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문화] 비틀거리며 생맥주 집을 나왔을 때, 복부가 팽팽하게 부풀어 있었다. 그녀 또한 걸음을 잘 걷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길 건너에 있는 모텔이 눈에 들어왔다. 지붕 이 뾰족한 건물이 눈앞에서 흐느적대며 다가왔다. 마을에 단 하나 뿐인 모텔인데도 주차장이 텅 비어 있었다. 희미한 네온사인마저도 졸고 있는 모텔, 카운터 직원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비상벨을 눌러 겨우 직원을 깨웠다. 키를 받아들고 일층 복도 끝을 향해 걸어갔다. 긴 복도를 지나, 커다란 소나무 그림이 걸린 맨 끝 방에 도착했다. 차가운 시멘트벽이 알몸처럼 드러나 있는 코너에 벽을 기대고 섰다. 점점 취기가 온몸으로 뻗쳤다. 혀끝 감각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단단한 철제문 구멍 속에 열쇠를 겨우 밀어 넣었다.
“당신은 나의 여신!”
취기가 오른 나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떠들어댔다.

모든 기억들이 파편처럼 부서지기 시작한 것은 그 시간부터였다. 물귀신이 그악스럽게 뒤통수를 와락 끌어당기는 듯 하더니 뇌세포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밤,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던가.’
팽팽한 방광을 어쩌지 못해 끙끙대며 화장실로 들어갔던 것 같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방광을 비우느라고 꽤 오랜 시간 좌변기 앞에서 흔들거리고 서 있었던 것도 같았다. 거기까지였다. 그 다음 기억이 캄캄했다. 샤워를 했는지, 아니면 곧장 그녀에게 달려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보린은 곁에 없었다. 그녀와 잤다는 흔적 또한 어디에도 없었다. 옷을 모두 벗고 있었지만 무엇을 했단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던 것이다. 머릿속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 수 없을 지경이었다. 손을 뻗어 ‘화이어 에그’를 덥석 잡았다. 아들이 중학교 다닐 무렵, 자신의 성기가 작다며 날마다 거울을 보며 난리를 치는 바람에 별칭이 되어버렸다. 내 것! 그 ‘화이어 에그’가 꽉 차 있었다. 빵빵 하다못해 터질 만큼 정액이 고여 있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심 섭섭했다. 여자를 데리고 모텔에 들어왔으면 볼일을 봤어야지. 무슨 지랄로 빵빵하단 말인가.

‘이건 위반이야.’
제기랄, 술이 원수였다. 너무 과해서 뿌리가 힘이 없었을 수도 있었다. 만약 그랬다면 그녀의 얼굴을 어떻게 본단 말인가. 욕실로 들어가 찬물을 팍팍 퍼부었다. 차가운 물이 닿는 부위가 붉어졌다. 금세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훌훌 털어내며 내실로 들어섰다. 아, 그런데 그녀가 서 있었다. 수심이 가득한 창백한 얼굴이었다.

“어디를 갔었나요?”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었다. 옷깃에 이슬이 묻어 있어 눅눅했다.
“사보에 실릴 작품 사진을 가져 왔어요.”
“혹시 제가 실수라도 안했어요?”
“아, 네.”
보린은 침대 위에 작품 사진을 펼쳐놓기 시작했다. 그림을 중도에 포기한 놈이 본다고 뭘 알까만 그래도 턱을 괴고 한동안 사진을 들여다봤다. 잠시 뒤, 보라색 바탕 파란색이 묻어날 것 같은 칼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 그림을 오른쪽 검지로 꾹 찍었다.
“파란 물이 아니 붉은 혈이 묻어날 것 같은 칼눈이 느껴지네.”
“아, 그래요? 저도 그림을 완성하고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녀가 사진을 다시 포장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사진 때문에 다시 온 것은 아니에요.”
“...........”
말없이 그녀에게 다가가 몸을 끌어당겼다. 그녀의 체온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입고 있던 블라우스 단추를 조심스럽게 풀었다. 손끝이 떨렸다. 그녀도 나와 감정이 같았다는 생각에, 온몸이 불끈 달아올랐다. 그녀의 젖가슴에 손을 대고 조심스럽게 만졌다. 처음 해보는 일 인양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녀를 침대에 눕힌 뒤, 따뜻한 두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혀끝에 감겨오는 그녀의 살갗이 방금 구워낸 식빵처럼 부드러웠다. 하체가 점점 뜨거워졌다. 그녀의 살갗이 성감대에 닿자, 거친 파도처럼 힘이 되살아났다. 살갗의 촉감을 오래도록 누리고 싶어 그녀의 속살을 이빨로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리고는 깊숙하게 들어가 철커덕하고 서로의 그것들이 맞물렸다. 열쇠와 열쇠구멍, 그것과 다를 바 없는 구조가 분명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몇몇의 여자들과 관계를 해봤지만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내 몸이 붕붕 떠다녔다. 드디어 나는 근육질의 용사가 되어버렸다.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그 뒤로 두 번이나 더 관계를 가졌다.

