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문화] 특유의 애수 띤 선율과 휘몰아치는 관현악법 등으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낭만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1840∼1893),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은 그의 탄생 175주년을 기념하는 제413회 정기연주회를 3월 6일 오후 7시 30분 대구시민회관 그랜드 콘서트홀에서 개최한다.

대구시향은 그간 차이콥스키의 협주곡과 교향곡 등을 다양하게 연주해왔는데 이번에는 그가 남긴 마지막 교향곡, ‘비창’을 연주해 그 특별함을 더한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될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6번 B 단조, Op74는 인간 차이콥스키가 느낀 절망의 심연을 가장 진솔하게 표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예민한 감수성으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차이콥스키는 원치 않던 결혼까지 하게 되자 자살을 시도하는 등 몹시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런 그가 주옥같은 명곡을 남기며 세계적인 작곡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에는 미망인 폰 메크 부인의 도움이 컸다. 그녀는 차이콥스키에게 경제적인 후원과 함께 지속적인 편지로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1890년, 폰 메크 부인은 일방적으로 차이콥스키와의 관계를 모두 끊어버렸고, 그 여파로 차이콥스키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절대적으로 의지하던 존재의 상실은 심약했던 차이콥스키에게 큰 상처를 안겨줬는데, 치유하는 방법은 다시 작곡에 매진하는 것뿐이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1893년, 차이콥스키는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제6번 ‘비창’으로 교향곡 작곡의 마침표를 찍었다.

총 4개의 악장으로 이뤄진 이 곡의 제1악장은 러시아 정교회의 레퀴엠을 인용하고 있는데 슬픔과 운명에 대한 체념, 죽음 등을 어둡고 낮은 음색으로 그린다. 왈츠풍의 제2악장은 러시아 민요에 사용된 독특한 박자와 친밀한 선율로 향토색이 짙고, 경쾌하면서도 허무한 느낌을 준다.

제3악장은 2악장의 분위기를 이어받아 춤곡과 행진곡풍으로 선율이 변화되어가고, 팀파니와 관악기에 의해 마치 전곡이 끝난 듯 강렬하게 악장을 마친다. 마지막 제4악장은 비운의 운명을 탄식하며 느리게 진행된다. 화려하고 웅장한 엔딩이 아닌 비통하고 쓸쓸하게, 깊은 여운을 남기며 조용히 마친다. 따라서 연주가 끝난 뒤 그 잔향까지 충분히 음미하며 기다린 후 박수를 치는 것이 관례이다.

차이콥스키는 오랜 세월 자신을 괴롭혀온 슬픔과 우울을 예술로 승화, 인간에 대한 끝없는 비탄과 동정을 이 작품에 담았다. 초연은 1893년 10월 28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러시아음악협회 연주회에서 차이콥스키 지휘로 이뤄졌다. 그러나 차이콥스키 작품 대부분이 그렇듯 이 곡 역시 초연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초연 9일 후 차이콥스키는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그의 장례식 때 이 곡이 다시 연주되자 수많은 조문객들이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곡의 부제 ‘비창’은 차이콥스키의 동생 모데스트의 제안에 차이콥스키도 흔쾌히 동의하여 출판 악보에 표기됐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차이콥스키의 갑작스런 죽음이 미스터리로 남은 것처럼 부제에 얽힌 이야기도 진위는 불분명하다.

한편, 공연의 전반부에서는 현대 작곡가 진규영의 교향시 ‘남해’를 연주한다. 1998년 부천시립교향악단 위촉 작품이자 진규영의 첫 교향시인 이 곡은 경남 통영 출신인 그가 어린 시절 보고 자란 친숙한 바다의 정경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교향시 ‘남해’는 어떤 형식 없이 음악적인 감각에 따라 자유롭게 진행되는 곡이며,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작곡가의 귓전에 맴도는 뱃고동 소리, 갈매기 울음소리, 갯바람 소리 등을 통해 고향 ‘남해’에 대한 그리움을 잘 나타냈다.

