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박정희 정부 시대 만들어진 정보기관이다. 1961년 5월 16일부터 1979년 10월 26일까지 박정희의 집권기간 동안 운영되었다. 5·16 이후 설치되어 18년간 박정희의 눈과 귀, 손과 발이 되어 움직였다. 이 비밀스러운 기관에 대해 이름은 들어보았으나 정확한 역사는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본 서는 다가오는 6월 창설 60주년을 맞이하는 국정원의 역사에 발맞추어 나온 의미 깊은 책으로서 ‘중앙정보부의 탄생과 그 역사’를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

“정보를 수집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여러 가지 조각들을 모아서 모자이크처럼 조합해 나가는 것이다.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사실들을 꿰맞추면 거기에 흐르는 일관성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파편화된 중앙정보부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주워 모아서 그 형체를 잘 알기 어려웠던 중앙정보부의 본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맨 뒤에 정렬되어 있어서 그 가치가 희석되어 있던 사실들을 맨 앞으로 정렬해서 사실대로 보고자 했다.”

작가의 말처럼 꼼꼼하면서도 당시 상황을 현실감 있게 전달하는 본 서는 중앙정보부에 관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실들에는 일일이 주석을 달아 자료의 신뢰성을 더해주고 있다.

그동안 중앙정보부에 대해서는 비밀 보안기관이라는 성격상 대외에 피상적으로만 알려지고 단편적이고 흥미위주의 접근 등으로 실체적 진실이 가려진 면이 없지 않았다. 이번 책자는 저자 정주진 박사가 국가정보대학원 교수 등으로 재직하면서 지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사방팔방에 흩어져 있고 사장되어 있는 정보 사료들을 수년간 발굴하여 일목요연하게 정리, 집대성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앙정보부의 역사와 함께 한국 현대사의 역사도 함께 다루고 있어, 생생하게 전달되는 그 시대 상황을 조망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정보사와 관련된 연구물이 발표되어 왔지만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현대 정 보의 역사와 관련된 책자발간은 이번이 처음이다.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초 국가정보기관인 중앙정보부의 초기역사에 대한 연구 성과를 담은 결과물인 것이다.

중앙정보부의 모태인 대한관찰부와 육군본부 정보국은 어떻게 설립되어 운영되었는지, 중앙정보부의 창설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는지, 중앙정보부는 어떻게 운영되어 왔는지 등 굵직굵직하고 핵심적인 사건들을 간결하면서도 파워풀한 문체로 서술하며 정보의 역사를 생생하고 재미있게 펼쳐내고 있다. 자칫하면 무미건조하게 지나칠 수 있는 내용들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어 첫 장을 펼치면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는 책이다. 읽고 나면 정보전문가의 내공이 글자 하나하나에 담겨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 3장까지는 중앙정보부 창설의 배경을 살펴보고, 4장과 5장에서는 중앙정보부 초기의 운영과 황태성 간첩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6장에서 8장까지는 김종필, 김재춘, 김형욱 등 초창기 중앙정보부장들의 역할과 권력투쟁을 조명하고, 마지막 9장에서는 중앙정보부와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던 북한대남공작 부서가 그 시대에 어떤 노선과 목표를 갖고 있었고,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분석했다.

이 책자를 통해 국가와 정보기관의 역할 등을 되새겨 보면서 정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중앙정보부에서 출발하여 현재에 이른 국가정보원이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신뢰받는 국가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애정 어린 관심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학 박사

전 국가정보원 정책정보 담당관

전 국가정보대학원 교수

현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

현 (사) 21세기전략연구원 연구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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