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사회]서울대학교 총동창회 명의로 <서울대 인명록>과 지로영수증, 그리고 안내문이 도착한 건 지난 3월 7일입니다. 택배로 도착한 이 내용물을 개봉하니 15만 원이나 되는 거액을 납부하라는 지로용지까지 있어 화들짝 놀랐지요.

‘공짜로 주는 줄 알았더니 아니네!’ 여하튼 인명록의 주인공은 딸이고, 또한 서울서 여전히 공부(대학원)를 하고 있는 터임에 냉큼 녀석의 휴대전화를 눌렀습니다. 그리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딸의 말이, 모교의 총동창회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사업’의 일환이라면서 부탁을 하기에 승낙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딸이 하는 일엔 한 치도 빈틈이 없지요. 그래서 저도 선뜻 딸의 의사를 존중해 주기로 했습니다. “잘 했다! 자랑스런 우리 딸이 나온 대학의 인명부이고 하니 거실의 책장에 보란 듯이 꽂아둬야겠네? 그나저나 이 인명록의 대금은 아빠가 내 줄게.”

하지만 딸은 한사코 제가 내겠다고 우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녀, 이런 건 아빠가 내는 겨.” 그렇게 설득을 시켰음에도 딸은 여전히 막무가내였지요. “가뜩이나 박봉에 엄마까지 편찮으셔서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저까지 괜스런 부담을 드리면 안 되잖아요!” “......!!”

맞는 말이긴 했으되 기왕지사 칼집에서 나온 칼이요, 또한 남아일언은 중천금인 법이었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딸과 타협의 물꼬를 틀기로 했지요.

“그럼 이렇게 하자꾸나, 이번 달 네 용돈을 여유가 없어 아직 못 보냈는데 그 금액을 이 인명부 대금으로 내는 걸로 상쇄하는 건 어떨까?” 그제야 비로소 못 이기는 체 저에게 져주는 딸이었습니다.

그랬는데...... 보름도 넘었거늘 여태껏 그 인명부의 대금을 납부를 못 하고 있네요. 그건 여전히 제가 경제적으론 엄동설한이 지속되고 있는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춘래불사춘’인 것이죠. 하여 오늘은 노파심에서 딸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안녕? 서울대 인명록 대금은 다음 달 초 00에서 원고료 들어오는 대로 낼 테니 혹시 전화(독촉) 오면 그리 답하렴. (그리고 오늘은) 비오니까 우산 챙기고...♥♥♥”

딸에게서 답신은 금세 도착했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해요.♥ 아빠도 비오니까 길조심 하시구요^^ 오늘도 힘내세요~!~”

아들도 마찬가지지만 딸 역시도 어려서부터 예의범절을 준수하며 잘 자라게끔 가정교육에 열심히 몰두했습니다. 이 중엔 물론 겸양 (謙讓)도 포함되어 있지요. 그래서 오늘날 두 아이가 모두 주변에서도 칭찬이 자자한 미래의 동량이 되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속이 빈 부대자루는 곧게 설 수 없습니다. 또한 부녀지간에도 겸양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 개인적 가정교육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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