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제비갈매기의 꿈> 클래식 음악으로 승화되다

지난 12월 16일 오후 7시,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웅부홀에서 <쇠제비갈매기의 꿈> 공연이 열렸다. 경상북도와 안동시가 주최한 이번 공연은 멸종 위기종인 쇠제비갈매기를 소재로 한 세 번째 공연이었다.

첫 번째 공연은 리움챔버오케스트라와 함께 2020년 11월 안동호 인공모래섬에서, 두 번째는 2021년 7월, 서울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됐다.

쇠제비 갈매기는 제비를 닮은 갈매기과의 멸종위기종으로 호주에서 1만km를 날아와 4~7월 사이 한국과 일본, 동남아에서 지내고 8~9월이면 다시 호주, 필리핀등으로 이동해서 겨울을 나는 철새이다.

주로 바닷가 모래밭에 둥지를 트는 쇠제비갈매기가 2013년부터 내륙 안동호에서 발견된 것은 주 서식지인 바닷가가 훼손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안동호가 빙어 등 풍부한 먹이와 함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은 생태계 파괴의 현실을 자각하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깊은 공감대 속에서 기획되었다.

이날 공연된 쇠제비 갈매기의 꿈 공연은 단순한 음악회가 아니라 쇠제비 서식지 마련에서부터 쇠제비가 날아와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주요 장면이 영상으로 상영되며 그야말로 한편의 영화처럼 진행되었다.

그간 연주를 기획했던 스트라드 뮤직(대표 : 이원필)과 리움챔버오케스트라가 참여하고 국내 최고의 트럼페터이자 지휘자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안희찬이 지휘에 나섰다.

안동청소년오케스트라 바이올린 단원들이 연주한 바하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제1악장>으로 시작을 알렸다.

이어서 작곡가 김은혜(수원대학교 교수)의 창작곡 <쇠제비갈매기의 꿈>이 서울대학교 교수인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의 협연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쇠제비갈매기 영상이 함께 상영됐다. 인공 모래섬에서 태어난 첫아기 쇠제비갈매기가 먹이를 달라고 조잘대자 어미가 먹이를 물어 입에 넣어 주는 장면이 음악과 어우러지며 이번 공연의 주제라 할 수 있는 환경 보호의 의미가 더욱 간명하게 전달됐다.

또한, 쇠제비갈매기가 따뜻한 봄이 되어 다시 돌아오기를 염원하는 <고향의 봄>(김한기 창원대 교수 작곡, 이경선 협연)과 임병걸(KBS부사장, 시인)의 시에 작곡가 이웅이 곡을 입히며 어린이들을 위한 동요 버전으로 새롭게 탄생한 <쇠제비갈매기의 꿈>은 안동 지역의 어린이들로 구성된 드림아이 중창단이 세계 초연했다. 노래 가사 속 들리는 “안동 호수 너른 물 모두 네 것이란다”이라는 표현에서 인공 모래섬이 쇠제비갈매기들의 안락한 서식처가 되길 바라는 염원을 느낄 수 있었다.

창작곡 이외에도 베토벤의 교항곡 제6번 <전원>을 2부에 연주하여 환경음악회에 대한 의미를 배가시키고, 비발디의 <사계 제2악장>에 가사를 붙여 만든 <겨울의 마음>(작시 이원필)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편, 2019년 3월 임시로 인공섬을 조성한 데 이어, 2020년 1월 안동시는 조류 전문가와 시의원,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조성 추진협의체를 통해 설치공법과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한 후 2020년 3월 말 전국 최초로 1,000㎡의 영구적인 인공 모래섬을 조성했다.

수면 10미터 아래로 가라앉은 기존 모래섬 대신 가로 50미터, 세로 20미터의 구조물을 띄우고 그 위에 마사토를 덮은 뒤 수리부엉이 등 천적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도 만들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종(種) 보존, 개체수 증가가 가능하게 되었다.

2020년 4월 다시 돌아온 쇠제비갈매기는 다행히 안동시와 수자원공사가 힘을 보태 마련한 인공섬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데 성공하였고, 새끼 70여 마리가 성체(成體)로 자란 뒤 호주 등지로 떠났다. 사람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었던 이 새들이 이제는 사람의 도움으로 둥지를 찾게 된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환경부는 2021년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에 안동시를 선정하여 추가 인공모래섬 조성사업에 4억2천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하였다. 또한 2021년 6월 3일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안동호 인공섬을 초도순시해 관심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경상북도도 다양한 매체들을 통한 쇠제비갈매기의 종 보호 홍보를 위하여 안동시에 1억 원을 지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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