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 서란>에서 배우는 독서경영

저자 : 손정미, 출판사 : 마음서재

“천년의 빛깔 청자를 빚은 소녀”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고구려의 자랑스런 후예임을 표방한 고려 초반시대를 배경으로 소녀 도공 서란을 주인공으로 하여 고려청자의 탄생과정과 고려청자의 뛰어난 예술세계를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고려 현종 시기로 호시탐탐 고려를 넘보는 거란족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침략해 대외적으로 불안했던 시기다. 이러한 난세에 고려를 구한 영웅이 바로 서희 선생과 강감찬 장군이다. 서희 선생은는 역사에 길이 남을 외교 담판을 통해 지략으로써 거란의 야심을 꺾었고, 강감찬은 거란의 십만 대군을 물리친 귀주대첩으로 거란의 세력을 약화시켰다. 저자는 소녀 도공과 영웅들의 눈부신 활약을 통해 고려가 어떻게 거란을 물리치고 찬란한 고려청자를 지켜낼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개경의 청자방”이라는 주제로 주인공인 서란을 중심으로 당시의 개경 상황들과 서란을 둘러싸고 있는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2부는 “하늘의 보물”이라는 주제로 서란이 강감찬 장군을 만난 후 본격적인 고려청자를 빚게 되는 과정과 강감찬 장군과 서희 선생의 활약으로 위기에 처한 고려를 거란족으로부터 구해내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인공 서란은 고려청자 도요지로 이름난 탐진(지금의 강진)에서 태어나서 자란 열여섯 살밖에 안 된 소녀다. 어머니는 어렸을 적에 집을 나갔기에 청자 장인인 아버지 손에서 자라면서 도자기 빚는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 부모 모두가 청자 장인이었기에 재주가 뛰어났지만 수도 개경을 동경해 청자 기물들로 화려하게 꾸민 개경의 다점(찻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서란은 이런 상황 속에서 강감찬 장군을 만나게 되고 뛰어난 재주를 펼칠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된다. 소설 말미에는 귀주대첩의 명장인 강감찬 장군과 외교의 귀재 서희 선생의 활약으로 거란을 물리치는 통쾌한 내용을 접할 수 있다.

고려청자는 흙과 물과 불과 바람으로 빚어낸 예술작품이다. 귀하고 비싼 옥을 대신하여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당시 청자를 빚을 수 있는 나라는 고려와 송, 단 두 나라뿐이었다. 하지만 고려의 도공들이 실험과 연구를 거듭해 송나라 청자를 능가하는 걸출한 고려청자를 완성함으로써 천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서란은 청자를 탐내는 이들의 위협에 늘 시달리게 되었는데, 특히 왕의 총애를 받는 궁인 김 씨도 있었다. 청자 베개의 신묘한 기운에 반한 김 씨는 물건을 가져오지 않으면 교방에 기녀로 보내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 무렵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들이 다점에 난입해 청자를 모조리 털어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서란은 도난당한 물건 대신 다른 청자 베개를 구해 김 씨에게 갖다 바치지만 웬일인지 그 베개는 신묘한 기운을 발하지 못하고 김 씨의 분노만 사게 된다. 결국 교방 기녀로 끌려가게 된 서란은 최후의 기회를 얻어 탐진에서 진짜 청자 베개를 구해다 바친다. 그런데 궁인 김 씨를 만족시킨 그 물건은 놀랍게도 아버지가 빚은 게 아니라 오래전 집을 나간 어머니가 구운 청자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서란은 때마침 궁인 김 씨를 찾아온 강감찬 장군의 눈에 띄어 그에게 발탁된다. 강감찬은 서란이 명기를 만들 도공의 자질이 있음을 한눈에 알아보고 산중 수련장으로 데려간다. 서란은 거기서 신라 귀족 출신인 무애를 만나고 차츰 묘한 감정을 느끼지만 시대의 격랑은 두 사람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무애를 위해 그에게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서란은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 고려청자의 제조 비법을 유출할 뻔한 위기를 겪고 천신만고 끝에 탈출에 성공한다.

