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에서 배우는 독서경영

저자 : 정지우, 출판사 : 이경

“애니메이션과 인문학 삶을 상상하는 방법을 제안하다”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애니메이션에 공감하고, 나아가 우리 삶을 다시 생각하는 데 최적의 감상법도 제시해 주고 있다.

저자는 현대의 삶이 어떻게 과거의 삶과 다른지, 그래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여러 인문학자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 해답을 알려주고 있다. 국가와 사회, 개인의 열망과 꿈, 다른 사람에 대한 책임감, 삶과 죽음, 꿈과 이야기 등 우리가 늘 고민해왔던 문제들을 애니메이션의 감성과 인문학적 사고를 접목시켜 매력 있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우리는 어떤 세계에 살고 있을까?”라는 주제로 우리와 다른 세계와 우리와 같은 세계 그리고 애니메이션 <그렌라간>과 <원피스>를 통해 근대와 현대의 만남을 저자 나름대로 분석하고 정리하고 있다.

2부에서는 “이 숨막히는 세상, 대안은 있을까?”라는 주제로 소비의 시대, 불안한 현대사회, 자존감의 상실 등을 통한 현대의 문제적 상황들을 분석하였고, 역시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 <충사>, <진격의 거인> 등을 통해 대안적 삶에 대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3부에서는 “삶을 상상하는 방법을 제안하다>라는 주제로 미야자키 하이오, 신카이 마코토, 호소다 마모루 등 세 명의 애니메이션 거장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상상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주제로 이어지나. 그 주제란, 우리의 삶, 21세기의 현대에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의 삶을 이해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나는 이전의 책 《청춘인문학》과 공저 《삶으로부터의 혁명》에서도 줄곧 그런 작업을 해왔다. 그래서 두 권 중 하나라도 읽은 독자라면 이 책의 논의가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인간의 삶은 어디에서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누구든 태어나서 먹고, 마시고, 사랑하며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죽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그처럼 단순화시켜서 말할 수만은 없다. 인간 삶에는 도덕, 가치, 추구하는 것,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 사람과 관계 맺는 양태 등 다양한 문화적, 정신적 요소들이 개입한다. 이러한 요소들에 의해 이간의 삶은 늘 뚜렷하게 달라지며, 시대마다 인간은 사실상 ‘다른 인간’이 된다.

여기에서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시대의 인간, 즉 우리 자신이다. 우리 시대의 다양한 애니메이션들은 ‘달라진 인간’ 즉 현대의 ‘우리’를 반영한다. - <우리는 어떤 세계에 살고 있을까?_우리와 다른 세계, 우리와 같은 세계> 중에서

이처럼 《원피스》는 현대인의 삶을 매우 적합하게 담아내고 있다. 《원피스》의 인기는 이와 같은 공감에 큰 부분을 빚지고 있다. 과연 현대인에게 가장 와닿기 위해서는 어떤 세계의 어떤 인간을 보여주어야 할까? 그것은 바로 이처럼 철저히 개인화된, 원자화된 인간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기만의 가치를 찾아 나가고, 그것을 긍정할 수 있다면, 그 애니메이션을 보는 이들에게 진정으로 현재의 자기 자신과 미래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를 줄 수 있다. 실제로 원피스는 그러한 방식으로 작동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감동을 준다. - <우리는 어떤 세계에 살고 있을까?_원피스, 현대적 삶의 정수> 중에서

근래 사회의 명사들은 누구나 너나할 것 없이 하나의 재능, 직업, 목표, 성공, 꿈, 열정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여러분 자기만의 꿈을 가지세요! 그 목표를 향해 모든 걸 걸어 보세요! 그게 젊음입니다! 그게 진정한 삶입니다! 한 분야를 끝까지 파고들어서 세계적으로 성공해서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것이 최고의 삶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용기를 내세요! 대답은 정말 이것뿐인가? 이러한 메시지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저 패배주의나 허무주의, 냉소주의에 빠져야 하는 걸까?

