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종교]불기 2556년 부처님오신날

온 누리에 푸른 생명의 물결이 고동치고 가벼운 발걸음에는 기쁨이 번지고 있습니다. 합장하는 손끝마다 고마운 인연을 생각하고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의 끝자락, 우리 불자들은 부처님을 맞는 기쁨으로 가슴 설렙니다.

최상의 깨달음을 얻으시어 모든 생명의 진정한 가치를 선언하신 부처님, 스스로 자비의 삶을 살아가신 위대한 인류의 스승 석가모니 부처님을 생각합니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탐욕과 어리석음에 빠져 고통 받는 중생들을 위해 여기 사바에 오셨습니다. 또한 자비의 원력으로 불화와 갈등과 끝없는 윤회의 굴레에서 헤매는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것입니다.
진정 부처님의 오심으로 이 세상은 어둠이 밝음으로, 슬픔이 기쁨으로, 고통이 해탈의 자유로 바뀌었으며 너와 내가 한 마음으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지혜롭고 자비롭게 살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인연의 도리를 깨달아 ‘상대가 없이는 나도 없다’는 무아의 자리에서 너와 내가 둘이 아닌 동체대비의 마음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서로를 배려하며 소통과 화합으로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인연법을 펼쳐야 합니다.
이러한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로 살아갈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과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뜻 깊은 날을 맞아 우리는 부처님을 닮아가겠다는 원력으로 생활과 수행을 하나로 하는 불자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 종단은 특히 주경야선의 수행풍토를 주창하여 하루하루 땀 흘려 일하고 기도하는 생활불교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모든 출가 수행자에게는 농사를 통하여 마음 다스림의 기초를 닦게 합니다. 자연에서 먼저 배우라는 가르침입니다.

하나의 씨앗이 땅에 묻혀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까지는 사계절의 순환이 필요합니다. 오랜 기다림과 그리움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성공, 참된 성숙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조급하게 앞만 보고 내달리는 삶은 결코 지혜로운 삶이 될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시작과 끝을 한정한 직선적 사고보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무시무종(無始無終)의 곡선적 사고를 중시하셨습니다. 이는 공(空)사상과 원(圓)의 철학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성공과 행복은 마지막 순간에 쟁취해야 할 목표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빛나고 있어야 합니다. 모든 과정이 그대로 목적이 되어야 하며 불자의 삶으로 회향되어야 합니다.
싹이 트고 잎이 피어나는 한 순간 한 순간이 모두 꽃이고 열매인 것입니다.
이는 『법화경』에서 말씀하신 ‘제법실상(諸法實相)’의 가르침이기도합니다.

우리 모두 부처님을 가슴에 모시고 자신의 길을 유유히 걸어갑시다.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말없이 진흙에 뿌리를 내려 아름답게 개화하는 연꽃처럼 소박하고 조용히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야합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우리 불자들은 다시 한 번 부처님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며 스스로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이웃을 행복하게,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보살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천태의 모든 불자님들과 함께 이 땅의 중생들이 기쁨의 향기로 그 삶을 가득 채우기를 축원합니다.

불기 2556년 부처님오신날

대한불교 천태종 총무원장직무대행 김 무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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