그 후 참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그녀 앞에 있으면 모든 게 달라졌다.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디서 그런 힘이 솟구쳐 오르는지 모를 일이었다. 정말 터널 속 근육질 용사라도 된 양 ‘화이어 에그’는 우쭐했다. 오로지 그녀 앞에서만 그랬다. 붉은 용암을 불끈 품어댈 그럴 힘이었다. 도무지 모를 일이었다. 결국 나는 애써 부인하려했지만 그녀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제부터 당신 작업실에 가서 사랑을 나누는 게 어떻겠어?”
나는 그녀의 작업실에서 자고 싶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그림이 질투해요.”
“그게 무슨 말이야!”
“그림 속 칼이 싫어해요.”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 거야?”
그녀가 매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우리 둘만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싶어. 아직은 내가 준비가 되지 않았어. 곧 준비할게 그동안이라도 당신 집에서 지내면 안 될까?”

보금자리라기보다는 집이라는 개념이 더 옳을 것이다. 생리적 욕구라도 풀 겸 몇 번 여자를 만났다. 하지만 그 여성들과는 집을 만들고 싶단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낯익은 침대와 텔레비전, 탁자, 소파 그리고 시원한 맥주가 들어있는 냉장고, 그런 집에서 보린과 함께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영원한 집은 없어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그 감정까지도 모두 환상일 수도 있어요. 집을 만들면 점점 불편해져요. 소유한다는 것은 책임이 따르잖아요.”
그런데도 나는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렸다. 그녀가 숨쉬고, 그녀의 시선이 머무는 집에서 함께 지내고 싶었다.

“당신 아버지 집은 어떤가요?”
“아버지 집? 거긴 너무 오래되었고, 아직 짐 정리조차 하지 못했어. 어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간 후 관리를 하지 않아 더 엉망이 되어버렸어.”

나의 간절한 애원에도 보린은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나는 촉을 세웠다. 그리고는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녀의 집을 찾아갔던 것이다.
그녀의 작업실은 아버지의 집을 가기 전, 반대편 방향의 도로로 진입해야했다. 차로 십 여분 정도는 더 들어갔다. 아버지 집과 꽤나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시골 농가를 개조해서 만든 작은 화실이었다. 나무 계단을 몇 칸 오르자, 오금이 찌릿하게 저려왔다. 보린에게 미리 연락을 하지 않아 내심 마음이 무거웠던 것이다.
대문을 세 번 두드리자, 그녀가 나왔다. 그녀는 내 얼굴을 보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역했다. 그때였다. 그녀 등 뒤에서 분명 뭔가 쿵하는 소리가 났다.

“누가 있어?”
순간, 그녀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림이 화난 모양이에요.”
“그림이 화가 나다니? 내가 온 게 싫으면 싫다고 말할 것이지, 핑계를 대긴.”
나는 의심이 가득한 눈을 치켜들고 작업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 화실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이기에 혹여 난장판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했었다. 조명 스위치를 올리자, 벽에 걸려있던 그림들이 색체를 드러냈다. 그녀의 그림들은 옐로우 계열이었다. 작업실 바닥은 짙은 네이비 톤의 타일이 모자이크처럼 맞물려 있었다. 발에 닿는 느낌이 부드러웠다. 그랬던 탓에 반 고흐의 ‘밤의 카페테라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작업실에는 정물 대와 석고상 몇 개가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넒은 창문은 상아색 로만 셰이드가 드리워져 있었으며, 한 쪽 구석에는 여러 개의 캔버스가 커다란 집게에 물려 있었다.

