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께서는 고기반찬이 없으면, 수저를 들지 않으십니다."

조선시대 가장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세종대왕은 학문을 좋아하는 '학구파' 이면서, 고기반찬을 좋아하는 '육식파' 였던 모양이다.

조선왕조실록에 고기반찬을 뜻하는 육선(肉饍)을 검색하면 총327건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세종에 대한 일화가 62건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세종은 식성이 좋아 하루 4끼를 드셨고, 주로 고기반찬이 있는 고지방 수라상을 즐기셨던 것 같다.

이에 반해, 일반 백성들은 고기맛을 보기는커녕 굶기를 밥 먹듯 했다. 흥부전에 나오는 조선 최극빈층 흥부는 스물 다섯명의 자식들이 늘 배가 고파 "어메 밥", "어메 밥" 을 제각기 외쳐대기 일쑤였는데, 그 소리가 비오려 할 제는 방죽에 개구리 우는 소리같고, 해 지려 할 제는 매미떼 소리 같다고 했다.

배 고파 한탄하는 소리는 많고도 많다. "이 설움 저 설움 다 겪어봐도, 배고픈 설움보다 더한 건 없다" 고 한다. 오죽하면 '이밥에 고깃국'을 실컷 먹어보는 것이 평생 소원일까?
처절한 배고픔의 절규이다.

이제 배고픔은 거의 해소됐지만,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고기소비가 크게 늘었는데, 이것이 단순한 먹거리의 문제를 넘어 온실가스 배출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고기소비를 줄이고 채식 위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해 지고, 채식주의자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21배에 달하는 강력한 온실효과를 가지고 있는 메탄은 소(牛)처럼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의 트림이나 방귀에서 많이 배출된다. IPCC는 2019년 특별보고서에서 "소가 축산업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원인(65~77%)이라는데 동의한다" 고 밝힌 바 있다.

또한 1kg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소고기가 59.6kg으로 압도적 으로 많고, 그 뒤를 이어 양고기 24.5kg, 치즈 21.2kg, 돼지고기 7.2kg, 닭고기 6.1kg 등인 반면, 쌀과 밀에서는 각각 4.0kg과 1.4kg의 온실 가스가 발생하여, 육류에 비해 훨씬 적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출처 carbonbrief.org)

이러한 이유로 충북도청 구내식당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매월 셋째주 수요일 식단에 고기반찬이 없는 일명  '초록밥상'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탄소중립 이행 원년의 해' 를 맞아, 이를 월1회에서 월2회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메탄을 많이 발생시키는 고기섭취(특히 소고기)를 줄여, 온실가스 배출 최소화를 실천하려는 것이다.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는 대기중에 대략 200년을 머물지만, 메탄은 10여년에 불과하여, 메탄을 확 줄인다면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열린 COP26회의에서 전 세계 105개 국가들과 함께 2030년 메탄배출량을 2020년 대비 30% 감축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글로벌 메탄 서약(Global Methane Pledge)' 에 서명한 바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적인 약속을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차원에서 초록밥상 제도를 확대추진하는 것은 나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개인은 물론 각 기관단체에서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면 적극 동참해 보시기를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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