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기조 박사의 언택트로 살기
[칼럼] 조기조 박사의 언택트로 살기
  • 이경
  • 승인 2020.03.24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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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조(曺基祚 Kijo Cho) 경영학박사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이 ‘고향의 봄’을 노래한 이원수 선생이 뛰고 놀았다던 천주산에 올랐다. 창원시에서 북쪽에 자리하고 또 온천이 있어서 유명한 북면 온천으로 가는 고개가 바로 천주산 자락이다. 옛 창원읍의 뒷산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움직임을 줄이니 갑갑해서 진달래를 보러 나섰다. 산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산문에 들어서는데 벌써 내려오는 사람이 있어 물으니 꽃은커녕 꽃망울도 이르다는 말을 듣고 아차 했다. 스포일러라고 있다. 영화를 보았다고 자랑하며 미리 줄거리를 말하는 사람. 추리물인 경우 결론을 알고 보면 김빠지고 재미없지 않던가?

힘들여 정상에 올라가봐야 꽃은커녕 꽃망울도 보기 어렵다 생각하니 올라가기가 싫어진다. 다리도 아프다. 몸은 어찌 알고 오르막을 힘들어하는지? 여기저기를 뒤적이며 꾸물거리니 낙엽을 비집고 올라온 작은 꽃들이 보인다. 이들을 찍었다. 산수유를 닮은 노오란 꽃이 있어 알아보니 ‘히어리’ 꽃이란다. hearer말고 hearee라고 생각하나 사전에 없다. 히어리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그리 높지 않은 638미터의 천주산 용지봉 북녘비탈은 온통 진달래 밭이다. 심심산천에 불붙는 모습, 울긋불긋 ‘꽃대궐’을 이룰 진달래 꽃눈이 자라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담는 것도 좋겠다 싶어 많이 찍어왔다.

그것도 운동이라고 저녁에 깊이 잠이 들었다가 이른 새벽에 깨었다. 방금 막 카톡방을 탈퇴한 한 지인의 이야기로 무겁다. 100명 정도가 듣는 학원을 운영하는 그는 힘들어 했다. 월세내고 나면 강사 인건비도 주기 어려웠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휴원을 하고 있으니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단다. 은행도 대출을 해주지 않으니 영세사업자 돕는다는 보도는 정치 쇼란다. 파산신청을 할 수 밖에. 누가 인수해 주면 운영을 도와 주겠다하지만 언택트로 가는 이 마당에 누가 나서겠는가? 그는 먹고 살 길이 막막하여 스스로 격리를 자처하는 것이다. 콘택트(contact)를 막으니 언택트(untact; 비대면; 非對面)를 대비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런 고통 없이 사는 서민이 얼마나 될까. 이 재난이 길어지면 이게 바로 대공황(大恐慌) 아니겠는가?

라디오에서 들리는 사연에 또 먹먹하다. 전 직원을 불러놓고 한 달간 무급휴가를 해야겠다며 말끝을 흐린 사장님, 모두들 울음바다가 되었단다. 한 달 후면 다시 일할 수 있을까? 일은 고됐고 월급 좀 안 올려주나 하고 생각했는데, 오늘에야 그동안 제 때에 꼽히던 월급으로 먹고 살았음을 알았기에, 그 고마움을 생각하며 눈물샘이 마르도록 울었단다. 제발 한 달 후에는 다시 일 할 수 있기를 빈단다. 그러나 앞이 안 보이니 이를 어쩌나? 코로나로 얼마나 많은 가정이 파괴될는지 생각하니 이게 핵폭탄이다. 등산길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김밥에 물병들고 나선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돈 안들이고 건강 챙기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등산길이 혹시나 하는 불안에 이제 서로 거북스럽다. 그래도 때가 되니 벚꽃은 망울을 터뜨린다. 매년 3월 마지막 금요일 밤에 시작하는 진해 군항제도 올해는 이미 취소했다. 매년 내방객의 기록을 갱신하려던 군항제였는데 주민들은 제발 오지 말아 달라고 애원이다. 야박(野薄)하다 싶지만 그 마음 알고도 남겠다. 안 오는 게 도와주는 거라니.....

내가 이사장으로 봉사하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도 서면(書面) 이사회를 열었다. 의안(議案)을 집에서 검토하고 가부를 결정해 서면으로 제출한다. 언택트로 하는 것이다. 토론은 사라지고 참신한 아이디어는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모두들 가능하면 집에서 일하거나 공부하고 나가지 말라하니 갑갑하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쌓일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도박에 빠질까 우려한다. 건전한 인터넷 게임도 있지만 하다보면 그만두기가 쉽지 않고 중독(中毒)이 되는 수가 많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없는 가족끼리는 열린 공간인 거실을 독서실처럼 함께 사용하면 졸거나 게임에 중독되는 일을 막을 것이다. 요가매트를 사서 함께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다. 홈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다. 가족이 제각기 맡은 일과 공부를 하고 시간을 정하여 집에서 영화나 특집프로를 함께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가족 간에 대화하고 사랑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최대한의 사회적 격리와 백신의 개발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빨리 종식시켜야 경제위기를 면할 것이다. 백신이 충분하게 보급될 때 까지는 격리와 마스크 말고 대안이 있겠는가? 만나서 교류해야 하는 사회적 동물들이 언택트라는 초유의 시련기에 있다. 사람들이 단식이나 묵언정진(默言精進)으로도 심신건강을 챙겼다하니 눈 딱 감고 즐겨볼 일이다.

[약력]

경남대학교 기획처장, 경영대학원장, 대학원장, 명예교수(현)

저술가, 번역가, 칼럼니스트

For the better life(경남대학교 출판부)

Turban의 전자상거래(싸이텍미디어, 역서)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2판, 공저자) 등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이사장(현)

kjcho@uok.ac.kr

https://www.facebook.com/kieejo.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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