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가에서 보낸 일요일을 며칠 동안 오려낼 것이다

칡덩굴이 발밑으로 기어 올라왔다

상수리나무를 빠져 나온 바람이

수몰된 물줄기로 떠내려갔다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에 귀를 내주고

흐르는 구름을 눈으로 쫓아갔다

당신은 무덤가에 누워 있고

나는 그 곁에 웅크려 앉아 있다

모든 일요일마다 맨발이었지만

한 주가 지날 때마다 손발은 식어갈 것이다

그곳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서

우리만 있기에 적당한 곳이다

하루 종일 풀벌레 울음이 둥둥 떠다녔다

굽은 소나무가 보기 좋다고 말했다

구름장 사이로 파랗게 드러난 가을 하늘이 좋다고도 했다

빗방울이 떨어져서 무덤을 떠날 때까지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하루가 갔다

그렇게 일 년이 가고

다시 남은 시간이 전부 가버릴 거란 사실을

발설하지는 않았다

< 도복희 시인 >

아름다운 자연이 풍광처럼 펼쳐진 부여에서 감성 풍부한 유년기를 보내고 자연스럽게 충남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2011년 문학사상에 「그녀의 사막」으로 등단한 후

여러 문학지에 그녀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발표했다.

2016년 ‘전국계간지 우수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래도 부족한 것을 느껴,

2017년 한남대학교 사회문화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는 바람같이 살고 싶다”는 시인은 오늘도 히말라야 네팔로 떠나는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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