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서울시] 서울동물원에서 태어난 멸종위기종이자 생태계 상위 포식자인 삵 5마리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다.

삵을 생태계로 방사하는 것은 전국 최초이고 동물원에서 태어난 삵을 야생으로 되돌려보내는 것 역시 첫 시도다.

이에 앞서 서울동물원은 현장 답사를 통해 삵을 먹잇감이 풍부한 시화호에 방사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6개월 동안 야생적응 훈련과 건강검진을 거쳤으며 방사 후에도 위치추적장치를 통해 적응기간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흔히 살쾡이라고 많이 알고 있는 삵은 현재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은 토종 고양잇과 야생동물이자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생김새는 고양이와 비슷하지만 몸집이 더 크고 황색에서 황갈색에 이르는 다양한 털 색에 온몸에 검은 반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동물원은 21일(금) 12시40분 시화호 상류지역습지에서 ‘야생 최강의 포식자 삵 자연으로 돌아가다’ 행사를 열고 삵을 본격 방사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서울동물원 사육사를 비롯, 동물해설사 30여 명 등이 참석하고, 서울대공원 홍보대사이자 MBC ‘나는 가수다’ 출연가수 박희수 씨의 동물사랑 축하공연도 펼쳐진다.

이번에 방사 예정인 5마리는 암컷 3마리, 수컷 2마리로 모두 지난 2012년에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개체다. 현재 서울대공원에는 이들을 포함 총 16마리의 삵이 살고 있다.

5마리는 지난 ‘09년 전북에서 구조된 암컷의 2세(♀ ‘12. 5.6생) 1마리, ‘94년 경북 야생에서 구조된 개체의 3대손(♂ 12.4.26생) 1마리, 지난 ‘12년 서울동물원에서 태어난 3마리(♀ 2마리, ♂ 1마리)다.

서울대공원은 현장조사를 거쳐 쥐를 비롯해 조류, 물고기 등 삵의 먹잇감이 풍부한 시화호 갈대숲을 방사장소로 정하고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지난 11월 방사허가를 받았다.

경기도 시흥시, 안산시, 화성시에 둘러싸인 시화호는 ‘70년대부터 계획된 인공호수로, 총면적은 482.94㎢이다.

특히, 생태계 상위 포식자로서 조절자 역할을 하는 대형 고양잇과 동물이 없다보니 고라니, 멧돼지 등의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늘어 농가와 주민들의 피해가 늘어나는 실정이어서 이번 방사로 균형 있는 먹이사슬 구조에도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공원은 삵이 야생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작년 9월부터 살아있는 쥐, 비둘기, 미꾸라지 등을 주며 야생먹이사냥을 익히게 하는 등의 적응훈련과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또, 삵에게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방사 후에 삵의 활동 및 이동경로, 야생 적응력 등 생태조사를 향후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진행해 향후 삵과 다른 포유동물의 방사 및 야생적응에 관한 연구 기초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목걸이 형태의 위치추적기에 대한 삵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형태와 무게가 거의 같은 가짜 추적기를 이용해 적응기간을 거친 결과, 특별한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고 잘 적응했다고 동물원은 설명했다.

위치추적기는 작년 6월부터 서울대공원 반려동물센터에 고급사료를 무상공급하고 있는 ‘한국마스(대표 김광호)’에서 10대(1,800만원 상당)를 기증했다.

어경연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장은 “삵 방사를 위한 사냥기술습득 야생적응 훈련을 성공리에 마쳤다”며 “안산 시화호 생태담당자와 함께 시화호 방사 예정지를 현장답사해 방사 이후 삵의 이동거리와 이동형태, 그리고 선호하는 서식장소 등에 대한 야생적응 예측을 분석한 결과 시화호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서울대공원은 그동안 증식을 위한 별도의 번식장을 마련해 야생에서 구조된 삵을 사육 관리해왔다.

특히, 야생에서의 습성을 고려해 사람에 의한 간섭을 최소화하고 분만상자 내부구조를 나선형 통로 형태로 특별 제작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지난 ‘01년 6월 국내 첫 출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6마리의 2세 출산에 성공한 바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 서식해 온 고양이과 동물은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 삵 등 4종으로서 이 가운데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는 이미 그 개체수가 줄어 남한에서는 사실상 멸종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

삵은 이들이 사라진 먹이사슬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는 야생 최강의 포식자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보르네오, 인도, 수마트라, 대만, 필리핀, 중국 등지에 서식하고 있다.

삵은 배는 흰색에 가깝고 두 눈 사이에는 흰점이 뚜렷하며 몸의 길이는 53~65cm, 몸무게는 3~6kg이며, 꼬리는 24~27cm나 된다. 교미 시기는 2~3월이며 53~57일의 임신기간을 거쳐 한배에 2~4마리의 새끼를 품고 평균수명은 약 15년 정도이다.

주로 저녁에서 새벽까지 활동하는 야행성이나 간혹 낮에도 활동한다. 수영을 즐기며 나무 위도 잘 오른다. 달리는 속도는 시속 48km 정도다. 습지, 산림지대, 야산 등에 서식하며 설치류, 노루의 새끼, 멧돼지, 조류 등을 잡아 먹는다.

한편, 서울대공원은 ‘동행(動幸)동물원’을 모토로 야생동물의 종 보전 기능 강화 및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환경부와 함께 멸종위기 동물 반달가슴곰 종 복원을 위한 지리산 국립공원 방사를 추진, 현재 25마리 이상이 야생에 방사돼 적응하고 있으며, 반달가슴곰에 이어 작년 9월에는 소백산지역에 여우를 방사해 야생 복원을 시도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05년부터 도심생태계 복원 및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북방산개구리, 도롱뇽, 두꺼비 등 양서류와 원앙, 꿩 등 토종 동물 방사 사업을 추진해 왔다. 가장 최근인 작년 10월엔 우리의 텃새인 꿩 50마리를 상암동 월드컵공원 하늘공원에 날려 보낸 바 있다.

이밖에도 지금까지 시 소재의 생태연못과 소규모 생물 서식공간 등 약 57개소에 산개구리(103,150), 두꺼비(22,360), 도롱뇽(6,800), 청개구리(2,200), 참개구리(230), 옴개구리(110), 다람쥐(80), 고슴도치(2), 족제비(2), 원앙(40) 등 모두 11종 135,004마리의 양서류, 포유류, 조류 방사를 진행했다.

노정래 서울동물원장은 “서울동물원에서 증식된 삵 개체를 야생으로 보내는 시도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과거에 동물을 가둬 전시하고 보여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이젠 멸종되어가는 동물 개체를 보전하고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동행동물원’으로서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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