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도시지역은 전 국토면적의 16.7%에 불과하지만, 전 국민의 91.8%가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는 과연 사람이 살기에 안전하고 쾌적한가? 아시다시피, 대답은 “No”이다. 도시라는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살다보니 안전이나 환경적‧위생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한 채 그냥 살고 있는 곳이 바로 도시가 아닌가 싶다.

물론 주거, 직장, 교육의 문제, 다양한 문화생활, 이동과 구매의 편리성 등 도시에 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앞으로 우리가 인간다운 쾌적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도시를 재설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과연 어떤 모습인지 한 번 그려보자. 환경호르몬 가득한 빽빽한 콘크리트 빌딩과 아파트, 미세먼지와 매연이 뿜어져 나오는 불투수층 아스팔트, 바이러스 전염병의 집합소, 화석연료 풍기는 엔진소음의 배달 오토바이, 도심 뒷골목을 장식하고 있는 담배꽁초와 쓰레기, 과도한 소비와 엄청난 에너지의 사용으로 인한 열섬현상 등 도시는 쾌적함을 잃은 지 오래 이다.

더구나 잦은 폭염과 혹한 등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기후 현상은 인구가 밀집된 도시의 냉난방 에너지 사용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도시환경은 개선은커녕 점점 더 나빠지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한 도시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쾌적하고 안전한 탄소중립 도시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 안의 녹지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물 옥상을 비롯한 도심 유휴공간에 나무를 빼곡히 심고, 도시숲을 조성하여 탄소흡수원을 늘려야 한다. 녹지가 제공하는 그늘은 열섬현상에 의한 도시의 기온 상승을 억제하고, 시민들에게 건강한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매입재원을 확보하지 못해 멀쩡한 도심공원을 파헤쳐 아파트를 져야하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외국의 발버둥치는 모습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2015년 미국 포클랜드의 ‘20분 이웃(20 minute Neighbourhood)’, 2017년 호주 플랜 멜번의 ‘20분 커뮤니티’, 2020년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처럼 자동차없이 자전거와 도보로 직장, 학교, 교회, 시장, 공원, 로컬푸드 매장에 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또한 스위스 바젤처럼 옥상녹화를 의무화하여 도심의 쾌적함과 푸르름을 찾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아울러 도시 생물다양성을 증진 시키는 것도 매우 절실하다. 도시의 자연적 특성을 유지하는 것은 도시 거주자의 웰빙과 다양한 자연으로부터의 생태계 서비스를 받게되어 삶의 질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제 도시는 개발보다는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무분별한 개발을 고집하는 도시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언젠가 쇠퇴하게 될 것이다. 도심 곳곳에 맑은 물이 흐르고,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사람과 자연환경 및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환경친화적인 생태도시(ecological polis)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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