 불과 한 두달 전이었다.  

누구도 그 친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지금도 사람 좋게 웃던 얼굴이 떠오른다. 더욱 마음 아픈 것은 아빠의 마지막 얼굴을 어린 딸들에게 보여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얼굴로 시신이 되었기 때문이다. 살려고, 숨을 쉬려고 얼마나 몸부림을 쳤을 지 그 고통과 두려움을 짐작할 수도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이 일을 계기로 병원에서 꼭 처방을 받지 않아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의료기기로 등록하기로 하였다. 의료기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건강보험이 될 줄 알았다. 우여곡절 끝에 임상시험도 마치고 안전성과 유효성이 인정되어 신개발 의료기기로 등록을 하였다. 이름도 생명 지킴이 바이오가드로 지었다. 그런데 10년도 넘은 지금까지 아직 건강 보험 적용이 안 되고 있다. 

잠을 자다가 죽은 사람은 대부분 혼자 자는 사람이다. 가족과 함께 살아도 코골이 때문에 각방을 쓰는 경우가 많다. 자는 동안 숨을 거둔 사람을 지켜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숨을 들이 쉬기 위해 몸부림을 쳤을 것이고 같이 있었다면 당연히 흔들어 깨웠을 테니까. 어쩌면 목숨 하나 살린 셈일 수도 있다. 

수면 중에 급사를 하면 사망 원인을 밝혀야 한다. 대부분 심장마비, 심근경색이라고 한다. 심장마비는 격한 운동이나 극도의 스트레스 등으로 심장에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 심장이 멈추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잠을 자는 동안에는 심한 운동을 하거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즉,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자다가 죽을 수 있는 지 그 과정을 이해한다면 어이없는 죽음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나마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잠이 든다. 깊은 잠으로 갈수록 근육들이 이완된다. 중력의 영향으로 늘어진다.  아래턱이 처진다.  혀가 늘어진다. 목젖도 처진다. 숨길이 좁아졌다. 숨이 답답해진다. 입을 벌린다. 숨이 더 막힌다. 숨을 더 세게 쉰다. 목구멍이 마른다. 목을 적시려고 마른 침을 삼킨다. 혀가 목구멍으로 빨려들어 간다. 숨을 쉴 수 없다. 대부분 이 상황에서 놀라거나 악몽을 꾸며 잠을 깬다. 만약 여기서 잠을 깨지 못하면 그대로 숨이 막힌 채 몸부림을 친다. 산소가 부족하니 심장은 격렬하게 뛴다. 산소 공급이 되지 않으면 심장도 더 이상 뛸 수가 없다. 심장이 멎는다. 

우리 센터에 상담 고객 중에는 가끔 이런 공포를 경험한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한다. 너무 놀라서 당장 병원을 찾아 갔는데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수면무호흡증이 이처럼 무서운 것인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말을 한다. 깨어났기에 병원도 찾아봤고 나를 만날 수 있었지 못 깨어 났으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숨 구멍 즉 목구멍이 아닐까 싶다. 목과 숨. 목숨은 생명의 상징이다.

잠이 보약이라고 하지만 잠이 독약이 되는 사람들도 많다. 의학계에서는 시급하게 치료를 받아야 할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150~200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잠재적인 급사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사람들이다. 이 중에서 치료를 받는 비율은 5%에도 훨씬 못 미친다. 95%가 넘는 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면무호흡증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지는 의학적으로도 이미 확인이 되었다. OSAS(폐쇄성수면무호흡증)는 수면 중에 잦은 코골이와 각성을 동반하고, 위식도역류, 야뇨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주간에는 과도한 주간 졸림, 피로, 인지 장애가 나타나고, 이로 인해 교통사고와 직장 내 사고가 증가된다. OSAS가 지속될수록 심뇌혈관 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고, 급사의 위험이 증가한다[출처:journal of Sleep Medicine 200021 국민건강보험급여화에 따른 수면무호흡증 관련 진료 현황].

의학계에서 공인된 치료법은 세 가지다. 양압기(postive airway pressure, PAP)치료, 구강삽입형기도확장기(mandible advancement Device. MAD) 치료, 수술 치료가 해당된다. 이들 치료의 목표는 수면 중에 기도가 협착을 막아 호흡을 원활하게 유지해주는 것이다. 

양압기는 중증 여부와 관계없이 적응만 잘 하면 수면무호흡 개선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 받고 있다. 제품의 성능은 거의 평준화 되었기에 기계 보다는 사용자의 적응 여부가 치료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에 비해 수술이나 구강삽입형기도확장기는 시술자의 역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개인별 구조와 상황 그리고 상태가 다르므로 어떻게 접근하는 지에 따라 차이가 크다. 치료를 성공하지 못했다면 양압기는 환자의 책임이 크지만 구강장치나 수술 치료의 경우는 제작자나 의사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수면무호흡증과 관련된 건강보험은 수술과 양압기 임대의 경우에만 적용되고 있다. 양압기는 2018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처방률이 크게 증가 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너무 번거롭고 불편하고 힘들어서 장기적으로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양압기를 벗은 시간은 어떻게 할 것인가? 특히 새벽에 무호흡증이 더 심해지는데 이 시간에 양압기가 역할을 못한다면 대안이 필요하다. 하루 2시간 이상 사용하면 보험 자격이 유지된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대안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구강장치는 제대로 만들기만 한다면 아주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양압기에 비해 간편하고 적응도가 매우 높아 장기 치료 성공률도 높다. 양압기에 적응하지 못한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에게 대안으로써 충분하다. 

양압기는 수입 제품이 95%인데 반해 구강장치는 국내 제품의 비율이 98.5%를 차지하고 있다.[출처 : 2020년 의료기기 생산 및 수출입실적 통계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양압기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수입물량이 10배 이상이 증가 했다. 구강장치는 건강보험에서 배제 되면서 1/5로 줄어들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국가가 지원하여 개발한 치료법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면 문제가 있다. 국민들의 편안하고 조용한 숙면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수 많은 질병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구강삽입형 기도확장기를 이용한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확대는 꼭 필요하다. 

무려 200만명에 육박하는 수면무호흡 환자들이 건강보험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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