그 무렵 고려에는 거란의 3차 침략이라는 암운이 드리우고, 돌아온 서란은 강감찬의 특명을 받아 위기에 빠진 고려를 구하기 위한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강감찬은 서란에게 일곱 개의 청자 장구를 만들라고 특명을 받고 주변에 청자를 잘 빚는 장인을 찾아가서 수련을 쌓게 된다. 서란에게 도자기 빚는 걸 가르쳐 준 스승은 어릴 때 집을 나갔던 서란의 친모였다. 스승이 연로해 병을 들어 자리에 눕게 되었는데, 서란이가 약을 구해 오겠다고 하자. 서란에게 청자 빚는 걸 누구에게서 배웠는지를 묻어보게 되고 서란이는 아버지 이름을 말하게 된다. 아버지 이름을 듣는 순간 스승이 눈물을 흘리면서 서란이를 안고 내 아기, 내 아기라며 자신이 친모임을 밝히게 되고, 왜 어린 자식을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야기 해주게 된다. 어머니를 만나게 된 서란이는 더욱 청자 장구 빚기에 매진하고 마침내 일곱 개의 청자 장구를 완성하게 된다.

드디어 거란의 3차 침략이 시작되었다. 우선 외교의 달인인 서희 적장을 만나러 적진 속으로 들어가서 적장 소손녕을 만나게 된다. 서희는 소손녕에게 당당하면서도 조리있게 고려와 거란과의 관계를 설명하였고, 소손녕은 거란 황제 야율융서에게 그대로 조고하자, 야율륭서는 “고려가 강화를 요청했으니 받아들이라”고 명하였다.

결국 거란은 압록강 동쪽 지역에 대한 고려의 지배를 인정하는 대신 고려와 송의 관계를 끊음으로써 안정을 도모하는 이득을 얻게 되었다. 반면 고려는 거란에 조빙을 하는 대가로 압록강 동쪽 몇백 리를 가지게 되었다.

강화를 맺게 되자 서희는 바로 다음해에 장흥진(태천), 귀화진, 곽주, 귀주에 곧바로 성을 쌓았으며, 이듬해에는 다시 군사를 거느리고 안의진과 흥화진에 성을 Ykgrh rm 이듬해에는 선주(선천)와 맹주(맹산)에 잇달아 성을 구축하여 거란군의 침입을 사전에 대비하였다.

거대한 역사를 진두지휘하느라 쇠약해진 서희는 결국 병을 얻어 998년 쉰일곱의 나이로 숨을 거두게 된다.

한편 1019년 이월 연이어 고려군에 패한 거란군은 독이 오를 대로 올라 지쳐있었지만 고려군을 압살하겠다는 욕심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적장 소배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감찬을 생포해서 복수하리라 다짐을 하고 무리수를 두게 되었다.

거란군은 귀주성 앞 다하와 타하, 두 강을 건너 고려군을 제압하려고 하였으나, 강감찬 장군의 전술에 말려 대패를 하게 된다. 이를 역사에서 귀주대첩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십만 거란군 중에서 살아서 돌아간 자가 겨우 몇천 명에 그쳤다고 한다. 이 때 거란군을 제압하기 위해 고려군의 사기를 높였던 것이 서란이 만든 청자 장구였다. 7개의 청자 장구에서 울려 퍼지는 장구 소리가 고려군의 사기를 높여 거란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이었다.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주인공 서란의 활동을 짚어보면 청자 도요지의 활기 넘치는 풍경과 도공들의 장인정신, 고려청자 제작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청자 빚는 일을 하늘이 내린 업이라 생각하고 신명을 바쳤던 도공들의 숨결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 동아시아에서 고려청자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실감할 수 있으며, 고려청자에 녹아든 시대정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또다른 재미는 고려 전기의 다채로운 문화와 당시의 풍습, 생활상을 생생하게 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적 축제였던 팔관회, 귀족들의 취미였던 사냥과 격구 등 당대의 풍속뿐만 아니라 소설의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하는 수도 개경, 외국과의 무역이 이루어진 벽란도, 탐진의 자기소, 더 나아가 요나라 수도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치밀한 고증과 문학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당대의 풍경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서란을 통해 고려 초기의 두 영웅을 만나 볼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특히 서희 선생과 강감찬 장군의 활약이 없었다면 당시 고려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서란의 몸에 흐르는 발해의 정기가 결국 오늘날 찬란한 고려청자를 탄생시킨 큰 요인이 되었다는 점이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이 소설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여 독자들에게 재미를 충분히 전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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