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불교]

날이 밝으면 반드시 목적지에 도착하니

조주선사가 물었습니다.

“사중득활시死中得活時 여하如何오

죽었다가 살아나는 때는 어떠하오?”

이에 투자대동投子大同선사가 대답했습니다.

“불허야행不許夜行이라도 투명수도投明須到입니다

야간통행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날이 밝으면 반드시 목적지에 도착해야 합니다.”

생生의 한 편에 얽매여 사死를 보지 못하거나 사死의 한 편에 얽매여 생生을 보지 못한다면 이것은 제대로 된 화두를 들고서 결제하는 납자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죽은 송장인 까닭입니다. 그렇지만 죽어도 제대로 죽기만 한다면 거기에 또 살 길이 열리는 것이 이 공부길이기도 합니다.

묶을 끈도 없는데 스스로 묶이며, 또 본래 활기찼던 사람이 묶여서 스스로 죽은 사람이 됩니다. 억지로 법도를 만들어서 멀쩡한 화두를 죽은 화두를 만들어 버립니다. 사는 법만 알고 죽는 법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사는 법조차도 죽게 만들 것입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공부법은 제대로 공부하는 법이 아닙니다. 그런 까닭에 화두를 가지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반대로 화두를 쥐고서 죽으려 하면 도리어 살 길이 열릴 것입니다.

결제라고 하는 것은 죽는 가운데 살 길을 찾는 일입니다. 해제 때 돌아다니던 걸음걸이를 죽이고, 원숭이 마냥 사방으로 내달리는 번뇌를 죽이고,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치성해지는 망상을 죽이는 일입니다. 그런 죽음 속에서도 미꾸라지 같이 도망가는 화두를 챙기면서 살 길을 찾는 일입니다. 죽음 속에서 살 길을 찾기 위해 우리가 이렇게 결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결제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항상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중득활고래희死中得活古來稀

활중득사인무수活中得死人無數

죽었다가 살아나는 자는 옛날부터 드물었고

살려고 하다가 죽은 자들은 부지기수로다.

2555(2011) 신묘년 동안거 결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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