대구MBC교향악단 전임 작곡가 진규영은 한국적 소재를 작곡에 활용해 현대화시킨 인물로 국내외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대 음대와 대학원을 거쳐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음대를 졸업한 그는 대한민국 작곡상, 한국 음악상 등을 수상했고, 해외에서도 ISCM 세계음악제, ACL 아시아국제음악제 등에서 입선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명상’, ‘In The Orient’, ‘반야’, ‘대금소리’ 등이 있으며,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음악을 맡았다. 현재 영남대 명예교수, ISCM 한국지부 명예회원, 대국국제현대음악제 상임고문, 통영국제음악재단 부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어지는 무대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 단조, Op.64로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이 협연한다. ‘19세기 모차르트’로 불린 멘델스존은 슈만, 브람스 등과 더불어 독일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이다. 한때 유대계 독일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음악은 저평가되기도 했지만 오늘날 그는 단연 낭만음악의 거장으로 꼽힌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부드럽고 로맨틱한 정서와 균형 잡힌 형식미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바이올린 협주곡의 여왕‘으로도 불린다.

 

완벽한 테크닉으로 한편의 서정시 같은 연주를 선보일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은 일찍이 한국일보, 중앙 음악콩쿠르에서 1위, 5·16 민족상 음악상 등을 수상하며 차세대 선두주자로 나섰다.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 실기수석 졸업 후 프랑스 정부 국비장학생으로 도불하여 파리 국립 고등음악원을 수석 졸업했다. 서울시향 수석,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악장을 지냈고, 비르투오조 콰르텟, 한국페스티발앙상블 등 실내악, 부천시향, KBS교향악단 등과의 협연, 테마가 있는 독주회까지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중앙일보 선정 올해의 음악가상, 한국 실연자협회 클래식 부문 대상 등을 수상했고, 현재 DMZ국제음악제 조직위원,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이사, 성신여대 음대 기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평소 차이콥스키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는 “차이콥스키의 탄생 175주년을 맞아 그의 삶을 집약해 놓은 작품이 뭘까 생각해 봤더니 그것은 ‘비창’이었다.”며 “지금까지 이 곡을 수없이 연주해 왔지만 그 때마다 나는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 왔다. 아직도 차이콥스키의 그 모든 감정과 번뇌를 완벽히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래선지 이 곡은 연주할 때마다 색다르다.”고 레퍼토리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코바체프는 “작곡가 진규영의 작품은 처음 접하는 곡이라 설렘과 기대가 크다. 한국 창작음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레퍼토리 선정 후 알게 된 재밌는 사실은 지난 2006년 대구시향의 정기연주회 때도 진규영의 ‘남해’와 차이콥스키의 ‘비창’을 함께 연주됐다고 한다. 우연치고는 매우 드문 일이라 9년 만에 두 곡을 한 자리에서 다시 듣는 것도 관객들에게는 의미 있는 일 같다.”고 공연 대한 소감을 전했다.

특히, 이번 정기연주회 레퍼토리는 오는 4월 2일(목)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되는 대구시향의‘2015 교향악축제’의 참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지난 2011년 이후 연주 일정 상 교향악축제 참가가 어려웠던 대구시향은 4년 만에 새로운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와 함께 다시 교향악축제를 찾는다. 대구 향우 및 수도권 관객들에게는 세계적인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를 맞이한 대구시향의 음색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대구시향 ‘제413회 정기연주회’는 일반 A석 1만 6천 원, B석 1만 원이며, 국가유공자, 장애인(1~6급) 및 장인 보호자(1~3급), 만 65세 이상 경로, 학생(초․중․고․대학생)은 확인증 지참 시 50% 할인 된다.

공연일 오후 5시까지 전화(1544-1555) 또는 인터넷(http://ticket.interpark.com)으로 예매 가능하고, 대구시민회관 홈페이지(www.daegucitizenhall.org)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삼덕파출소 옆)에 위치한 dg티켓츠(053-422-1255, 월요일 휴무)에서 구입 시 1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단, 모든 할인의 중복적용은 불가하며, 초등학생(8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문의: 대구시립교향악단(053-250-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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