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현장, 보리수 아래 금강보좌는 발 디딜 틈도 없어

보드가야는 지금 세계불교도들의 발길로 가득 차 있다. 필자는 델리대학에서 워크숍을 끝내고 21일 에어 인도 항공편으로 가야역에 도착했다. 40여 년 전 태국에서 비구수업을 마치고 인도 불적지(佛蹟地)와 16대 불교성지를 순례하기 위해서 갔던 때가 엊그제 같다. 당시에는 태국에서 스리랑카로 갔다가 스리랑카에서 타밀나두 주의 주도 마드라스(첸나이)로 항공편으로 가서 마드라스에서는 열차편으로 인도 동해안을 따라서 캘커타(콜카타)로 가서, 기차 편으로 가야역에서 내려서 보드가야(붓다가야)로 간 적이 있다. 이후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국제 불교활동을 하면서 인도를 수없이 다녔다. 이번 보드가야 행은 모르긴 해도 30여 차례는 되지 않을까 한다. 올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항상 새롭다는 그 한마디이다. 현지 사정을 감안하면 불편하기가 이를 데 없는 곳이 인도이고, 보드가야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보드가야는 다른 지역에 비교하면 좀 나은 편이다. 불심으로 가득한 타운이고 저마다 신심과 기도하는 마음으로 오기 때문에 그 진지함은 필설로 형언키 어려운 그 무엇인가 기운이 가득 차 넘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보드가야는 고오타마 싯다르타가 6년 고행 끝에 피골이 상접한 채, 전정각산(前正覺山)에서 내려와서 수자타 마을에서 우유죽을 공양 받고 기운을 차린 다음, 이곳 니련선하의 강둑이었던 어느 지점인 보리수아래서 여장을 풀었다. 가진 것이라고 해 봐야 삼의일발 정도였다. 그야말로 무소유의 쉬라마나(사문)였다. 그에게는 세상의 소유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苦)의 해결이었다. ‘고(suffering)’를 해결하기 위해서 6년이란 세월을 요가와 명상으로 잘 먹지도 못하면서 고행수도(苦行修道) 했으나, 지나친 고행은 그에게 아무런 도과(道果)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이에 방향을 바꾸고 생각을 고쳐먹은 다음, 이 보리수 아래에서 좀 여유 있게 중도적인 수행을 하기로 하고 좌선삼매(坐禪三昧)에 들었다.

좌선삼매에 들면서 명상이 아주 잘 진행되어서, 어느 날 새벽녘 동쪽에서 떠오르는 샛별을 보자마자 무상대도(無上大道)를 성취했다. 이를 견명성오도(見明星悟道)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순간 고오타마 싯다르타는 일조무우(一朝無憂)의 성도자(成道者)인 각자(覺者)인 붇다가 되신 것이다.

하루아침에 근심(苦) 없는 경지에 이르러서 성인이 되자, 그에게는 혼자 이 법열(法悅)을 즐길 수만은 없어서 길을 나섰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함께 수행했던 다섯 명의 도반들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바라나사 갠지스강변 모래사장에 있을 것으로 추측, 그리로 향했지만, 그들은 사라나트(녹야원) 숲속에 있었다. 그들은 부처님을 보자마자 달려와서 예배하면서 스승으로 모셨다. 부처님의 얼굴은 이미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5비구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로써 불교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불교4대성지라고 하면, 보드가야 사르나트 쿠시나가라 룸비니동산이다. 보드가야는 부처님의 성도지(成道地)이고, 사르나트(녹야원)는 초전법륜지(初轉法輪地)이며, 쿠시나가라는 열반지(涅槃地)이고, 룸비니는 탄생지(誕生地)다. 불교 4대 성지이다. 이밖에도 8대 성지 16대 성지가 있다.

왜, 성도지인 보드가야인가? 부처님은 이곳에서 깨달음을 성취한 영장(靈場)이기에 세계 각 국의 출가자나 재가자나 다 이곳 보드가야의 보리수 아래 금강보좌를 찾아와서 부처님의 숨결을 듣고 일조무우(一朝無憂)의 깨닫는 자가 되려고 먼 길을 마다하자 않고 불편을 감수하면서 찾아오는 것이다. 한 소식이란 무엇인가? ‘일조무우’란 말처럼 하루아침에 근심을 해결하고자 함이 바로 ‘한 소식’이다. 한 소식 뭐 대단한 것 아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한 소식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보드가야 보리수 금강보좌를 찾는 것조차도 하찮게 여기는데, 글쎄올시다.

아무튼 보드가야를 찾는 것만으로도 ‘일조무우’의 반쯤은 성취했다고 찬탄하고자 한다. 찾아온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불교도의 도리를 다 한다고 본다. 미처 못 오신 분들을 위해서 함께 보드가야의 영장의 기운을 함께 나누면서 공유하고 싶어서 보드가야의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보드가야는 지금 세계불교의 중심 타운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보드가야에서 불교를 보고 도인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은 활기 넘치는 불교타운으로 급성장 하고 있는 생동감 넘치는 보드가야의 현장을 더 소개하겠다. <계속>

보드가야에서=원응스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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