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조 박사

그랜드 캐년을 보고 남쪽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오는 길엔 후버 댐을 건넌다. 콜로라도 강을 막은 후버 댐의 콘크리트 둑이 바로 길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댐 아래로 내려가면 수력발전소를 보고 놀란다. 엄청난 규모와 떨어지는 물소리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댐으로 생긴 미드 호수(lake Mead)가 또 아름답다.

전시관의 그림에는 공사 때 가파른 벽에 밧줄로 매달린 인부가 개미처럼 작아 보인다. 그대로 매달린 채 식은 감자로 허기를 달랬고. 콘크리트로 강을 막아야 하는 난공사에 백 명도 더 죽었다하니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목숨을 내 건 일터라도 고맙기만 했던 어려운 시절의 이야기다. 경제 대공황 시기에 오클라호마 주의 가뭄과 농업기계화로 쫓겨나 캘리포니아의 낙원 건설을 꿈꾸며 서부로 향하는 ‘조드’ 집안의 가난과 분노를 묘사한 ‘분노의 포도’를 보면 몸서리친다.

1931년에 시작된 후버 댐 건설은 1929년의 대공황 이후 ‘테네시 강 유역개발 공사’와 같은 뉴딜의 하나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았다. 홍수와 가뭄을 막아주고 또 사막 같은 라스베이거스에 휘황찬란한 밤의 도시를 이룬 건 바로 후버 댐이다. 물과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한국 정부가 코로나 팬더믹을 경제대공황으로 보고 ‘디지털 뉴딜’을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마치 후버 댐이라도 건설하려는 듯 ‘데이터 댐’을 만들겠다는 것이 들어있다.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D.N.A)의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데이터 경제와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클라우드 산업 발전 전략’을 추진한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보면 데이터와 5G, AI 등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사회 기반 시설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모든 영역에서 경쟁력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D.N.A 생태계 강화, 디지털 포용 및 K-사이버 방역, 비대면 산업 육성, 혁신인재 양성 등 4가지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과제를 추진한다.

이 디지털 뉴딜을 위해 2022년까지 6조 5천억 원을 들일 계획인데 데이터 댐과 네트워크 구축은 바로 클라우드를 생각하면 된다. 클라우드는 아마존의 웹서비스(AWS)가 원조인데 국내에는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을 받은 KT,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 NHN, 가비아 등이 있다. 언택트 시대에 사이버 강의와 화상회의, 온라인 쇼핑, SNS, 게임 등이 늘었고 OTT 콘텐츠로 트래픽이 폭증하여 데이터와 클라우드 비즈니스의 시대를 입증하였다.

2000년이 되기 전에는 기업에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것이 큰 일이었다. 컴퓨터를 사서 프로그램을 짜고 파일을 관리하다 보니 데이터 파일들이 많아졌다. 데이터가 중복되고 비용이 늘었으며 관리가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데이터가 프로그램에 의존되니 서로 연계되지 못해서 이를 극복하고자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힘들었지만 만들고 나면 중복을 최소로 하고 누락된 데이터가 없고 무결성(integrity)을 해결한 것이었다. 무결성이란 데이터의 값이 최신의 것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형화되지 않는 데이터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2000년대 이후, 데이터베이스의 규모가 점점 커져서 아주 큰 것을 ‘데이터 웨어하우스’라고 했고 여기서 특정한 부문의 데이터들을 골라 뽑아 ‘데이터 마트’를 만들어 쓰기도 했다. 컴퓨터의 성능은 좋아졌지만 보안과 관리에 한계를 느껴 전문기업이 제공하는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는 추세가 늘었다. 소위 클라우드 서비스가 자리 잡은 것이다. 이제는 IaaS(서비스형 인프라),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PaaS(서비스형 플랫폼)의 경계가 모호해 지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이들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작년 말에 중앙정부 부처와 지자체는 내부 업무시스템을 제외한 정보시스템을, 공공기관은 전체 시스템에서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하도록 했다. 클라우드 전문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시설투자와 관리에 드는 비용으로 사용료를 지불하고도 남는다.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의 일정 공간과 회선을 임대해 주는 서비스를 코로케이션(colocation) 서비스라고 한다. 서버 호텔(server hotel)이라고도 부르는 데이터 센터는 엄청나게 큰 빌딩에서 수많은 서버를 병렬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이다.

안정적인 전원의 공급이 중요하고 서버 컴퓨터에서 방출하는 열기를 식히기 위한 대용량 냉각 장치와 항온 항습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 인터넷으로 접속하기 때문에 엄격한 보안관리를 하니 안전 문제는 해결된다. 사이버 공간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다. 무작정 찍어대는 사진과 동영상만 해도 알 것이다. 마음에도 없는 움직임이 있을까? 무수한 CCTV를 포함하여 움직임을 잡는 데이터가 바로 댐이고 답이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모집단을 정확하게 대표하기 때문이다.

조기조(曺基祚 Kijo Cho) 경영학박사

경남대학교 기획처장, 경영대학원장, 대학원장, 명예교수(현)

저술가, 번역가, 칼럼니스트

kjcho@u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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