그림 소재는 대부분 칼이었다. 천천히 등을 돌리자, 60호 유화 한 점이 떡하니 나를 노려보는 것이었다. 칼을 들고 있는 근육질 사내가 서 있었다. 사내의 눈빛이 번뜩였다. 사내가 들고 있는 칼에서 피비린내가 훅 날릴 것만 같았다.
사실, 나는 명화를 알아볼 만큼 눈이 개안을 했다거나, 많은 그림을 접할 호사를 누리지는 못했다.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되자, 그림 쪽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직도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동기들이 개인 전시회라도 열면, 꽃이 만개한 양란 화분을 배달하는 의례적인 행동을 할 뿐이다.
 
그나마 꾸준하게 붓을 들고 있는 친구가 한 명 있기는 하다. 그 녀석은 팔리는 그림과 팔리지 않는 그림을 동시에 그렸다. 자칭 양다리 화가였다. 그런 양다리 화가라는 별칭을 단 것도 목구멍에 풀칠하면서 예술을 하고 싶어서였던 것이다. 처음부터 그런 태도를 보인 것은 아니다. 처음에 그 녀석도 순수미술을 고집했었는데, 가정을 꾸리고 애들이 태어나자,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녀석에게는 참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녀석의 위기는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는, 시장에 내다 팔 그림을 그리는데 정열을 더 쏟는다는 것이었다. 그림을 포기한 내 처지가 더 좋았다.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내가 속편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녀의 그림을 보고 평가를 내릴 처지도 못되었던 것이다. 까닥 말을 잘못했다가는 그녀가 실망할지도 몰라서 입을 꾹 다물고 서 있었다.
“그림이 어떤가요?”
답답했던지 그녀가 먼저 말을 텄다.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림 속에 담겨진 칼들은 하나 같이 칼집에서 방금 빼어든 칼날처럼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칼자루에 새겨진 문양이 눈에 들어왔다. 새우 두 마리가 엉켜 있었다. 낯익은 문양이었다. 아, 아버지 칼에 새겨있던 새우와 흡사했다.
“저 두 마리 새우는 아버지의 칼에서 본 적이 있어.”
“정말 저 새우 두 마리를 본 적이 있어요?”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가끔 칼을 보여주곤 하셨어.”
“지금도 그 칼을 볼 수 있어요?”
“집안에서 사라져버렸어.”
보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어났다.
“왜죠?”
“아버지 말이 칼은 주인이 따로 있다고, 아무튼 그렇게 말씀하셨지.”
보린의 얼굴이 붉은 홍조를 띠었다.
“어디 아픈 거야?”
“조금 어지러워요.”
“방에 가서 좀 누워있어야 할 것 같아.”

보린을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서는데, 또 다시 어깨 위로 섬뜩한 기운이 느껴졌다. 벽에 걸려 있던 그림들이 움직이는 것은 아닌가하고 뒤를 돌아볼 정도였다. 칼 코에 맺힌 핏방울이 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바닥을 내려다봤다. 모든 게 깔끔했다.
“그림 속에서 칼을 든 용사가 튀어나올 것 같아. 화실은 처음이야.”
물론 그 말은 거짓말이었다. 한때 내 첫사랑이었던 수민, 피아노를 잘 치던 그녀를 그린다고 화실에서 몇 날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웠던 적도 있었다.
나는 그녀를 웃겨 볼 생각으로 칼을 쥐고 있는 포즈를 취했다. 적의 무리를 한 사람도 빠짐없이 베어버리겠다고 충성맹세까지 했다.

