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하동군] 조선중기 동갑내기 퇴계(退溪) 이황(1501∼1570) 선생과 쌍벽을 이룬 대학자 남명(南冥) 조식(1501∼1572) 선생이 지리산 일원의 명승지를 주유하다 이곳에 올라 되돌아갔다 해서 이름 붙여진 회남(回南)재.

선생이 주유하던 훨씬 이전부터 산청·함양 등 지리산 주변 사람들이 하동시장과 화개장터를 오가던 산업 통로이자 소통의 공간이었던 이 길은 수백 년의 모진 풍파에 깎기고 시달렸지만 빼어난 형세는 그대로다.

지난 주말 전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트레커들이 숲길을 넘나들던 보부상의 고된 삶을 따라, 450여년 전 남명 선생의 흔적을 따라 해발 700m의 회남재 숲길을 걸으며 지리산의 역사와 아름다운 풍광에 빠져들었다.

2014년 시작된 지리산 회남재 숲길 걷기 행사가 전국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첫해 3000여명에 그쳤던 참가자가 이듬해 두 배 이상 늘어나더니 올해는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전국에서 8100명이 넘는 트레커가 찾아 일상의 무게를 털어내고 여유를 즐겼다.

특히 올해 많은 트레커가 참가한 것은 지리산 회남재 숲길 걷기가 ‘2016 가을여행주간 정부 대표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데다 지난 8월부터 언론매체와 SNS, 서울지하철, 향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홍보활동도 큰 몫을 했다.

주말 오전 10시 인류의 시원이 깃든 마고성과 오색의 단풍이 물든 청학선원 삼성궁 초입에서 청암풍물패의 길놀이로 서막을 올린 행사는 문화공연과 숲속 음악회,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곁들여져 풍성함을 더했다.

청암풍물패의 길놀이에 이어 관악·타악 연주자로 구성된 ‘KU BRASS BAND & 엉클밥’의 흥겨운 연주와 노래, 장윤정 히든싱어 오예중과 이문세 히든싱어 김정훈의 열정적인 축하공연에서는 참가자들의 어깨가 저절로 들썩였다.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행사장은 매년 행사 때마다 참가한 하동홍보대사 변우민의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12시 30분 사회자의 개식 선언과 함께 윤상기 군수와 손영길 군의회 의장을 비롯한 내빈이 소개되고 ‘대한민국 알프스 하동’이 적인 대형 플래카드를 중심으로 참가자 8100여명이 단체 항공사진을 찍는 드론을 향해 환호성을 지르면서 행사는 절정에 달했다.

하동군체육회 지도자들의 구호에 맞춰 몸 풀기를 한 참가자들은 트레킹의 출발을 알리는 윤상기 군수에 타종에 이은 청학동 신선 등의 숲길 열림 퍼포먼스와 함께 마침내 장도에 올랐다.

숲길 걷기는 청명한 새소리와 바람소리,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를 들으며 3개 코스에서 진행됐다. 1560년경 산청 덕산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남명 선생이 청학동에서 악양으로 넘어가다 현재의 회남정에서 되돌아갔다는 그 길을 따라 선생의 흔적을 더듬었다.

그리고 산청·함양 주민과 보부상들이 하동을 넘다들던 산길을 따라 삼성궁∼회남정∼악양면 등촌 청학선사 편도 10㎞, 그리고 삼성궁∼회남정∼묵계초등학교 편도 10㎞ 등 3개 구간에서 트레킹이 이뤄졌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청소년, 성인남녀,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숲길을 걷는 사이사이 외국인들도 눈에 띄게 늘어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회남재의 유래와 하동의 역사·문화 등을 들려주는 역사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도 했다.

구불구불 오르막길을 걸어 회남재 2.4㎞ 구간에서 국악자매 김민지․김주영의 ‘청학의 울림’ 공연을 들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정상 회남정에 도착한 트레커들은 어쿠스틱 기타밴드의 공연 속에 멀리 섬진강과 황금빛으로 물든 소설 <토지>의 무대 평사리 들판을 내려다보며 흐르는 땀을 식힌 뒤 다시 힘을 내 도착지점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이어갔다.

이날 행사에서는 하동차홍보단의 녹차 무료 시음장 운영을 비롯해 밤·고구마·배·떡·녹차젤리 등 시식메뉴 제공, 녹차·대봉감·건나물 등 하동 농·특산물 판매 부스 운영 등 부대행사도 다채롭게 마련돼 풍성함을 더했다.

윤상기 군수는 “재작년 첫 행사 이후 회남재 숲길이 널리 알려지면서 평소에도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데 올해는 ‘자연이 선사할 가을 축제로의 초대, 하동군’이 가을여행주간 정부 대표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가운데 성황리에 치러져 행사의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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