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문화] 집으로

황제처럼 살자고 했지
시간이 흘러 비밀번호가 변경되고
작은 금고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옷장 속 깊은 주머니 속으로
자신을 숨겨오며 변해갔지
사방팔방 돌아다니고 집을 비웠지

세월이 가고
어느새
아이들만 지키는 집이 되었어

물가인상에
주름은 깊어가고
꿈에도 남을
통장 잔고

새로운 택배 박스가
눈처럼 쌓인다

본능

아프리카 메마른 초원에
죽도록 달리는 사슴 한 마리
무리 지어 사자를 공격하지 못할까
바보가 아닐까 고민하다가
한 마리의 사슴을 거울 속에서 발견한다

바퀴 네 개 달린 고래를 타고
신나게 달린다면 생존하겠지

인간이 처음 삐삐를 만들었을 때
공중전화를 찾아야 했어
손 안에 전화기를 만들었을 때
한 사람에 한 개씩 가지기 시작했지
사슴이 되지 않기 위해

자연

고요하니 구르는 강
내리나니 녹아버린 눈
동그라니 달려 있는 달
보고나니 보고 싶은 별

뱃사공은 밭을 갈고
소나무 위에 세 마리 학
구름 위를 걷는다

아름다운 조화
한 폭의 그림에 담겨 있다

 

이슬방울에 동이 트다

사분의삼박자는 맞지 않아
사분의사박자로 흐르는 거야
하루를 시작하는 익숙한
음악으로 즐거워지는 시간
아침은 소중하다

새벽은 준비하는 자에게 허락하지만
누구나 맞이하는 상쾌한 기분은
치열하게 짜이는 빈틈없는 거미줄 속에서
이슬방울이 반가울 수 있다
아주 작고 작을지라도

하나



달리는 창밖으로 하늘을 봐
우리가 알 수 없는 저 구름 위를
사람들이 지나가는 나를 봐
알지도 못하면서 비교하지
리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할 뿐
늘 그랬던 것처럼

 <약력> 이태진
1972년 경상북도 성주 출생으로 2007년 계간 『문학사랑』으로 등단하여 시집 『여기 내가 있는 곳에서』, 공저 『인생의 받침돌이 되어줄 UCC 마음사전 2g』. 〈제 11회 대전예술신인상〉, 〈제 42회 인터넷문학상〉을 수상. 무대조명 디자이너, 공연 공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 solosun@hanmail.net
facebook : 이 태진(Leetaejin)이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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