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28. 미국 LA 할리우드의 Dolby극장에서는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이날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Leonardo DiCaprio)는 수상소감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수상소감 대신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기후변화는 현실이며,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전체가 맞고 있는 가장 시급한 위험이며,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소감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말이 명문장이다.
"Let us take this planet for granted, I do not take tonight for granted."(우리가 지구에 산다는 걸 당연하다고 하지 마세요. 나도 오늘밤이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영화 '타이타닉'에서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는 수준급 연기를 보여줬던 채식주의자 디카프리오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디카프리오 재단을 설립하여 환경보호에 앞장 서고 있으며, UN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연설을 하기도 했다.

스포일러가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최근 넥플릭스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담 멕케이 감독의 영화 'Don't look up' 이 던지는 화두가 가슴에 꽂힌다. 디카프리오는 이 영화에서 천문 과학자 역할을 맡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인류를 전멸시킬 에베레스트 크기만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해 오는데도, 이 혜성을 돈이 되는 광물 덩어리로 둔갑시켜 차지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피터 이셔웰 (마크 라이언스)의 탐욕에 찬 모습에 간담이 서늘해진다.

혜성의 지구충돌은 기후위기를 풍자한 것이다.

또한, 이런 전 인류전체의 재앙을 정치적으로만 이용하려는 미국 대통령 올리언(메릴 스트립)의 모습이 기후위기를 대하는 지금 우리의 현주소이자 슬픈 자화상이 아닐까?

기후위기가 점점 다가오는 시기에, 대중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어서라도 위기상황을 알리려는 절박함이 곳곳에 묻어나는 이 블랙코미디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고 명확하다.

"나쁜 소식은 거대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궤도에 있다는 것이고, 더 나쁜 소식은 이 문제에 대해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COP26회의에서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보여준 자세도, 전 지구적인 재앙인 기후위기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경제적 국익을 우선시하는 입장이었으며,

요즘 국내에서도 RE100과 EU텍소노미에 대한 논쟁이 뜨겁고 그전보다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경제적 부의 창출과 개발논리가 우선하고, 기후위기 문제는 사실 뒷전이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의 시간은 별로 많지 않은데, 충분히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문제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는 이런 멋진 말도 나온다.

Live life as if there were no second chance.
(기회는 한번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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