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사회]요즘 신혼부부들은 거개가 외국으로까지 신혼여행을 떠납니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이니 그깟 사치와 과시욕쯤은 남들처럼 부려도 된다는 비교의식과 우쭐함까지를 피력하면서 말이죠.

그러나 이같은 낭비 풍조 또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욱 고착화되고 있는 즈음의 자본주의 국가에선 기실 있는 자들의 얘기일 따름입니다. 즉 없이 사는 사람들로선 여전히 외국여행은 화중지병(畵中之餠)이란 주장이죠.

30여 년 전, 작수성례(酌水成禮)로 예식을 올릴 당시 아들은 세 살이었고 딸은 아내의 뱃속에서 빨리 세상구경을 하고 싶다며 연일 발길질을 하였습니다. 당시도 퍽이나 가난하였기에 신혼(?)여행은 언감생심이었지만 처가와 지인들의 강권에 의해 아니 갈 순 없었지요.

돈이 많이 안 드는 고작 1박만의 충북 보은의 속리산으로 결정한 건 어쩌면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한 여행 스케줄이었습니다. 한데 문제는 아들이 자꾸만 같이 가겠다고 울며 보채는 것이었지요.

“네 엄마랑 아빠의 ‘신혼여행’에 네가 끼면 재미없으니까 너는 가면 안 돼!” 주변사람들은 그렇게 만류했지만 그럴수록 아들의 성화는 더 했습니다. “하는 수 없지 뭐, 함께 가자꾸나.”

그런 뒤 속리산에 도착하여 값이 싼 여관을 얻고 산채백반과 소주로 늦은 저녁을 때웠습니다. 이튿날엔 법주사에 들어가 부처님께 우리 부부의 백련해로를 부디 보살펴 주십사고 발원했고요.

세월은 여류하여 재작년에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대기업에 덜컥 합격하는 낭보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저 멀리 거제도의 외도로까지 가족여행을 가자는 것이었지요. “너무 멀지 않을까?” 하지만 황소고집의 아들은 막무가내였습니다.

“과거 두 분의 신혼여행에 불청객이자 훼방꾼이었던 아들이 모처럼 보내드리는 여행이니 사양하시면 안 돼요! ^^” 덕분에 ‘동양의 나폴리’라는 통영을 경유한 외도 여행을 흡족하게 즐길 수 있었지요.

외도를 나와선 비싼 해산물 요리로 두둑하게 배까지 채우니 그 어떤 만석꾼조차 부럽지 않았습니다. 집을 향해 출발하면서 기특한(!) 아들의 손을 뜨겁게 잡았지요. 남해의 외도가 아무리 아름다운 산자수려(山紫水麗 )라 한들 어찌 효심이 남해보다 깊은 내 아들에 비하랴는 생각에 참 감사했습니다.

“아들 덕분에 오늘 여행 한 번 잘 했다! 고맙다!! 이제야 비로소 30년 전 우리 부부 둘만의 신혼여행을 즐기지 못 한 한풀이(?)를 했구나......” 아들이 저의 조크에 씽긋 웃었습니다. 아들의 그 미소는 만자천홍(萬紫千紅)의 꽃들보다 더 고왔습니다.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