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청명淸明이다. 일 년 중 가장 맑은 날, 옥천 수생식물원을 찾아 들었다.

100만 평의 대청호수 위에 천상의 정원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는 수생식물원!

120년 된 암송(巖柗) 소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곳곳이 변성 퇴적암 흔적이 있어 지질학적으로도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된다고 했다. 더구나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정원이라는, 그 소문을 듣고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고개를 숙여만 들어가는 작은 대문 안에 꽃이 만발하다. 튜립, 금낭화, 돌담풍 그리고 붉은 명자나무 꽃이 만개했다. 고개를 들어 호수 주변의 산천을 둘러본다. 곳곳에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옥천 수생식물원 쉼터 카페로 들어서자, 주서택 수생식물원 원장이 환한 미소로 일행을 반겼다. 따뜻한 대추차 한 잔을 마시고, 주인장의 안내를 받으며 수생식물원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천상의 정원 곳곳에 피고 지고 있는 많은 꽃들과 나무들이 길목에 서서 반긴다. 주인장의 정성과 애착이 묻어나는 손길이 느껴진다. 매년 봄이면 주서택 원장을 가장 가슴을 설레게 한다는 홍도화가 피는 능선에 도착했다. ‘바람보다 앞서지 말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전히 맞고 섰다. 그러자 가슴에 고인 찌꺼기들이 바람에 날려 하나하나 빠져나감을 느낀다.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만드는 사람들....’

옥천 수생식물원을 만든 다섯 가족의 마음이 느껴지는 문구들이 곳곳에 걸려있다. 깊은 묵상의 길을 통과해 ‘세상에서 작은 교회당’에 도착했을 때는 세상 밖의 근심을 홀가분하게 내려놓은 듯이 가슴이 시원했다. 네 명 만이 기도 할 수 있다는 교회당 안으로 들어섰다. 자리에 앉아 두 손을 모았다. 그러자 십자가 너머로 푸른 물결 위에 성호를 긋는 모습이 내려앉는다.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 위로의 음성이 가득했다. 천사의 나팔 소리 그 안에서 들리는 듯하여 가슴이 벅차오른다. 부려놓기 시작한 근심 걱정들……. 호수 위에 꽃잎처럼 떨어진다.

주서택 수생식물원 원장은 ‘세상에서 작은 교회당’이 만들어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2009년 3월 28일 오후 4시 30분경이었다. 옥천 수생식물원 맨 처음 개척자였던 손광자 씨가 낙엽을 긁어모아 태우다가 불티가 옮겨붙어 산불이 나고 말았다.

시뻘건 불길이 삽시간에 주변으로 옮겨붙어 어찌할 바를 모를 때, 거센 불길 속에 자색천을 어깨에 두른 예수님이 나타났다.

그러자 큰 불길이 점점 한가운데로 모이면서 저절로 불꽃이 사그라졌다. 손광자 씨는 당시 대상포진을 앓고 있었는데 그 후로,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고 지병이었던 천식까지도 씻은 듯이 나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곳에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교회당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그곳 방문자들이 놓고 가는 성금을 매년 불우 이웃들을 위해 쓰인다고 하니 그 또한 감동적이었다.

주서택 수생식물원 원장도 목회자였다. 그러다가 19년 전, 장인 장모의 뜻에 따라 수생식물원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고 한다. 주서택 수생식물원 원장은 틈틈이 글을 써서 발표하기도 했다.

내마음 속에 울고 있는 내가 있어요 (숲이나무에게)

혼란 속에서 묻다 (숲이나무에게)

내적치유의 현장 – 엄마가지마 (순출판사)

답답합니다 도와주세요 (국민일보)

결혼 전에 치유 받아야 할 마음의 상처와 아픔들 (숲이나무에게)

내적치유세미나 (순출판사)

마음에 숨은 속사람의 치유 (순출판사)

믿음으로 했다 (숲이나무에게)

모두가 옥천 수생식물원에서 묵상과 기도 그리고 치유의 삶을 살면서 쓴 글들이다.

수생식물원은 현재 일가친척 5가족이 모여 운영한다고 했다. 가족들이 살고있는 건축물은 자연과의 조화를 생각해 짙은 회색이 빛이었다. 그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주서택 수생식물원 원장 가족들이 얼마나 친환경, 친자연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를 가름할 수 있었다.

산책코스를 따라 지천으로 피어나는 각종 수생식물과 야생화들이 온실 가득했다. 수련들은 새싹을 틔우느라 여념이 없다. 영산홍이 반발하는 오월이면 수생식물원은 커다란 배 모양이 된다고 한다. 마치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곳곳에 폐선들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위에 꽃들이 가득하다.

비 오는 날이면 구름이 산허리에 걸리고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호수 위에는 시간이 멈추어 버린 비경들이 날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는 그곳에, 아무도 몰래 보물 하나 숨겨두고 돌아 나왔다.

[이용시간]

월~토요일 : 10:00~18:00

일요일 : 휴관

하절기 : 10:10~18:00

동절기 : 10:00~17:00

[오시는 길]

[29002] 충청북도 옥천군 군북면 방아실길 255 (대정리 100-10)

[연락처] 010-9536-8956 / 043-733-9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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