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내려놓고 바람같이 살라

36세 뒤늦은 출가이기에 밤낮으로 수행

불교공뉴스, 도교육청 홍보대사 등 다양한 활동

“타 종교와 소통으로 상생하는 시간 되길”

 

올해는 불기 2562년이다. 열반(니르바나)에 이르기 위해 출가한 수행자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속세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위안일지 모른다. 가보지 못한 동경의 세계이기도 하다. 불법을 통해 참다운 진리가 무엇인지 깨달음의 경지로 나가는 수행자의 모습에서 우리는 욕망과 갈등으로 시달리는 찌든 마음을 정화시키고 싶은 발원을 하게 된다. 지난 22일은 석가탄신일이었다. 옥천군 내 대성사(태고종) 사찰을 찾아 혜철 스님을 만나 출가와 인연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편집자 주

△육신의 고통 ‘출가의 길’

혜철 스님의 부모님은 모두 스님이었다. 외할머니 역시 출가 후 열반에 이르렀다. 부모님의 삶이 고단한 것을 보고 사회에서 출세하고 평범한 가정을 이뤄 살고 싶었던 스님은 병명도 없이 아프기 시작했다. 죽을 것처럼 아파 병원에 가면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했다. 영상음반협회 대전 지부장을 맡아 승승장구, 사회적으로 잘나가던 시기였다. 그는 몸의 통증으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다. 1995년 36세에 모든 것을 접고 전라도 승주 선암사로 출가하게 된 이유다. 출가자가 되기엔 늦은 나이였지만 다른 선택이 없었다. 혜철스님은 “새로운 길이 있다면 건강만 찾을 수 있다면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다 버리고 떠났다”며 “이상하게 출가하고 일주일 후부터 전혀 움직일 수 없었던 허리를 조금씩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출가 후 아침 저녁으로 절만 했고 움직이지 못하던 허리가 나중에는 90도로 내려가 절할 수 있게 됐다”고 출가 당시를 회상했다.

△수행만이 살 길

출가 후 태고종 동방불교대학에서 불교공부를 시작했다. 청소하고 밥 먹는 시간 외에는 죽고살기로 공부에 매진했다. 목구멍에서 피가 나오는 고통 속에 범패(염불)에 득음했고, 그 외에도 바라춤, 착복(나비춤), 사물다루기(목탁), 범종 등 3년 동안 제대로 염불과 불교 공부를 한 것. 그는 틈틈이 승복을 입고 택시 운전을 해 학비를 충당하기도 했다. 혜철 스님은 “내 인생에서 힘든 시기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대성사 주지· 불교공뉴스 창간

그는 이원면 대성사에 있다가 1998년 옥천읍 대성사 주지로 오게 된다. 받은 것에 대해 사회에 환원하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 2010년 ‘인터넷신문 불교 공 뉴스’를 창간하게 된다. 종교를 초월한 사회의 밝은 소식을 전국 곳곳에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전국 뉴스를 커버하는 ‘불교 공뉴스’는 8년 째가 되면서 108명의 명예기자, 8명의 정규직 기자, 불교 공 뉴스 TV에 6명 외국특파원 1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모든 인연은 내 마음이 부르는 것

1겁이란 물방울이 하나씩 떨어져 바위를 뚫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불교에서는 부부의 연을 ‘1겁의 연’이라고 한다. 스님이 말하는 결혼이란 “인생을 역전시키는 것이 아니다. 서로 양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고통과 아픔까지도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결혼은 상대방과 함께하는 수행의 과정으로 본 것. 결혼이 수행의 과정이라면 어떤 형태의 인연도 나쁠 것은 없다는 것. 하지만 스님은 “결혼은 평생의 연을 맺는 것으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살펴보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의 저서 ‘스님의 쓴 소리, 절대 혼자 살지 마라’에서 ‘첫인상의 중요성, 현재가 아닌 미래의 모습,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 결혼 준비의 핵심 등 행복한 결혼을 위한 인간관계의 법칙’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세상 모든 인연은 내 마음이 부르는 것, 이 좋은 세상, 왜 혼자 살려고 하는가”라고 대중에게 반문한다. 1,200쌍의 결혼을 성사시킨 확실한 커플 멘토답게 스님의 안내는 간단하지만 분명했다. 스님의 저서로는 ‘길 누군가와 함께라면’ 외 다수가 있다.

△혜철, 그가 걸어온 길

혜철 스님은 대성사 주지와 ‘불교공뉴스’ 대표 외에도 한국불교 태고종 홍보부장, (사)원봉문화복지회 이사,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충청북도 상임대표, 충청북도교육청 홍보대사, 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홍보대사 등 다양한 종교 및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청주교도소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교도소 위문 공연, 상담 등을 통해 수용자 교화에 힘써 왔다. 또한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성직자 등으로 구성된 ‘충북종교인사랑방’에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종교간 화합을 도모해왔다.

이런 본업 외에도 세간에는 ‘중매쟁이 스님’ 혹은 ‘커플매니저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스님은 “결혼 못한 남녀와 그 부모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인연 맺어주기가 어느덧 수행의 업이 돼버렸다”며 크게 웃었다.

그는 충청북도와 협력해 2005년부터 선남선녀 인연 맺기 사업을 시작했다. 선남선녀 인연맺기 사업으로 2013년에는 인구의 날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소통과 상생의 길

지난 22일 옥천 대성사 사찰에 사제복을 입은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불기 2562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세종 부강성당 이길두 주임신부를 초청, 특별법회를 봉행한 것. 이날 법상에 앉은 이 신부는 신도들에게 “국민화합을 위해 종교인이 먼저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종교의 화합과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부처님과 예수님처럼 자비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전했다.

혜철 스님은 2004년부터 타 종교와의 두터운 벽을 허물기 위해 ‘아기예수님오신날’ 천주교 옥천성당 성탄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또한 2010년 천주교 청주교구 이길두 신부가 연등을 달고 직접 봉축메시지를 불자들에게 전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이길두 신부의 방문은 2010년 이래 8년 만에 다시 이루어진 의미 있는 날이었다.

이날 이길두 신부의 설법으로 진행된 대법회 후 ‘제11회 옥천대성사 최은혜 산사노래교실 음악회’가 대웅보전 앞 특설무대에서 진행돼 사찰을 찾은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옥천향수신문사 도복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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