“그림 속에 있는 남자는 일본 용사에요. 내목대장인데, 노기다이쇼라는 실존 인물이어요.”
“내목대장이라고?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야. 당신 애인이라도 되나?”
그녀에게 농담을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림을 바라보고 있을 뿐 굳은 얼굴 표정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내목대장이란 단어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보린과 함께 있으면 모든 기억들이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저 검은 신검으로 우는 칼이라고 해요. 한 번도 본적은 없지만 집안의 가보로 전해오다 남의 손에 넘어 갔어요. 꼭 저 칼을 찾고 말겠어요.”
“공주님! 명령만 내리십시오. 저 칼을 제가 꼭 찾아오겠나이다.”
그녀 앞에 무릎 꿇고 칼 뽑는 시늉을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전혀 웃지 않았다.
“저는 일본 사람이에요.”
“뭐라고? 전혀 일본 여자 같지 않아. 발음도 정확하잖아.”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해요. 어려서부터 한국말을 익혔어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언어 훈련을 받은 것이에요.”
순간,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졌다.
“그럼, 아버지 유언 때문에 무시무시한 칼을 그리게 된 거야?”
“그런 셈이죠. 그림 속의 칼을 보고 있으면 영혼들의 울부짖음이 느껴져요. 수많은 사람들의 핏물이 칼 끝 어딘가에 얼룩져 있을 것만 같아요.”
“도무지 당신이 하는 말 알아들을 수 없어. 단지 저것들은 그림일 뿐이야. 영혼이 어쩌고저쩌고 그런 단어 쓰지 마.”
“그러면 그럴수록 더 저 칼이 나를 옭아매지요.”

칼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다가는 나까지 어떻게 될 것 같았다.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침실 안으로 들어섰다. 보린의 얼굴은 여전히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더는 그녀 그림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의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느낌 때문인지 작업실 안이 서늘했다. “너무 깔끔해.”
재킷을 벗고 넥타이를 풀면서 중얼거렸다. 그녀를 불끈 안아 침대에 뉘였다. 지퍼를 내리고 그녀의 속살을 더듬었다. 몹시 차가웠다. 그때였다. 뭔가에 찔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둘러 손을 빼들었다.
“뭐야. 손가락에 피가 묻었잖아. 생리중?”
“아니요.”
“그런데 웬 피야. 어디 상처라도 난거야.”

 

오른쪽 검지에서 핏물이 묻어있었다. 보린은 눈을 감은 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일로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가 연속적으로 그녀의 몸속을 헤집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가냘프게 흘러나오는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더라면 깊은 잠에 빠져든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와 한 몸이 되려고 막무가내로 파고들었다. 서둘러 보린의 아랫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작은 심음소리가 입술 밖으로 밀려나왔다. 그런데 그녀의 몸속은 여전히 차갑고 건조했다.

“재미없어?”
“칼이 울어요.”
“머야! 섬뜩하게.”
그녀를 더욱 세게 껴안았다. 순간, ‘우웅’ 하는 소리가 방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그녀가 거칠게 나를 밀어냈다. 내 몸이 침대 아래로 쿵하고 떨어졌다. 공중에서 작은 점들이 번뜩거렸다. 뒤꽁무니에 불빛을 달고 있는 작은 벌레 모양이었다. 그 사이, 휘이익 하고 바람을 가르고 가늘고 긴 줄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검은 물체도 흐릿하게 보였다. 그렇다고 불빛을 달고 있는 애벌레는 아니었다. 커다랗고 납작한 물체였다.

아, 그거였다. 그것은 분명 칼이었다. 멀뚱히 앉아 칼이 내품는 빛을 좇아갔다. 얼마쯤 지났을까. 방안의 불빛은 사라지고 없었다. 서둘러 바닥에 흩어져 있던 옷을 주워 입었다. 그녀와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그림 속의 칼이 빠져나와 내 목을 노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손으로 목덜미를 쓰다듬었다.그런 일이 있은 후, 다시는 보린의 집을 찾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무슨 일인지 보린이 자신의 집으로 나를 초대한 것이다.

 이경 약력

대전문인협회 회원
1997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오라의 땅’으로 등단
2002년, 동서커피문학상 단편소설 대상 당선 ‘청수동이의 꿈’
2003년, 첫 장편소설 ‘는개’ 출간
장편소설 ‘는개’ 출간. 미국 하버드대학 도서관 소장(2003)
2006년, 대전대학교 대학원 석사 문예창작학과 졸업. 논문 ‘윤후명 소설에 나타난 모티브연구’
2007년, 단편소설집 ‘도깨비바늘’ 출간
2012년, 장편소설 ‘탈’출간
2012년, 제4회 김호연재 여성백일장 대상, 여성가족부장관상 수상
현재, 불교공뉴스 사장
메일: imk08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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