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Q 학수가 무명 래퍼다 보니 연기를 꿈꾸지만, 연기를 할 수 없었던 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을 것 같다.

저보다는 학수의 상황이 훨씬 힘들었을 거다. 사실 돌이켜보면 '파수꾼'으로 데뷔하고 꾸준히 연기했고 많은 필모그라피를 쌓았지만, 5년 동안 성과가 없었다. ‘파수꾼’을 통해 세간의 관심을 좀 받고 알게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다. 더 많은 관객분들에게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됐다.

학수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에게 랩을 들려주고 싶어서 계속 떨어지는 '쇼미더머니'에 나가고 좌절하고...제 감정을 학수의 감정으로 치환시킨 게 있다.

Q 한예종 선후배 사이인 김고은과 알고 지낸 시간 덕분에, 학수와 선미 투샷에서 '옛 친구'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스크린에 표현됐다.

김고은은 스무 살 때부터 알았다. 같이 데뷔한 상렬 역의 배제기, 구복 역의 최정헌과도 친하다. 모두 다 같이 놀자는 분위기라 배우 8~9명이 금방 친해졌다. 새로운 영화를 찍을 때 동료 배우들과 친해져야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되는 거다.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배우들 간의 벽이 없었다.

Q 촬영장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감독님이 선뜻 본인 책임이라고 말씀하신다 들었다.

절대 화를 안 내신다. 겨우 두 작품이지만 현장에서 누구에게 큰소리 내는 것을 못 봤다. 그래서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모두 감독님을 좋아한다. 좋아할 수밖에 없다.

Q 배우들의 말을 모아보면 이준익 감독님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분인 것 같다. 권위적이지 않고, 작품과 행동으로 존경심을 갖게 되는 아티스트 같다.

감독님이 아티스트라는 말을 안 좋아할 것 같다. (웃음) 그 누구보다 생각이 많으시다.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지만 굉장히 따뜻하고 좋은 어른이다. 사람을 좋아해서 누구 욕하는 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제게도 선의의 행동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수 있으니 늘 조심하라고 조언을 해주신다. 좋다.

 

Q 그래서 김고은 배우가 이준익 감독님의 다음 작품에 꼭 출연할 거라고 하더라.

아마도 내가 할 것 같은데. (웃음) 감독님이 김고은을 진짜 좋아하고 너무 아끼신다. 연기를 잘하기도 하고 소박하고 성격도 털털하니까.



Q 배우 고준의 연기 변신도 인상적이었다. 그의 전작 ‘미스티’를 모르면 현장 캐스팅인가 싶겠더라. 극 중 친구 설정인데 나이 차이 때문에 불편하지 않았나?

고준 배우는 예전에 킥복싱도 하고 좀 무서운 형이다. 저보다 9살 많은데 먼저 다가와 줬다. 현장에서 형을 놀리면 그걸 잘 받아주고 친구처럼 잘 섞였다. 용대와 학수는 친구라 불편한 감정이 있으면 안 되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배우 고준이 멋있는 게 극장에 오신 관객분들이 고마워서 즐겁게 해주고 싶어한다. 무대인사 가면 ‘케빈 리 입니다'하고는 '나 용대여~' 이런다. (웃음) 삼행시하고 별거 다 한다. 저는 랩하고 고준 형은 즉흥 연기하고 이벤트 하는 모습을 보면 이 자리가 너무 좋고 진짜 고맙다는 게 느껴진다.

Q 회상 장면에서 교복 입은 모습이 등장한다. ‘파수꾼’ 팬들은 희준(백희 혹은 베키)가 떠오를 법하다. 과거 장면에서의 학수는 어떤 면을 중점을 두고 표현했나.

현재의 학수보다는 발랄하게 성격을 표현했다. 영화에서 학수는 엔딩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웃지 않는다. 워낙에 힘들게 살아온 친구라 뭐든 튕겨내는 아이라 온전히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피해서 웃음이 없어졌을 거다. 조금이라도 귀여운 구석이 보이게끔 연기해서 그렇게라도 관객이 학수에게 정이 갔으면 싶었다.

