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국대사관

북한이 비밀 핵시설을 개발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금주에는 추가 핵시설을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북한이 다시금 국제적 우선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미일에서는 현재 북한의 위협이 얼마나 긴박한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에 양보를 하기보다는 북한을 억제하고 압박을 가하는 미국의 ‘전략적 인내’의 지속가능성이 도마에 올라 있다. ‘전략적 인내’는 북한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자 원조 공급원인 중국을 설득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달려 있으며, 미국의 설득 노력은 다음 달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할 때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강력한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규모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처음 보기에는 미국의 이 같은 접근이 잘못됐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작년 유엔 제재 이전에 대다수 핵 장비를 확보했으며, 지난 달 북한이 공개한 시설 외에 추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라늄 농축을 통해 핵연료와 무기급 핵물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

또 다른 미 당국자는 “북한이 또 다른 우라늄 농축 시설의 존재를 밝힌다 해도 미국은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우라늄 농축 활동을 세계에 알리는 데 그다지 신중하지 못했다. 그들의 속셈을 간파하는 우리의 능력을 가속화시키는 멍청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을 1년 전 처음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지만, 미 당국자들은 이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미 당국자들은 오히려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또 다른 비밀 시설에서 실험․조립한 후 이 시설로 가져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매우 단기간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구축해낸 국가와 대결하고 있다기보다는 수년 전부터 비밀리에 농축 프로그램을 개발한 국가를 대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그 이면에 있는 사실은 북한의 프로그램이 예상보다 더 방대하고 정교하다는 것과 미국의 정보가 일관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고 온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통제실이 “깜짝 놀랄 만큼 현대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커 박사는 북한은 시설이 현재 가동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 주장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농축 프로그램의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 핵 프로그램이 이란보다 더 진전됐음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북한은 6~8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했고 우라늄 농축에 있어서도 이란을 앞질렀다는 것이다. 한국 당국자들은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했지만, 15일 한국에서 발표된 보고서는 북한이 내년 3차 플루토늄 핵 실험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여전히 이란을 북한보다 훨씬 더 큰 국제사회의 위협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 하나는 북한의 자신의 행동을 바꾸는 대가로 정치․경제적 양보를 얻으려는, 이란보다는 제한적인 야심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이 같은 야심을 폭력단의 갈취행위에 비유한다.

실제로 개리 사모어 백악관 비확산조정관 등 일부 미 당국자들은 북한에 대한 그들의 가장 큰 우려는 이란과의 핵 거래 가능성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최근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 당국자들은 현재의 행동방침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북한은 과거보다 더 큰 위협이 됐을 수는 있지만, 미 정부가 근본적으로 계산을 바꿀 만큼 큰 위협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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