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길목, 처서를 막 지난 무렵 원준연 수필가를 만나고 돌아왔다. 귀뚜라미 등에 업혀온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밤이다.
스탠드 불빛 아래 원준연 수필가의 세 번째 수필집 『이순의 경지에 어찌하여』를 펼쳐 놓았다. 밤이 다 지도록 곱고 처연한 활자들이 마음 속 깊이 차고 든다.

원준연 수필가는 충남 공주 출생으로 충남대학교 농과대학 및 동 대학원 농학박사를 졸업했으며, 일본 돗토리(鳥取)대학 농학부 외국인연구자와 경주대학교 대학원 문화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중부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월간『수필문학』으로 등단하여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대전광역시지회 이사,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추천작가회 부회장, 원종린 수필문학상 운영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수필집으로『바람이 소리를 만나면』(2011년 2월)『미울 정도로 곱게』(2014년 4월) 『이순의 경지에 어찌하여』(2019년 4월) 세 권을 출간했다.

수상으로는 제24회 수필문학상(2014년 5월), 제28회 대전문학상(2016년 12월) 등 수필가로써의 저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또한 원준연 수필가는 ‘원종린 수필문학상’ 운영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선친이기도 한 원종린 수필가의 과업을 묵묵히 수행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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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린 수필문학상'

2005년 원종린 수필가는 현대문학 등단 40주년을 기념하여 수필문학 발전을 위해 2억 원을 쾌척 몇몇 제자들과 ‘원종린 수필 문학상’을 제정했다.

올해로 제15회 원종린 수필문학상 대상과 작품상을 선정 발표했다. 최재학 수필가가 제15회 원종린 수필문학상 대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류현서·이혜경·황옥주 수필가는 작품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원종린 수필 문학상은 대상 1명과 작품상 3명 시상하고 있는데, 대상은 상패와 상금 500만원을 수여하고 있으며, 작품상은 상패와 상금 100만원을 수여한다. 수상작 응모조건으로 대상은 등단 20년 이상, 5년 이내 발행한 수필집이어야 하며, 작품상은 5년 이내 발행한 수필집이어야 한다. 등단 경력은 제한이 없다.

‘원종린 수필문학상’ 을 제정한 원종린 수필가는 1923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경성 휘문고등보통학교를 졸업, 일본 주오대학교 철학과 중퇴, 서울대학교 법학과 중퇴,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조지 피바디 대학교 문헌정보학과 학사, 미국 밴더빌트 대학교 대학원 문헌정보학과 인문과학 석사, 중앙대 대학원 도서관학과 인문과학 석사, 단국대 교육대학원 교육학 석사 등 학문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1945년 일본군 학도사건 망명 모의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다가 해방을 맞이하여 풀려났다. 조선 제 22부대 학도병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옥중기를 발표하였으며, 평생 그때 겪었던 매타작과 물고문으로 몸이 만신창이 되어 고통을 감내는 삶을 살아내야 했다. 원종린 수필가는 독립을 도모해 옥고를 치렀지만 그 당시 객관적 입증 자료를 찾지 못해 포상에서 제외되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또한 원종린 수필가는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하여, 2005년에는 현대문학 40주년 기념해 후진 수필가들을 격려하고자 ‘원종린 수필문학상’이 제정하기까지 후학 양성에 온 힘을 바쳤다. 원종린 수필가는 공주교대 교수, 충남대 영어영문학 강사, 일본 쥬오대학(中央大學학원회 부회장, 학교법인 예성학원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국민훈장 모란장(1989년), 제1회 월간수필문학대상(1991년)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필문학전집 6권과 다수의 수필선집과 수필집으로 『1950년대 후반 시절 정림사지 석탑』이 있다.

원준연 수필가의 세 번째 수필집 『이순의 경지에 어찌하여』

원준연 수필가는 아버지 원종린 수필가의 영향이 켰다. 충남대 재학 중 우연히 교지에 수필을 발표하게 되면서부터 수필가였던 아버지의 조언을 받았다.

‘글을 너무 어렵게 쓰지 말라.’

아버지 원종린 수필가의 그 한마디는 원준연 수필가의 문학 지침서가 되었다.

세 번째 수필집 『이순의 경지에 어찌하여』의 내용은 삶의 동반자인 ‘가족’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수필가의 시선은 점차적으로 주변 지인들과 사회 현상으로까지 뻗어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인회’를 13년째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 50여명의 회원이 한 달에 한번 전국과 해외를 두루 여행한다. ‘연인회’를 통해 만난 자연과 보석 같은 사람들은 작품 안에서 재탄생되기도 한다.

『이순의 경지에 어찌하여』 수필집에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향기를 수채화처럼 표현하고 있다. 원준연 수필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추억들이 켜켜이 쌓여있듯이 그의 수필 작품에는 오랜 시간이 지닌 추억과 안타까움이 담겨져 있으며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순의 경지에 어찌하여』 수필집은 1부 ‘보리꽃의 여운’, 2부 ‘동전의 양면과 인생’, 3부‘ 짧아진 도장’, 4부 ‘종부의 길’, 5부 ‘푸른 숲이 강을 이루고’ 등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55편의 수필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의 삶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마치 길 위의 횡단보도선처럼 60년이라는 선을 그어놓다니.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수수께끼 같은 그 무엇을 ‘시간’이라는 여기는 것이 신기하고 불가사의 하다. 그저 나서 자랐을 따름인데....’

‘이순의 경지에 어찌하여’ -일부-
 

‘유품을 앞에 두고 고민이 많다. 무엇을 남기고 어떤 것을 정리해야 하는지,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살고 있는 집이 넓으면 되도록 많은 물건을 가져다 쓰고 싶지만 형편은 그렇지를 못하다. 선친과 선비의 체취가 담긴 물건을 함부로 버리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짓누른다.’

‘짧아진 도장’ -일부-
 

‘요즘처럼 자유분방한 세상에서, 물려받은 종가에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종가음식을 지키며, 육백년 예법에 어긋남이 없이 산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일 것이다. 오죽하면 어려움의 대명사로 ‘종부의 길’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종부의 길’ -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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