Q 김고은은 '변산' 촬영 현장을 ‘행복했다’고 표현했다. 그 현장은 박정민에게도 행복했었나?

다들 너무 행복해하더라. (웃음) 해야 하는 수만 가지 일들로 너무 힘들었다. 어쨌든 현장이 즐거운 거라는 걸 느꼈고 즐겁게 촬영했다. 단 촬영이 끝나고 가사 쓰다 뻗고 일어나면 또 가사를 쓰는 고된 시간의 연속이었다. ‘변산’이 이준익 감독의 현장이 아니었다면, 김고은과 함께 출연한 친구들이 없었다면 정말 병원 신세 졌을지도 모른다.

Q 배우들의 이런 증언(?)을 접하면 촬영하면서 행복했다는 말에 진정성이 느껴진다.

배우들이 촬영 이틀 전에 촬영현장에 오고 그런다. 회식을 많이 했는데 그 자리엔 배우들만 있는 게 아니라 스태프들도 함께 모인다. 다 같이 술 마시며 수다 떨고 촬영에 대해 서로 피드백 받는다. 이준익 감독님 촬영장에서 12시간 촬영을 넘긴 적이 없다. 9시간만 있으면 끝난다. 중간에 쉬는 시간도 길고. 참 이상한 현장이다.



Q 영화 ‘타짜3’ 촬영을 앞두고 있다. 포털사이트 실검 1위에 오를 만큼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너무 무섭고 부담이 된다. '타짜'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영화계 한 획을 그은 레전드 작품 아닌가. 선배님들이 만들어 놓은 아성이 있는데, 그걸 잘 이어가야 하는 부담감이 크다. 다행히 류승범 형님이 출연한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좋았다. 잘 만들어야 한다.

Q 개봉 준비 중인 작품으로 오컬트 영화 '사바하'(감독 장재현)와 SF물 '사냥의 시간'(윤성현)이 있다.

올해는 ‘사바하’ 개봉이 남아있다. 데뷔작 ‘파수꾼’으로 만났던 윤성현 감독의 신작 ‘사냥의 시간’은 아직 촬영 중이다. 제 분량은 끝났지만.

Q 포스터에 '당신의 청춘은 개완('개운'의 전라도 사투리) 한가요?'라고 묻는다. 촬영하면서 어느 순간 가장 개운했나.

개운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마지막 촬영이 ‘쇼미더머니’ 무대 장면 찍은 날이다. 전 스태프와 출연자가 모였고 감독님 한 말씀 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 ‘아 이제 끝났구나’ 하면서 내 앞에 모든 사람들한테 너무 미안한 거다. 더 잘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했다. 저만 보고 일해 오던 사람들인데 후련하면서도 그 마음이 온갖 감정이 교차하면서 눈물이 많이 났다. 그때 스태프들이 '울지마~ 울지마' 이랬으면 그쳤을 텐데 '재 왜 저래' 이랬다. 울면서도 ‘분위기 왜 이래’ 하면서 더 울었다. (웃음)

Q 박정민의 산문집 ‘쓸 만한 인간’에 보면 ‘결국 다 잘될 겁니다’라고 적혀있다. 그 말은 여전히 유효한가.

어떤 팬분이 저한테 '정말 다 잘 되겠죠' 라고 물었는데, '그럴리가요' 라고 답했다. 다 잘될 수는 없다. (웃음) 그냥 다 잘될 거라고 그렇게 믿자.

Q 끝으로 영화 '변산'을 만날 관객분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영화 '변산'은 웃음 주는 재미있는 영화다. 박정민이 랩 하는 영화가 아니다. 부담 없이 보시면 그냥 재미있는 영화다.

 

[심뻑과의 가상 인터뷰 ③에 계속]

사진출처 : 픽클릭 한지희 기자 /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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