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온이 평년보다 2~3°C 가량 높겠습니다.~"

매일 TV에서 아침저녁으로 날씨예보를 할 때마다 들리는 아주 귀에 익은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평년'의 정확한 개념은 무엇일까? 이는 기온과 강수량 등 기상요소들의 30년간 기후평년값을 말한다.

최근까지 기상청에서는 1981년~2010년까지 기후평년값을 사용해 왔는데, 세계기상기구(WMO)의 기준에 맞춰 지난해 부터는 10년을 당겨 최근 30년(1991~2020)의 기후평년값 으로 갱신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 갱신된 기후평년값을 적용해 보니, 기후가 그 전에 비해 확실히 변했다. 즉,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이 12.8°C로 이전보다 0.3°C 상승했고, 계절의 길이도 여름이 4일 길어진 반면, 겨울은 7일이나 짧아졌다.

기후변화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수치인데, 그렇다면 무슨 일들이 있었길래 기후가 이렇게 변한 걸까?

'70년대 이전과 '80년대 이후를 비교해 보면, 상전벽해라는 말도 모자랄 정도로 세상이 확 바뀌었다. 비약적인 경제발전 으로 생활은 윤택해졌지만, 그 반대급부로 환경은 심한 몸살을 앓게 된 것이다.

컬러TV가 전국에 처음 방영된 것이 1980년 12월 1일이다. 그동안 국민들의 과소비를 우려해 미뤄왔던 것인데, 침침한 흑백TV가 화려한 컬러TV로 바뀌면서, 우리의 소비양태도 덩달아 화려해졌고, 우리 생활 곳곳의 과소비 문화가 그때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마이 카 시대' 가 도래했다. 국민 1천명당 자가용 보유 대수가 '78년 5대에 불과했던 것이, 10년만인 '88년에 26.6대로 폭증했다. 자동차 보급대수도 '77년 125,613대 였으나, '88년에는 10배 가까운 1,117,999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본격적인 '내 자가용 시대'에 진입하게 된다.

이에 비해, 환경관련 정부조직은 미흡하기만 했다. 당시 보건사회부 업무의 일부였던 환경업무가 1980년 1월에 직원 고작 246명의 환경청으로 독립하게 되고, 환경처(1990년)를 거쳐 지금의 환경부가 탄생한 것은 1994년이다.

이렇듯 환경관련 정부조직도 미약한 상태에서, 제5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1982~1986)을 비롯하여, '86아시안 게임, '88서울올림픽 등을 치르는 동안 온통 개발논리에 묻혀 환경문제에는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이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됐을 테고, 이것이 연평균 기온상승의 일부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1970년대에 92.1일이던 봄 지속기간이 2010년대에는 77.4일로 무려 14.7일이나 줄어들었다. 봄인 듯 하다가 봄을 만끽하기도 전에 여름이라는 느낌을 갖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봄다운 봄이 아닌 것이다.

벌써 입춘이다.

중국 한나라 절세미녀 왕소군의 암울한 심정을 노래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시구가, 2천년의 세월을 훌쩍 넘긴 지금의 기후위기 시대에도 적절하게 쓰일 수 있다.

봄이 짧아져,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은 것이다.
현대판 춘래불사춘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지혜를 한데모아 잃어버린 그 봄을 찾아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지만, 더 늦기 전에 과도한 소비를 줄이고, 빨리 각성하여, 나부터 실천하며, 다함께 이에 동참해야 한다.

봄다운 봄을 만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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