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사회]춘분(春分)을 지나자마자 곧바로 ‘물의 날’을 맞았습니다. 그리곤 불과 하루도 안 되어 하늘에선 이를 인지한 듯 마구 봄비가 쏟아졌지요.

그래서 말인데 평소 절절이 느끼는 터이지만 사람은 변해도 자연과 기상은 여전히 우릴 속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여간 모처럼 해갈의 봄비가 촉촉하고 보니 불현듯 가수 이은하의 히트곡 <봄비>가 떠올라 잠시 읊조려 봤습니다.

‘봄비 속에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왔네 / 그때 그날은 그때 그날은 웃으면서 헤어졌는데 ......’ 어제 아침부터 내린 봄비는 오늘 새벽까지도 이어졌지요. 그래서 어제 야근 뒤의 오늘 아침 귀갓길에도 우산의 신세를 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동안 비가 안 와서 특히나 농민들의 시름이 깊었지요. 하여 이번 이틀간의 봄비가 촉촉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으리라 믿습니다. 비 얘기가 나온 김에 잠시 비의 종류를 알아보는 것도 그리 낭비는 아니리라 생각되는군요.

알맞게 오는 비는 ‘단비’이며,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는 ‘약비’입니다. ‘는개’는 안개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 보다 좀 가는 비를 뜻하며, ‘이슬비’는 아주 가늘게 오는 비인데 보슬비라고도 합니다.

햇빛이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는 ‘여우비’이고, 여름으로 계절이 바뀌어 물을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를 일컬어선 ‘억수’라고 한답니다. 또한 이 즈음의 ‘장대비’는 굵은 빗발의 비가 쉴 새 없이 세차게 내리는 비이기에 한데서 노동으로 밥을 먹는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쉬기도 하지요.

지난 시절, 이러구러 사정이 복잡다단한 까닭으로 소년가장이 되어 우산장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비닐우산 하나는 500원이었는데 하나를 팔면 200원이나 남은 꽤 짭짤한 수입을 안겨다 주었지요.

그렇게 우산을 판 돈으로 병이 드신 홀아버지와 애면글면 힘겹게 먹고 살았습니다. 당시엔 지금처럼 좋은 시절이 아니어서 아이스케끼조차 이걸 통에 담아 다니는 이들에게서 고물 따위를 주고 바꿔 사 먹어야 했지요.

근데 이따금 철없는 아이들은 제 아버지가 비 오는 날의 언젠가 저에게서 사간 듯도 싶은 죄 떨어진 비닐우산까지를 들고 나오는 웃지 못한 촌극까지를 스스로 연출하곤 했던 것입니다. 그러면 그 아이스케끼 장사 아저씨는 이렇게 버럭 고함을 지르곤 했지요.

“이 녀석아, 이건 마병장수조차 거들떠도 안 보는, 그야말로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겨. 근데 다른 고물은 없냐?” 여하튼 그래서 저는 지금도 비가 내리는 날에 우산을 보자면 왠지 그렇게 고맙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운 것입니다.

어제 오늘 내린 봄비가 배추의 작황까지 활성화시켜 김치가 아니라 ‘금치’라는 오명까지를 서둘러 벗겨줬음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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