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 『방황의 끝은 어디인가』

최재학 수필가를 만나러 가는 길,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곧 물러갈 여름, 배롱나무 꽃 잎이 붉게 타고 있다. 약속 장소에 막 도착, 굵은 소나기 와르르 쏟아진다. 강열한 여름 끝자락 열기가 갈라진 땅으로, 벽 틈으로 담쟁이처럼 타고 오른다. 최재학 수필가의 첫인상은 여름날의 소낙비처럼 역동적이면서 때때로 연잎을 닮은 선비 같은 단아한 모습을 보였다.

최재학 수필가가 제15회 원종린 수필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원종린 수필문학상은 고(故) 원종린(元鍾麟)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수필문학 창작에 대한 애정을 승화시켜 수필문학 발전에 기여하고자 지난 2005년에 제정되어 올해로 15회를 맞이했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0만원이 수여된다. 심사기준으로는 등단 20년 이상 된 수필가, 5년 이내 발간한 수필집이어야 한다.

 최재학 수필가의 문단활동
최재학 수필가는 충남 태안에서 태어나 30여년간 교직을 거치면서 고향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협, 국제펜문학, 대전문협, 문학사랑 회원이며, (사)독립운동가, 문양목 기사업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2월엔 이별이 있어야 한다』,『나는 당신을 모릅니다』를 펴냈으며, 수필집 『끝이 없는 방황』,『고향에 있어도 고향이 그립다』,『간이역에서』,『그 노래 그 사연』,『고맙다는 말보다 더 고마운 말』,『방황의 끝은 어디인가』를 출간했다,

또한 장편소설 『잃어버린 섬』, 『통곡』을, 전기집으로 『독립운동가 우운 문양목 선생의 생애』,『문양목 평전』을, 향토자료집 『남면지』(공저) ,『여기가 내 고향 남면이다』등 다양한 장르에도 열을 쏟으며 작품을 집필했다.

 

 

우운 문양목 독립운동가와의 인연
최재학 수필가는 충남 태안이 고향이다. 문양목 독립운동가의 고향 역시 태안이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던지 최재학 수필가는 문양목 독립운동가의 업적을 밝히고 정신을 기리기 위해 30여년을 열정을 쏟아 부었다.

우운 문양목 독립운동가는 1869년 6월 태안군 남면 몽산리에서 출생했다.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했으며, 을사조약 체결 후 1905년 미국 하와이로 망명해 1940년 서거하기까지 언론활동을 통해 ‘한인사회 단합론’을 펼쳤고, 교육사업, 무장투쟁을 통한 독립 쟁취를 주창했다.

이러한 업적으로 1995년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됐고, 2004년 6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됐으며, 남면의 생가지는 2009년 12월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403호로 지정되었다. 이런 결과가 있기까지 태안 주민들과 후손들 그리고 문양목 독립운동가 후원단체의 힘이 컸다. 현재 최재학 수필가는 현재 우운 문양목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최재학 수필가의 유년 시절

태안에서 태어난 수필가는 태안 남면초에서 교편을 잡았다. 남면초는 가족의 역사가 깊은 학교이기도 했다. 집안 식구들의 배움의 터전이었으며, 가족은 물론 수필가도 그곳에서 부인을 만나고 결혼식을 올렸다.

한편, 태안은 그리움이자 고통의 대상이다. 상흔의 고통이 멈추지 않는 고향인 것이다. 아버지가 인민군에게 끌려가 총살을 당한 억울한 이야기는 『통곡』이라는 장편소설로 집필되기도 했다. 당시 최재학 수필가의 나이 겨우 10살이었다. 어머니는 층층시하 어른들을 모시면서 어린 자식 다섯을 홀로 키워냈다. 아직도 못 다한 이야기가 최재학 수필가에게 가슴에 남아있었다. 바로 ‘문중 이야기’다. 칠십하고도 일곱 해를 살아온 세월이었다. 점점 지난 기억들이 흐릿해진다고 했다. 하루라도 빨리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할 때가 되었다며, 몽산포의 수려한 풍광과 어머니의 아픈 삶까지도 모두 갈무리할 계획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제15회 원종린 수필문학상 수상작 『방황의 끝은 어디인가』

‘오늘 같은 날은 파란 고향바다가 보고 싶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밀려드는 파도도, 황혼에 귀향하는 고깃배를 마중하는 갈매기 울음소리도 듣고 싶다. 등대불이 반짝여 준다면 더 고마울 수가 없을 게다.’

최재학 수필집의 『방황의 끝은 어디인가』책머리에 쓴 글이다.

수필가는 이제 소재도 궁하고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며, 감정도 느낌도 말랐다고 말한다. 그건 섣부른 고민인 듯하다. 최재학 수필가는 시집과 소설 그리고 수필을 지필 할 수 있는 문학 우물이 깊다. 유년의 아름다운 기억과 슬픔들이 우물 가득 채워져 있어 시야가 흐리고 기억이 흐릿하다고 말하는 것은 염려에 지나지 않는다. 아버지의 통곡소리와 어머니의 통곡소리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역사의 상흔은 아직도 진행 중에 있기에 최재학 수필가는 언제든 시인과 소설가 그리고 수필가의 붓을 잡을 여력이 충분히 남아있다.

‘함박눈이 소복소복 하얗게 내리는 밤이면 밤 마실은 최상이다. 저녁 수저를 놓기가 무섭게 발등까지 빠지는 눈을 밟고 친구 집 대문을 두드린다. 대문이 잠겼을리도 없다. 대문을 들어서면서 점퍼에 듬뿍 덮인 눈을 툭툭 털어내고 친구 집 마루에 올라선다.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윗방 문고리를 당기면 벌써 희희덕거리며 이야기꽃이 피었다.’

‘밤 마실이 가고 싶다’ -일부-

유년시절의 여름밤, 우리형제들은 저녁을 들면 마당가에 밀대방석을 펴고 누워 수도 없이 반짝이는 하늘을 보며 옛 이야기에 땀을 식혔다. 그 때 바라본 하늘은 크고 작은 별들로 꼭 찼었다. 그러면서 한복판에 길게 강물처럼 늘어선 은하수가 반듯이 누운 입으로 들어오면 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어른들 말씀에 가을이 오기를 기다렸었다.

‘별이 몽땅 떨어졌다는데’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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