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사회]해마다 1회씩 고향의 초등학교 총동창회 주최 운동회가 열립니다. 여기에 가면 세월과 나이까지를 잊고 금세 동심의 세계로 회귀하게 되지요.

작년에도 참석한 이 운동회에선 청백계주 외 줄다리기, 그리고 댄스파티와 심지어는 선배님들의 회갑잔치까지도 열어 드렸습니다. 이중에서 단연 백미는 줄다리기입니다. 수십 명 씩 인원수를 맞춰 동아줄을 당기는 놀이이자 문화죠.

한데 이 줄다리기를 하노라면 여기에 동원된 동문들의 얼굴 모습이 그야말로 십인십색이자 각양각색입니다. 또한 필승을 외치며 구슬땀도 모자라 비지땀까지를 줄줄 흘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인지라 큰 박수까지를 인색하지 않게 하지요.

여하튼 줄다리기가 끝나면 각자 <00회 동창회>가 적혀있는 그늘막 아래로 접어들어 타는 목마름을 냉수 내지 술로 식히는데 그럴 때 저는 선배님들의 그늘막을 찾곤 했습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 13회 동문 홍경석입니다. 제가 드리는 술 한 잔 받으십시오.”

그럼 선배님들께선 얼싸 좋다며 흔쾌히 잔을 받으시죠. 충남 당진시 송악면 기지시리는 주민과 만드는 ‘기지시 줄다리기’가 전국적 명성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4월 12일부터 15일까지 펼쳐지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75호인 ‘기지시 줄다리기 민속축제’에 가면 여기에 등장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하나같이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주지하듯 ‘줄다리기’는 민속놀이의 하나로서 여러 사람이 편을 갈라서 굵은 밧줄을 마주 잡고 당겨서 승부를 겨루는 일종의 문화입니다. 그런데 이 놀이가 재밌고 의미까지 깊은 건 우선 모두가 최선을 다 한다는 것이죠.

다음으로 밀고 당기는 와중에서의 상대방을 의식한 의도적 익살의 난무, 예컨대 연전 개봉된 방화 <황산벌>에서의 백제와 신라의 교전 중, 배꼽을 잡게 하는 참전 병사들의 욕지거리의 풍년까지를 엿볼 수 있어 더욱 흥미진진합니다. (그렇다고 진짜 이 행사에서 욕을 한다는 건 아닙니다!)

기지시 줄다리기의 또 다른 화두와 어떤 핵심은 현대판 식스포켓(six pocket) 현상의 발견이란 것이죠. 부모도 모자라 친조모와 외조모 등 무려 6명으로부터 용돈을 받아쓰는 아이들을 가리키는 용어인 ‘식스포켓’처럼, 줄다리기 행사에 나온 이들은 모두가 십시일반의 정성으로 최선을 경주한다는 의미 말입니다.

강산만고주인물백년빈(江山萬古主人物百年賓)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는 강과 산은 만고의 주인(主人)이지만 사람은 ‘고작’ 백 년도 못 살고 이 세상에 잠시 왔다가는 손님이란 뜻이죠. 그래서 말인데 후일 이 시대의 사람은 가고 없어도 기지시 줄다리기의 아름다운 문화는 영구 불멸하게 계속하여 존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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