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나무 이야기>에서 배우는 독서경영

저자 : 성주엽, 출판사 : 생각하는 정원

이 책은 생각하는 정원의 나무친구인 저자가 30여 년 동안 온갖 정성을 다해 돌봐왔던 나무들로부터 얻은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의 부친이신 성범영 원장은 서울 생활을 접고 연고도 없었던 제주도로 이주해 와서 반백년 동안 혼신을 다해 황무지를 가꾸어 생각하는 정원을 만드셨으며, 지금도 새벽에 정원을 가꾸시고 계시다. 저자 역시 학업과 군대를 마친 후 제주도로 내려와 부친을 도와 정원의 설립부터 운영과 관리, 그리고 실무까지 모든 일을 도맡아 진행해 오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이 책은 나무에 대한 지식을 나열한 책이 아니라 저자가 혼신의 힘을 자식을 키우는 심정으로 가꿔온 정원과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와 대화하고 사색하면서 직접 배운 내밀한 인생철학과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제주도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하고 있는 ‘생각하는 정원’은 중국 장쩌민 전 주석, 후진타오 전 주석, 북한 김용순 노동당 비서, 일본 나카소네 전 총리 등 국내외 명사의 방문지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한 농부(성범영 원장)의 황무지 개척사는 중국의 중학교 의무교과서에도 소개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저자는 1992년 ‘생각하는 정원’을 개원했었고 외부의 주요한 인사들이 올 때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정원이 부침의 과정을 거치며 1999년 경매되는 쓰라린 과정들을 경험해야 했으며,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운영관리를 담당하여 아버지와 함께 2005년 회사를 다시 되찾을 수 있었고 그 이후 정원을 더욱 새롭게 발전시켜가고 있는 중이다.

정원을 찾은 방문객에게 저자가 직접 큐레이터가 되어 스토리텔링으로 나무와 분재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으며, 이곳에서 저자는 젊은 시절 이해되지 않는 책임감과 감당하기 어려운 물리적인 중압감을 견뎌내야만 했었다. 하지만 한때 상처라 여겼던 것들이 자양분이 되어 이제는 정원의 나무와 잔디, 풀잎 하나까지 내밀한 속삭임으로 다가왔기에, 더욱이 정원의 실상을 세밀하게 돌아 볼 수 있기에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기록했던 글을 모아 책으로 펴내게 된 것이다.

아주 잠깐이지만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아름답게 보이려는 꽃을 통해 인생의 화려함을 가르쳐주었고,

덧없이 꽃이 지는 건 무의미하게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알려주었고,

자신의 의미를 씨앗에 담아 열매 속에 보호하며 생명의 의무를 다하는 삶의 가치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친구의 삶 속에서, 꽃과 열매를 통해 인생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나무의 시학_나무 친구가 보여주었습니다> 중에서

그러다 어느 순간 제가 설익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알면 얼마나 알 것이며, 그들이 모른다 해도 그게 그리 탓할 일이냐.’라는 깨달음이 다가왔죠.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억겁(億劫)의 우연을 가장한 인연이 그렇게 닿아 제가 가진 서푼짜리 지식을 조금이라도 알려드릴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반성을 했습니다. 그렇게 머리를 쥐고 자책을 하고 있을 때, 문득 열매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나무 열매는 다 익으면 떨어질 때 조용히 떨어질 텐데, 아직도 젊은 혈기가 남아 저 잘난 멋/맛에 떠들었구나.’라고 말입니다. - <나무의 미학_다 익은 열매는 떨어질 때를 압니다> 중에서

자식은 부모의 등 뒤를 따라간다는 말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뽑아내어 기른 열매들은 부모를 닮아 똑같은 길을 걸어갑니다. 저 역시 아버지가 나무를 좋아하신 것처럼 나무와 벗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부모들이 자신을 희생하면서 정성껏 키운 아이들은 훌륭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 일은 언제나 그 결실이 탐스럽기 때문입니다. - <나무의 미학_열매를 맺으려면 온몸의 진액을 다 쏟아 부어야 합니다> 중에서

보통 나무는 이파리가 먼저 나오고 뒤이어 꽃이 핍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사과나무, 배나무도 그런 종류들입니다. 그러나 홍괴불나무와 매화는 꽃이 먼저 피고 이파리가 나옵니다.

