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문화] “갤러리는 그저 소수 부자들만이 들어가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들어와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결국 하나의 작은 미술관이고, 대중은 전시된 작품들을 문화예술활동으로 보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삼청동 갤러리 마롱에 근무하는 최현준 갤러리스트 (32, 사진)을 만나 미술품과 갤러리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미술을 부자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갤러리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미술관과 갤러리는 뭐가 다른가?
미술관과 갤러리는 대중에게 미술품을 소개하는 문화공간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분명 다른 점이 많다.

첫 번째는 운영방식의 차이다. 미술관은, 우리나라의 예를 들자면, 단원 김홍도, 추사 김정희,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등 근현대 역사적 가치 있는 작품의 보존과 연구에 주목적을 두고 있다. 갤러리는 상업갤러리의 목적에 맞게 고미술품, 근현대 미술품의 전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작품의 ‘판매’ 또한 병행하고 있다.

두 번째는 예산의 규모이다. 국립 또는 시립미술관의 경우 전시의 규모, 연구계획, 작품소장계획 등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검토하여 해당 부분에 대한 일정의 운영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갤러리의 경우 100% 사비로 운영되고 있다. 보통 1~2주 동안 공간을 대여하고 이에 대한 소정의 공간대여료를 받아 운영하기도 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돈을 들여 대관을 하려는 화가는 그리 많지 않아 갤러리에서 사비를 들여 진행하는 기획전시의 빈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적은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봐야 하는 입장에서 어려움이 많다

갤러리는 싸구려 작품을 비싸게 속여 파는 사기꾼이다?
한국에서는 평균적인 작품가격 산정은 ‘호당 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1호’를 ‘엽서 하나 크기’로 보고 크기가 커질수록 작품가격이 상승하는 구조이다.

20대 신인작가의 1호 크기 작품은 보통 10만원 이하, 경험과 이력이 많은 중견작가의 경우 수십 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 호당 가격은, 예외인 경우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갤러리와 작가가 상의하여 관람객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 선에서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신인작가의 평면작품을 1백만원에 구매하면, 해당 작품에 대한 보증서와 향후 전시계획을 갤러리로부터 받을 수 있다.

고객은 본인이 구매한 작품의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볼 것이고, 그렇다면 다음 전시에도 찾아가 신작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언제든지 있다.

만약 구매일 이후 다른 전시에서 해당 작가의 비슷한 크기 또는 화풍의 작품가격이 터무니 없이 차이 난다면, 본인에게 판매했던 갤러리는 한마디로 사기를 쳤다는 사실이 쉽게 드러나는 구조이다.

정말 갤러리에서 속여 팔고 어둠의 거래를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면, 어떻게 강남, 인사동, 삼청동 등 사람들 눈에 제일 잘 띄는 곳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할 수 있을까?

미술품은 부자들만 구매하고 즐기는, 그들만의 전유물이다?
사람들은 아직까지 미술품과 갤러리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K-POP, 드라마 등 다른 문화예술 분야에 대해서는 문화수출강국이라는 칭호까지 얻었지만, 아직까지 미술에 대해서는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콘서트와 연극 등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술품은 그저 소수의 부자들만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이 있듯, 갤러리에서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역작가들의 특색을 가진 작품도 있다. 그러나 유명화가 소수를 제외한 현역화가들의 대부분은 판매는 고사하고 대중에게 작품을 소개하는 일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갤러리는 그저 소수 부자들만이 들어가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들어와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결국 하나의 작은 미술관이고, 대중은 전시된 작품들을 문화예술활동으로 보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갤러리에는 꼭 작품구매의사가 있어야 들어가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미술관은 1만원 가량의 입장료를 받지만 갤러리는 대부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삼청동이나 인사동과 같은 갤러리 타운에 한 번 나가면 무료로 좋은 작품을 수천 점 볼 수 있고 본인 예산과 취향에 따라, 또는 초보자라면 갤러리스트의 조언을 받아 구매도 할 수 있다.

본인의 수입에 따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자동차처럼 미술품도 마찬가지이다. 수퍼카와같이 엄두도 낼 수 없는 고가의 작품도 있지만, 국산 경차처럼 관심을 조금만 가지면 살 수 있는, 아니 오히려 신인작가의 작은 작품의 경우 경차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돈으로도 얼마든지 미술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럼 미술품을 아무나 구매할 수 있는 것인가?
당연히 누구든지 구매할 수 있다. 물론 미술에 약간의 관심을 먼저 갖는 것이 중요하겠다. 차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차를 당장 팔기란 쉬운 일이 아니듯, 미술품에도 어느 정도의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구매를 할 의지가 생기지 않나 싶다.

 

그런 관심이 깊어지고 갤러리나 아트페어(국내외 갤러리가 모여 시장을 이루는 대규모 장터)에 다니다 보면, 양질의 작품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작가로 활동하는 작가의 경우 손바닥 크기의 유화작품을 5~10만원부터 구매할 수 있고 조금 더 예산을 잡으면 100만원 이하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갤러리 기획전시도 상당히 많다.

당장 수억 원이 없어도, 약간의 관심과 의지만 있다면, 티셔츠 한 벌 살 돈으로도 좋은 작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좋은 작품을 고르는 방법은?
그림을 구매할 때 뿌리치기 가장 힘든 것이 주위 사람들의 조언이며, 사실 이를 무시해서도 절대 안 된다. 분명 작품 구매 경험에서 비롯한 조언이다. 하지만 남의 말만 듣고 작품을 구매했다가 후회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내 집 벽에 최소 몇 달을 걸어놓을 작품을 투자가치가 있다고 해서 남의 말만 듣고 구매한 뒤 마음에 들지 않아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미술품을 투자가치를 생각하고 구매하는 사람도 분명 많다. 그러나 처음 작품구매를 시도할 경우에는 투자가치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미술은 결국 문화생활이다.

우리가 음악을 듣기 위해 가수의 앨범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듯,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문화생활 향유를 위해 돈을 쓴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다가가기 쉽다.

투자가치를 위해 수십 년 묵은 LP앨범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신인 가수의 가능성과, 음악성을 보고 조금 더 저렴한 CD앨범을 사는 경우가 있듯, 미술품도 당장의 투가 가치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화가의 가능성과 작품성을 보고 구매하면 된다.

사실 어느 작품이 좋고 어느 작품이 나쁘다고 하는 말로 미술품을 양극화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여러 작가의 각 작품은 전부 각기 의미가 있고 그 나름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본인에게 잘 맞는 작품을 구매하고, 안목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작품을 고객에게 추천해주는 안목을 갖춘 사람이 바로 갤러리스트이다. 레스토랑에서 좋은 와인을 감별하고 손님에게 추천하는 소믈리에의 역할과 같이, 갤러리스트는 좋은 작가와 작품을 발굴, 연구, 전시함은 물론, 고객의 취향과 예산 규모를 알아보고, 이에 맞추어 양질의 작품을 적정한 가격에 고객에게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직한 갤러리스트는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을 추천하고, 또한 고객은 이러한 갤러리스트의 조언에 귀 기울여줌으로써 상호간의 신뢰관계형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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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마롱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27-20
T. 02-720-4540
M. 010-9903-4540 갤러리스트 최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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