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천성남 기자] 시골인심이 야박하다, 텃세가 심하다 등등 요즘 시골인심 실종 설이 유행어가 되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렇듯 세상은 도시나 시골이나 할 것 없이 예전에 비해 많이 각박해졌고 각박해지고 있다.
오래 전, 마을이 생겨날 때부터 전체주민들이 통행해왔던 마을길이지만 길의 땅주인은 따로 있다.
마을 경로당을 비롯 편의시설들을 이용하고 타 마을로 나가기 위해서는 오직 그 한 통로밖에 없는 그런 마을이다.
풍취리의 한 마을에는 바로 그런 공용 로가 생겨나 살고 있었다. 28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에서 그 길은 꼭 필요한 통로다.
최근 잦은 비로 인해 그 길은 흙탕물이 고여 마치 작은 시내를 건너는 만큼의 불편함이 있었다.
외관으로 20~30㎝의 가장자리 마른 땅을 제외하곤 감히 차량도, 사람이 다닐 수 없는 길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땅주인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사적 재산인 개인 땅이기 때문이다. 흙을 채운다. 모래를 채운다 하는 것은 마을주민들의 여망일 뿐 결코 땅 주인은 원하지 않고 있다.
이런 답답한 일이 또 어디 있는가. 마을길은 벌써 두 차례나 포장공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땅주인은 3분의 1 분량만큼은 포장길을 원하지 않아 그대로 방치 돼오다 차량들의 잦은 통행으로 이미 땅은 한 뼘 깊이로 움푹 패어진 상태다.
마을거주 한 주민은 20년 전, 마을길 포장을 앞두고 땅주인의 반대가 있자 마을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정액의 돈까지 지불했지만 지금 와서 그것은 없던 일이 돼버리고 말았다는 하소연이다.
이 마을은 여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60~80대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흙탕물 고인 길을 감내하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 공무원관계자는 이 경우 마을길이 사유재산으로 어떤 행정적 처리도 불가하다고 했다.
오히려 땅주인이 바뀌었을 경우 전 주인이 깔아놓은 포장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원상복구를 요구하면 그대로 현 주인은 포장로를 벗겨주어야 하는 것이 현행 사유재산법이라고 했다.

이렇듯 오랜 시간 마을 주민들이 사용해온 마을통행로는 도로교통법에 의거 통행권을 막을 수 없고 통행을 막으면 위반사항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현행법이 그렇고 사유재산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대대로 내려온 미풍양속의 아름다운 관습이 존재한다.

어쩌면 공용 길이 돼버린 마을길의 땅주인은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찌됐든 노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힘들이지 않고 다닐 수 있도록 움푹 팬 길에 흙이라도 채워 흙탕길이 아닌 마른 길로 다닐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진정 우리네 아름다운 풍속이다.
공익과 사익은 갈등의 관계가 아니다.
이장이하 마을주민과 땅주인의 협의 하에 아름다운 결과를 맺을 수 있는 법보다도 우선인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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