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문화] 마술은 신기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에 있던 물건과 사람을 사라지게 한다. 그도 모자라 상상만 해온 공중부양을 현실로 고스란히 옮겨 놓는다. 여기 또 다른 변화가 마술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바로 마술이 만든 마법 같은 ‘아이들’의 변화가 그것이다.

하남문화예술회관은 문화아카데미의 일환으로 ‘어린이 마술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 마술 교실은 “마술을 잘하기보다는 자신감을 얻어가기를” 바라는 정민규 강사가 맡는다. 이 프로그램은 초등 저학년과 초등 고학년, 초등반으로 나눠 진행된다. 수업은 10주 동안 하남문화예술회관 제1강의실에서 펼쳐진다. 아이들에게 마술을 가르치는 정민규 강사와 함께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어린이 마술 교실’ 첫 수업이 지난 9월 5일과 13일 진행됐다. 분위기는 어땠나.

수업 전에는 항상 레크리에이션(게임)을 진행한다. ‘어린이 마술 교실’은 재미있게 분위기를 띄운 후 아이들이 다 모이면 시작된다. 팀을 나눠 진행되는 게임 덕분에 아이들은 웃으면서 수업에 임한다.

‘어린이 마술 교실’에 바라는 것이 있는가.

수업을 진행하기 전에는 아이들이 얼마나 이 수업을 들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어린이 마술 교실’을 단 한 반으로 진행했었다. 수업은 저학년, 고학년 구별 없이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고학년과 저학년의 차이가 수업에 반영되지 못했다. 고학년 학생들은 마술을 곧잘 따라 한다. 저학년 학생들은 이와는 달리 한 번 더 알려줘야 제대로 이해한다. 그만큼 고학년보다는 학습 과정이 더디다. 그래서 반을 나눠 수업을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가을 학기부터는 반이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수업 계획을 세울 때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보통 수업 계획은 한 달 기준으로 작성한다. 한 달에 아이들은 총 네 가지 마술을 배운다. 예를 들어 첫째 날 동전 마술을 배우면 다음 날에는 지폐 마술을 배우게 된다. 수업의 목표는 아이들이 10주 과정을 끝낼 때 스토리라인을 갖춘 마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를 위해 수업 계획을 세울 때 개별적인 마술이 마지막에는 합쳐져 하나의 마술을 이룰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

아이들이 ‘어린이 마술 교실’을 통해 배웠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당연히 마술을 잘해야 하지만 바라는 점은 따로 있다. 수업하면서 단 한 번도 아이들이 마술을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아이들은 자기가 배운 것을 가지고 무대에 올라 발표할 때가 있다. 그 시간은 아이들에게 남들 앞에 서는 법을 스스로 깨우치게 도와준다. 아이들이 수업을 통해 자신감을 얻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술은 단지 수단일 뿐이다. 수단인 마술로 아이들이 치유 받고, 무대에 설 기회가 늘어 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지금은 수업을 듣지 않지만 기억에 남는 여자아이가 있다. 그 학생은 굉장히 소심해서 10주 과정 중 7주 동안 한 번도 발표를 한 적이 없다. 어떻게 하면 그 친구가 발표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마술사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관객으로 무대에 오르도록 도와줬다. 그렇게 친구들 앞에 서는 연습을 시킨 후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 발표할 기회를 만들어줬다. 무대는 아이들을 떨리게 하고, 간혹 힘들게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친 후 아이들은 확실히 자신감이 넘쳐났다. 그 아이도 몇 번 무대에 오른 뒤 제일 먼저 손을 들고 발표에 참여할 의사를 밝히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언제 처음 마술에 흥미를 느꼈나.

저는 중학교 졸업할 때쯤 처음 마술을 접했다. 당시 같은 반 친구 중 한 명이 저에게 마술을 보여줬다. 그때는 정말 다른 세계를 보듯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정식으로 마술 교육을 받은 것은 군 제대 이후 24세쯤이다. 그 전에는 취미 활동으로 마술을 혼자 배웠다. 20세 는 잠시 마술을 접고 운동을 한 적도 있다.

마술 강사를 직업으로 삼기까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그동안은 마술도 하고 공연도 많이 했다. 지금은 공연보다는 대회 참여로 노선을 바꿔 나가고 있다. 당시 공연을 하고 나면 그렇게 공허함이 밀려왔다. 남는 거라고는 공연 후 받는 돈과 관객들의 박수뿐이었다. 그런 것보다는 다른 것을 하고, 다른 것을 얻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런 일이 무엇이 있을까 찾다가 ‘강사’일을 하게 됐다. 다른 사람을 살리고, 마술 꿈나무 교육에도 힘쓰고 싶어 강사 교육을 받고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하게 됐다.

 직업으로 삼을 만큼 ‘마술’이 갖고 있는 매력은 무엇인가.

마술은 처음 만난 사람과도 친해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낯선 사람과도 마술로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그만큼 친화력이 좋다.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내가 마술 보여줄까’라고 말하고 마술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앞에 있는 동전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는 ‘마술’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 낯선 사람에게도 흥미를 느끼고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마술사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우선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마술’이라는 확신이 생긴다면 그 길로 계속 나아갔으면 한다. 마술을 하다보면 분명 ‘나는 왜 안 되지’, ‘다른 마술사는 잘 만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나 그 순간은 잠시 뿐이다. 마술사를 꿈꾸는 많은 이들이 순간이 아닌 길게 보는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마술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포기’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래 남는 사람, 성공한 사람은 결국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진득하게 그 길을 걸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마술사를 꿈꾸는 이들이 준비하면 좋은 것들은 무엇이 있나.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자신이 정말 ‘마술’을 사랑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후에는 마술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즐기는 것도 좋다. 스트리트 마술, 봉사활동 등으로 마술을 혼자서 충분히 즐긴 후에 전문적인 멘토를 찾아 교육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처음부터 멘토를 찾는 것보다는 스스로가 자신의 마술 스타일이 무엇인지 먼저 아는 것이 더 도움된다.

정민규에게 ‘마술’이란.

마술은 ‘제2의 정민규’다. 저는 중학교 때 굉장히 소심한 아이였다. 마술을 하면서 성격이 바뀌었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그 변화 때문에 마술은 또 다른 저라고 생각한다. 제 성격이 변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수업 중에 아이들을 더 챙기게 된다. 그들이 마술을 통해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뿌듯함과 또 다른 감동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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