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활자 중독자입니다》독서노트
《나는 활자 중독자입니다》독서노트
  • 손혜철
  • 승인 2019.01.12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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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로진 저, 왕의서재, 2018.12.28.

이 책의 콘셉트는 ‘고전에서 받은 위로’다. 자존감, 관계, 일, 감정, 정의 등 5개 장 마다 7개의 상황에 해당되는 모두 35개의 고전과 이야기가 실려 있다. 책의 기획은 서문에 나와 있듯이, 호텔마다 비치된 기드온 성경책 뒷장의 ‘도움이 되는 성구 찾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 책에는 두려울 때, 걱정될 때 등 34개의 상황 각각에 위로되는 성경 구절을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고전 입문서로서 활용하기에 좋다. 매 주제마다 35권의 고전을 잘 요약해 놓았기 때문이다. 고전의 면면을 압축적으로 정리해서 핵심을 엿볼 수 있다.

요즘 고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읽고 있다. 율곡 이이의 《성학집요》, 《맹자》,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등 각각 한국과 중국 그리고 서양의 철학 고전이다. 《성학집요》를 읽으며 고전의 깊은 맛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다. 고전 말고 다른 책은 못 읽겠다는 생각도 든다. 책을 취미가 아니라 전력을 다해 읽으며 삶에서 실천할 것이다.

책을 읽으며 다가오는 구절과 내 생각을 간단히 정리하며 독서노트를 남긴다.

나도 활자 중독자다

밥과 돈 사이에 활자가 있었기에 나는 살았다. 밥과 돈이 내 삶의 물질 영역을 담당했다면 활자는 영혼 영역을 책임졌다. 밥이 소화기관, 돈이 내분비계를 장악할 때 활자는 가만히 손끝을 애무했다. _ p.5. 서문

나도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활자 중독자다. 나는 놀 때, 실직했을 때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2007년 쉴 때 부산 금정도서관에서 이지성의 <꿈꾸는 다락방>을 읽었다. 별 보상은 없었다. 그래도 읽고 또 읽었다. 그저 읽는 것 그것이 목적이었던 것 같다.

나는 책을 버렸으나 책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 _ p.9. 서문

저자는 두 번의 분서갱유를 단행했다. 2004년 말, 3천여 권을, 2015년에 대학살 수준의 책을 버렸다. 집필과 삶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하지만 고전을 읽으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내 실력을 키워야 한다

맹자는 “조맹에 의해 좋은 자리에 올랐다면 조맹에 의해 추락할 수도 있다”면서 타인에 의해 귀하게 됐다면 타인에 의해 천하게도 될 수 있다고 일갈한다. _ p.33

결국 내 스스로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남이 만들어준 자리는 덧없는 것이리라. 잘 돼도, 못 돼도 내 사업을 하는 것이 매력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 역사상 가장 억울한 인물은 남이(1441~1468)일 것이다. _ p.244

남이는 20대에 오늘 날 국방부 장관인 병조판서에 오른 인물이다. 세조 때의 무신으로 공을 세워 파격 승진을 했다. 하지만 세조가 죽고 예종이 왕위에 오르자 유자광의 모함, 예종의 시기 등으로 3일 만에 역모의 누명을 쓰고 몸이 찢어지는 거열형을 당해 죽었다.

남이 장군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도 지난 해 억울한 일을 당했다. 내가 힘이 없어서 무능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몰두해야 할, 그래서 키워야 할 힘은 ‘필력’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 억울할 때마다 필력을 키워야겠다,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왠지 그러면 될 거 같아서였다.

자신을 지켜라

내 속의 귀함을 희생시키면서 일하면 나를 잃고 만다. 나를 잃고 월급을 받은들 무슨 소용이랴. _ p.36

나를 잃지 마라. 나 자신을 잃지 마라. 나를 지켜라.

고전의 정의와 특징

고전이란 무엇일까? (…) 고전은 단지 ‘오래된 책’만은 아니다. 두고두고 읽히며 인류에게 지혜를 주는 책은 모두 고전이다. (…) 바하와 베토벤의 음악이 여러 번 들어도 또 듣고 싶듯이 고전은 읽고 또 읽어도 새롭다. _ p.119

신선한 문장

마약 중독자는 마약에 중독되고 활자 중독자는 활자에 중독되듯 복수는 복수 자체에 중독된다. _ pp.222~223

장인에게 배운 지혜

저자는 2014년 겨울 전남 장성 산골에서 도예가 김형규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 도자기들의 판로는 어떻게 구하시는지요?”

“글쎄요… 저는 도자기를 만들 때 이걸 어떻게 팔아야 하나,

어디다 팔아야 하나 고민하지 않습니다.”

“왜죠?”

“깊은 산속에 꽃이 피어 있지 않습니까? 그 꽃이 향기가 나고

어여쁘면 벌 나비들이 알아서 찾아오지요. 저는 오직 그 심정

으로 그릇을 향기롭고 예쁘게 만들 뿐입니다.”

“!”

_ p.151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게 하는 것이다. 나를 비워야 한다. 벌과 나비가 찾아오는 향기롭고 예쁜 꽃의 심정을 잊지 말자. 나도 저자처럼 글을 쓰고 책을 쓴다. 이글 뒤페이지에 실린 저자의 심정에 깊이 공감했다. 독자보다는 내가 쓰고 있는 글에 정성을 다하겠다.

_ 이태우미래경영연구소장 dnetpro@naver.com

: 작가, 칼럼니스트, 강사. 《혼자 알기 아까운 책 읽기의 비밀》(연지출판사) 저자. ‘초서鈔書독서회(양산도서관)’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