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천만 관객을 끌어모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은 설정 자체가 매우 충격적이었다. 주연배우 송강호와 변희봉의 열연도 볼 만했지만, 미8군 용산기지 영안실에서 독극물인 포름 알데히드를 싱크대에 버리고, 이 독극물이 하수구를 통해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무시무시한 괴물이 탄생한다는 설정은 생태계 교란의 공포심을 자극한다.

이 영화의 실제 모티브가 된 사건은, 2000년 2월, 용산 미군 기지에서 영안실 부소장으로 있던 앨버트 L. 맥팔랜드(Albert L. McFarland)가 시체 처리 방부제로 사용되던 20박스 분량의 포름 알데히드 223리터를 정화처리하지 않고, 그냥 한강에 무단 방류한 일명 '맥팔랜드' 사건이다.

물론 영화는 영화이다. 포름알데히드가 한강에 유출됐다고 해서 괴물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평소 사용하고 있는 유해화학물질의 처리에 있어 반성할 점이 많다고 본다.

지난 5월 한강 물에서 비아그라 주성분인 실데나필이 검출되면서 세상이 또한번 떠들썩했다. 포름 알데히드 같은 독극물은 아니지만, 약 성분이 식수원인 한강물에서 검출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병원과 약국을 찾는 횟수가 많아지고, 덩달아 먹고 쓰다 남은 약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2020년) 전국에서 발생한 폐의약품은 자그마치 430톤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런데, 지난 2018년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이 폐의약품 처리에 대한 대국민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이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74.1%가 폐의약품을 어디에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고, 이런 연유로 폐의약품의 55.2%가 아직도 쓰레기 봉투나 하수구, 변기에 버려지고 있다.

'폐기물관리법' 에서는, 우리가 평소 생활속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중 건강과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폐의약품, 폐농약, 수은함유 폐기물을 '생활계 유해폐기물'로 정해 별도의 처리계획을 수립하여 처리하도록 하고 있으며,

먹고 쓰다 남은 약 등 폐의약품은 약국, 보건소 등을 통해 배출하여 소각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폐의약품이 마구 버려질 경우, 토양이나 수질오염이 발생하고, 생태계 교란과 지속적인 항생물질 노출로 인해 '다제내성균', 즉 다양한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의 확산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정내 폐의약품 회수, 처리사업은 2008년 서울시에서 처음 시범실시한 이후 2010년 전국적으로 시행되어, 10년이 넘게 흘렀지만, 국민들에 대한 홍보부족으로 아직도 완전 정착되지 않고 있고, 일부에서는 '폐의약품 수거의 날'을 지정하여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픽션인 영화는 논픽션인 현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거울이다. 평소 우리가 생활속에서 유해화학물질이나 먹고 쓰다 남은 폐의약품을 어떻게 배출하고 있는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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