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문화]시간이 흐르면서 동굴 안은 오리나무의 냄새, 어머니의 낡은 치마 끝자리에 걸려 있던 알싸한 바람 냄새, 그리고 마지막으로 숨을 몰아쉬던 할머니의 죽음의 냄새가 뒤섞여 날렸다.
그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저 소리……· 바람이 한 바퀴 휘몰아치더니 하회탈 할미의 얼굴이 불쑥 나타나는 것이었다.

희미하게 할미가 신세타령을 하며 베틀가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 돌아가신 할미였을 수도 있었다.
‘춘아 춘아 옥단춘아
성황당에 신령님네
시단춘이 춘일련가
시집간지 사흘 만에
이런일이 또 있는가
열다섯살 먹은 나이
과부될줄 알았다면
시집갈년 누이런가
바디잡아 치는 소리
일평생을 시집살이
아구답답 내 팔자야
베틀다리 두다릴랑
서방다리 두다리요
내 다리 두다릴랑
쌍을지은 내다리요
바디잡아 치는 소리
우리낭군 목소리요.’

할미의 노랫가락이 구슬프게 울려 퍼지고 있다.
각각의 소절마다 둥둥 울리는 징소리 장단. 그 소리 때문이었을까? 귀가 멍멍 해졌다.
머릿속 깊숙이 접어두었던 기억의 파편들이 되살아난다.
나는, 물푸레나무가 있고 우물이 있는 마당으로 들어갔다.
한낮의 폭음이 마당을 벌겋게 태우고 있는, 그 낯익은 풍경이 보인다.

 <이경 장편소설 『 탈 』는 불교공뉴스 창간기념 작품으로 2012년 봄날 출간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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