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서울시] 작고 소박한 가게들과 어울리며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손꼽히는 종로구 정독도서관, 이 그윽한 풍경이 가능한 것은 전통만큼 오래된 야외정원과 도서관 입구 버팀목 없이 근사한 수형의 회화나무 덕분이다.
○ 마음껏 가지가 뻗어나가는 모습이 옛 경기고등학교 시절부터 학자의 기개를 상징한다하여 ‘학자수’로 불리웠다. 선비의 굳은 절개와 높은 학문을 상징했던 최고의 길상목(吉祥木)으로 여겼던 것이다. 몇 차례의 존폐위기를 거쳐 여전히 우직하게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다.

이와 같이 서울시는 오랜 세월동안 도시 서울을 곁에서 지켜온 노거수(老巨樹)의 갖가지 사연을 담아 ‘사연있는 나무이야기’를 3월말에 발간한다.

‘사연있는 나무이야기’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수도 서울의 역사와 변화의 산 증인이자 전설의 주인공인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시민들과 서울을 찾는 이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작년 9월에 기획되었다.

우선 책 발간에 앞서 나무에 얽힌 52건의 사연에 대하여 전문 작가의 답사, 취재 및 세밀화그림 등을 통해 6개월에 걸쳐 E-BOOK으로 제작했다.

E-BOOK은 주요 천연기념물, 보호수 등 나무에 대한 전설(傳說), 고사(故事) 등 사연을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담아내고 세밀화를 활용해 오랜 세월의 흔적을 몸으로 보여주는 나무와 주변 건물 등 사연의 공간적 특징을 부드럽게 표현했다.

또한 수령, 수고 등 나무 기본적인 정보를 비롯해 열매, 잎 등의 삽화와 설명글을 삽입하여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더불어 사연있는 나무를 찾아가 볼 수 있도록 소재지, 문의처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소개된 총 52건의 사연은 ‘재동 백송’ 등 사대문안 나무 28건, ‘창전동 느티나무’ 등 사대문 바깥 나무 24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사대문안 재미있는 나무의 사연을 살펴보자.
껍질이 색깔 때문에 ‘백송’이라고 불리우는 소나무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하얗게 된다. 10년에 겨우 50cm밖에 자라지 않는다고 해서 100살만 넘어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데 헌법재판소 내에 있는 백송은 국내에서 가장 크고 아름답다는 말을 듣는 나무다. 이런 귀한 나무가 심어진 곳이니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과 사건이 두루 거쳐 갔는데 갑신정변 주역의 한사람이었던 홍영식의 집이었고 이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 광혜원, 오늘날 경기여고(창덕여고)의 전신인 한성고등학교가 들어섰다가, 학교가 옮겨가며 헌법재판소가 자리를 잡았다. 나무는 지금의 하얀 모습을 가꾸어 오는 동안 파란만장한 역사의 장면들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예로부터 서원이나 향교에는 은행나무가 일찌감치 자리를 잡는데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서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문헌상의 기원 때문이다. 조선의 국립대학 성균관도 1519년(중종14년) 당시 성균관의 수장이었던 대사성 윤탁이 심은 500여년이 다 되어 가는 은행나무가 있다. 가지는 많이 변형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모두 건강하게 잘 살아있어 역사의 깊이를 말해준다. 천연기념물 제59호 문묘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로는 보기 드물게 수나무이다. 이것과 관련된 재미있는 전설이 원래 이 나무는 열매가 많이 열리는 암나무였는데 냄새가 고약하고 은행을 주우려는 잡인들의 출입이 많아 유생들의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원성이 자자해 문묘의 어른들이 나무 앞에서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꿔달라고 제사를 지냈다는 것이다. 이에 하늘도 공부의 중요성에 공감해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꾸고, 이후 열매를 맺지 않았다는 전설같은 결말이 전해 내려온다.

선비의 굳은 절개와 높은 학문을 상징했던 회화나무는 최고의 길상목(吉祥木)이다. 정동길을 걷다보면 비록 크게 수술을 받고 죽은 가지도 있어 수형은 기형적이지만 550년 넘는 그 풍채는 여느 나무가 쉽게 넘볼 수 없는 무게감으로 묵직한 회화나무가 있다. 근처 50년대부터 70년대 말까지 유명사교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하남호텔의 명성이 잊혀지며 2007년 건물을 신축하며 캐나다 대사관이 들어섰다. 건물을 만들 때 건물 앞 고령수 회화나무가 다치지 않게하기 위해 건물디자인을 나무에 양보하고, 터를 닦는 굴착시기도 나무의 동면주기에 맞추는 등 도심 안에서 힙겹게 살아가고 있는 나무에 대한 인간의 배려가 물씬 배어 있는 멋진 공존이 아닐 수 없다. 그 덕분에 늦은 봄에 돋아난 오래된 회화나무의 빛깔은 여전히 아름다운 이유이다.

사대문 밖에도 재미난 이야기거리를 가진 나무가 많다.
봉원사에는 서울시에서 지정한 느티나무 보호수만 4그루가 있어 장소에 대한 깊이를 가늠하게 해주는데 그 중 삼천불전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느티나무는 여느 느티나무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일반 느티나무가 정자나무로 각광을 받을 만큼 튼튼한 줄기와 골고루 퍼진 가지의 수형을 가졌다면 봉원사의 느티나무는 예외다. 나무는 마치 네 맘대로 신나게 자라 큰 줄기가 사방으로 퍼져 어지러이 뻗어나갔다.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문어의 다리 같기도 하고, 일부러 만든 분재 같기도 한 것이 볼수록 개성 강한 나무가 아닐 수 없다.

신림동에는 강감찬(947~1031) 장군이 꽂은 지팡이가 자랐다는 전설을 가진 굴참나무가 있다. 전설대로라면 약 1,000살이나 먹은 고목으로 봐야하겠으나 실제 나이는 약 250살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강감찬의 얼이 깃들인 나무였으니 아마도 원래의 나무가 죽은 후에 후계목을 심어 지금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만 남길 뿐이다.

척박한 시멘트 골목길 사이를 비집고 굳건히 서 있는 가리봉동 측백나무 이야기도 참 재미있다. 측백나무는 남방한계선을 나타내 식물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데 바위틈이나 척박한 곳에서도 솟아 올라 중국에서는 척박한 지역의 녹화사업으로 측백나무를 즐겨 심기도 한다. 척박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골목 한가운데서 생생한 것도 신기하지만 그 나이가 무려 500살이 넘는 것으로 추정 된다는 것! 열악한 환경과 더불어 측백나무의 강인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읽어 볼 수 있도록 서울시 홈페이지와 서울시 공식 관광정보사이트(Visit Seoul) 등에서 무료로 공개하고 향후 책자로 인쇄할 예정이다.

오해영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서울의 역사와 변화를 말 없이 지켜온 나무의 이야기가 서울의 역사와 나무를 이해하는데 다소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 한다”며 “오랜 세월의 흔적을 몸으로 이야기 하는 나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길 바란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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