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서울시] 성북구 정릉‧길음 제9주택재개발 구역 내 성가수녀원으로 통하던 넓은 길은 새로 들어설 아파트 배치에 걸림돌이었다. 성가수녀원과 조합원들은 백번도 넘는 회의 끝에 수녀원은 넓은 진입로에 아파트를 배치하도록 양보하고, 대신 조합은 수녀원으로 가는 새 길을 만들어줬다.

뿐만 아니라, 수녀원에서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이용하던 조합원들은 아파트 부대복지시설로 계획된 보육시설을 수녀원이 운영할 수 있게 해줬다. 양보와 상호 신뢰가 만들어낸 결과다.

성동구 행당 제5주택재개발구역은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정보 공개 시스템인 서울시 클린업시스템 시범 등재 구역으로서 조합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지금은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계획 내용, 분담금 등 정보를 알 수 있지만 이런 정보가 잘 공개되지 않던 2009년, 당시 행당5구역 조합장은 구청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여 지금의 정보 공개 시스템이 작동될 수 있는 밑거름을 제공했다.

서울시는 이와 같이 투명한 조합 운영 사례, 시공사‧종교시설‧주민과 협상한 사례, 이주‧공사 과정에서 주민협의체의 활약 등 ‘사람’ 중심으로 이뤄낸 주거정비사업 과정을 담은 사례집 <사람 중심의 서울시 뉴타운‧재개발 이야기 - 주민에게 듣다>를 2일(목) 발간했다.

서울시는 좋은 사례뿐만 아니라 부분적으로 문제점을 함께 포함하는 다양한 사례가 담긴 이 책을 통해 재개발‧재건축을 앞둔 주민들이 더 좋은 주거환경과 공동체를 만드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관련법이나 제도가 지금과는 다른 상황에서 사업이 진행됐던 사례들이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개인적인 노력,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 주택정책실은 1월 초 자치구와 정비사업 조합에 사례집 총 1,500부를 배부해 관련 공무원과 조합원들에게 지난 경험들을 공유해 바람직한 주거정비사업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서치호 교수(대한건축학회 회장)는 추천사를 통해 “주거정비사업과 관련된 제도나 법에 관한 책들은 많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책은 많지 않다”며 “이 책이 관련 일에 종사하는 학자나 학생들에게 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주거정비사업은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운 복합적 사업이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기획하게 됐다”며 “이 책에 담긴 구역들은 모든 측면에서 모범사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부분이라도 공유할 가치가 있는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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