말하자면, 곡 그렇지는 않다. 인문학에는 다른 대답도 준비되어 있다. - <이 숨막히는 세상, 대안은 있을까?_현대의 문제적 상황들> 중에서

인간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다. 《진격의 거인》에서도 에렌은 아르민에 의해 바깥 세상을 꿈꾸게 되고, 미카사는 에렌에 의해 삶의 의미를 알게 되며, 아르민은 그 둘에 의해 믿음과 관계의 가치를 깨닫는다. 인간은 ‘마음으로 연계’되어 있다. 인간은 타인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그 순간 ‘인간’의 존재 의미도 끝이 난다.

그래서 현대인은 언뜻 이기적으로 자기만족만 추구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 어느 시대의 인간보다 보편적 가치의 달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편적 가치란, 자유, 평등, 공정함, 정의, 인권과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자기가 그러한 가치에 기여할 수 있을 때, 더 진정으로 만족하며 더 강한 의지를 얻고 궁극적으로 ‘자긍심’을 얻게 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은 가장 보편적인 것과 만나기 때문이다. - <이 숨막히는 세상, 대안은 있을까?_대안적 삶, 그 가능성을 위하여> 중에서

상상력이라는 것이 현대에서만큼 중요한 가치로 부각 되었던 시대는 없었다. 과거의 예술에서 대체로 최고의 덕목은 상상력이나 개성이 아니라, 모방이었다. 예술가들은 자연이나 이전의 모범적 예술을 모방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러나 역사가 흐르면서, 근대를 지나 현대에 이르면서 예술에서 최고의 가치는 개성, 즉 상상력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남들과는 다른,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상상으로 창조해 내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 <삶을 상상하는 방법을 제안하다_삶을 상상하는 방법> 중에서

지금 당장 어떻게 이 삶을 뜯어고칠 순 없을 것이다. 현재에서 한 발 물러서면, 우리가 고려해야 할 현실들이 다시 생각난다.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 있다. 그러나 조금씩 바꿔나갈 수는 있다. 조금씩 새로운 꿈을 꾸어볼 수는 있다. 언젠가 그 꿈으로 내가 완전히 사로잡히길 바라며, 조금씩 그 꿈을 향해 나아갈 수는 있다. 우리가 좀 더 자주 이 ‘현재’에 멈출 수 있다면, 이 현재에 머무를 수 있다면, 그러한 순간들을 조금씩 늘려간다면, 그렇게 조금씩 더 큰 ‘틈새’를 만들어간다면, 우리의 삶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바뀔 것이다. 나와 보다 어울리는 삶에 가깝게, 나의 꿈에 한 발 더 가깝게. - <삶을 상상하는 방법을 제안하다_삶의 감수성을 되찾는 여정>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저자는 애니메이션과 인문학을 접목시키면서, 기존의 딱딱한 인문학적 방법이나 비평의 방법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감상법을 보여주고 있다. 그 방법이란, 먼저 우리가 사는 시대를 차근차근 이해하면서 그 속에서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펴가는 데 있다. 그러면서 이 시대의 문제점을 찾고, 그 대안을 생각해보며, 나아가 우리 삶을 어떻게 사랑하고 상상할 수 있는지까지 나아가는 게 이 책의 진행 과정이다.

이 책은 특히 현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저자는 현대의 삶이 과거의 삶과 어떻게 다른지, 그래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여러 인문학자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 해답을 알려주고 있다. 국가와 사회, 개인의 열망과 꿈, 다른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삶과 죽음, 꿈과 이야기 등 우리가 늘 고민해왔던 문제들을 애니메이션의 감성과 인문학의 지성으로 독특하게 분석해 냈다.

만화책이라고 홀대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그 안에서 인생을 찾을 수 있고, 삶의 목적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살아야 한다고들 말한다. 인문학을 살리기 위해 재미를 덧붙인 애니메이션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새로운 관점으로 애니메이션과 인문학을 접목시킨 이 책을 통해 인문학의 바다로 여행을 떠나보면 좋을 거 같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스토리텔링 속에서 애니메이션들을 풀어나가기 때문에, 금세 끝까지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인물들에 깊이 공감하고, 때론 심도 있게 생각하며, 나아가 삶의 진정한 공감과 치유, 희망을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가 우리에게 답을 줄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만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만큼, 만화를 보다 진지하게 보고 그로부터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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