꽃을 먼저 피우는 나무가 이파리만 있는 나무에게 “너는 언제 꽃을 피우니?”하고 물었습니다. 이파리만 있던 나무가 대답합니다. “응, 나도 충실하게 준비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어.”

다른 이가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얕보아서는 안 됩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처럼 꽃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나도 꽃필 때가 있었듯이 다른 이에게도 꽃필 때가 반드시 옵니다. 내가 먼저 꽃을 피웠다고 남의 꽃보다 더 아름다우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 <나무의 철학_꽃이 먼저일까요, 잎이 먼저 일까요>> 중에서

상처를 두려워해서 나무를 온전히 옮기려고 하면 도리어 나무를 죽이게 됩니다. 아끼는 나무일수록 가차 없이 상처를 내야 합니다. 땅에서 뿌리를 잘라 뿌리돌림을 한 후 나무를 옮기면 뿌리로 수분 공급은 잘 안되는데 가지에서는 수분 증발이 계속 이루어지기 때문에 뿌리를 잘라낸 만큼 가지를 쳐주지 않으면 죽게 됩니다.

사람도 과거의 것에 자꾸 연연하게 되면 스스로를 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과거에 내 팔다리를 하나씩 묶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에 상처가 난 만큼 미래에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봅니다. - <나무의 철학_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중에서

이곳, 생각하는 정원은 거대한 실험장과 같습니다. 과문하고 불민한 저를 깨닫고 느끼게 해주려고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자금과 노력이 투여된 연구실입니다. 여기에서 생명의 아름다움도, 인생의 철학도, 일상의 문학도, 시장의 경영도, 세상의 이치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다양하고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는 국가와 인종, 이념을 더나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나무의 과학_생각하는 정원은 최고의 실험실이었습니다> 중에서

향기가 천리나 산다고 하여 천리향(千里香)이라고 부르는 나무가 있습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서향(瑞香)’이라고 하지요. ‘상서로울 서(瑞)’자를 쓰는 걸 봐서 향기가 좋아 가슴까지 후련하고 머리도 맑아지게 하는 나무라는 의미인가 봅니다.

꽃이 지기 전에 향기가 먼저 사라집니다. 향기가 사라지면 꽃이 진다는 뜻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향기를 가지고 계신지요? 꽃을 싼 종이에는 향기가, 생선을 싼 종이에는 비린내가 남습니다. 있는 곳에서 그윽한 향기로 주변을 즐겁게 해주는 우리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나무의 과학_천리향>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생각하는 정원은 제주도에서 교수로 있을 때 손님이 오면 모시고 몇 차례 갔다 왔던 곳이라 반가움에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초창기에는 분재원이라는 이름으로 되어있었던 곳이었다. 처음 관광을 하려고 정원을 찾았을 때, 정원을 만든 분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다. 돌 하나하나를 옮겨가면서 피와 땀으로 만든 정원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90년대 초반 분재라는 것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던 시절에 나무에 갖은 정성을 들여서 키운 열정에 존경을 표했었던 기억이 새롭게 다가왔다.

대를 이어서 정원을 가꾸고 운영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을 졸업하고 부모님들을 도와드리기 위해 과감하게 도시생활을 접고 친구도 아는 이도 없는 낯선 곳에서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 이제 50대 중반을 넘는 시점에서 30여 년 동안 정을 나눴던 정원과 나무들에서 삶의 지혜를 얻은 것을 나누는 모습은 박수를 받아야 될 거 같다.

어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장인이 되고, 명장이라는 호칭을 얻기까지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져야만 하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생각하는 정원을 만드시고 오늘날까지 성장시키고 발전시킨 성범영 원장이나 저자는 장인이고 명장이라 생각된다. 한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통해 인생의 지혜를 얻어야 될 것이다.

최근 최저인금이 인상되면서 상당수의 젊은 친구들이 쉽게 일자리를 찾고 일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모습들이 뉴스에 자주 나오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순간순간은 넘길 수 있지만 마라톤 같은 긴 인생의 여정을 가야되는 점에서 길게 보는 안목을 가지기를 권하고 싶다.

자연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얻고 있다. 특히 저자가 얻은 것과 같은 삶의 지혜를 누구나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 책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의 지혜를 가득 얻어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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