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서울시] 60~70년대에서 멈춰버린 듯 성곽마을 고유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장수마을’이 전면철거 없이, 한양도성 인근 근현대 주거지로서의 역사적 특성과 마을풍경은 보전하면서 낙후된 환경은 개선하는 정비 사업을 마쳤다.

재개발예정구역 해제된 지역에 서울시와 이 지역에서 몇 년간 활동해온 마을활동가들, 전문가들이 ‘주거환경관리사업’을 펼쳐온 결과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은 전면 철거 개발방식의 대안으로 도입된 저층 주거지 보전․정비 사업이다. 물리적인 환경개선 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 회복을 통한 사회․문화․경제적 재생도 함께 아우르는 종합적인 재생사업의 개념.

<'04년 지정된 재개발예정구역 주민 스스로 해제하고 주거환경관리사업 착수>

한양도성을 따라 형성된 ‘장수마을’은 역사․생활․문화 보전가치가 우수한 구릉지형 근현대 주거지다. 2004년 재개발예정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사업성이 낮아 개발도 개보수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이며 주민들은 열악하고 낙후된 주거환경에서 지내왔다.

이에 서울시는 2012년 3월 장수마을을 주거환경관리사업 대상지로 선정, 종합계획 수립에 착수하고 주민들과 워크숍, 청책투어, 설명회 등을 함께 열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 5월엔 주민 스스로 30%이상 동의 절차를 거쳐 재개발예정구역도 해제 절차를 밟았다.

<'정든 이웃과 오래 함께하는 장수마을' 주민, 전문가, 행정 통합재생방안 모색>

종합계획의 목표는 ‘정든 이웃과 오래오래 함께하는 장수마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건축 규제사항이나 주택개량 지원방안 등 세부 계획마련부터 실행까지 워크숍을 비롯한 주민합의 과정을 거치고, 활동가, 전문가, 행정이 사회․경제적 통합 재생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장수마을의 정비 사업이 타 지역과 가장 크게 구별되는 특징은 이미 마을활동가들이 공동체 활성화 기반을 다져놓은 지역이어서 주민참여도가 특히 높았다는 점이다. 

마을활동가들은 2008년부터 이 지역에서 마을기업과 마을학교 등을 만들고 텃밭을 일구는 등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대안을 모색해온 사람들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재개발 구역이 해제된 성북구 삼선동1가 300번지 일대(18,414㎡) ‘장수마을’에 대한 주거환경정비사업을 이와 같은 내용으로 완료했다고 5일(목) 밝혔다.

재건축 해제지역인 마포구 연남동, 뉴타운 존치지역인 길음동 소리마을에 이어 세 번째 주거환경관리사업 완료 지역이다. 이 외에도 서울시내엔 22개 구역에서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추진 중에 있다.

장수마을 주거환경관리사업의 주요 내용은 크게 공공사업 부문인 ▴주민공동이용시설 ▴기반시설 및 가로환경 개선 ▴기존 건축물 정비 지원, 민간 주축 부문인 ▴마을다움 지키기 ▴공동체 활성화로 이뤄진다.

 <마을박물관, 주민사랑방 등 주민공동이용시설 공공이 조성, 주민이 운영>

우선 주민공동이용 시설의 경우 마을박물관, 주민사랑방, 도성마당 등 다양한 주민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했다. 조성비용은 공공이 투자했고, 앞으로 운영은 주민 운영위원회가 맡는다.

마을박물관은 2층, 109㎡ 규모로서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해 한양도성과 함께해온 장수마을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공동체가 살아있는 주민 삶을 기록․전시한 공간이다. 주민들에게는 마을에 대한 자부심을, 시민과 관광객에게는 성곽마을의 보전가치를 되짚을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 외 주민사랑방과 도성마당 등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앵커시설은 기존 형성된 장수마을 공동체뿐만 아니라 인근 성곽마을로의 공동체 활동이 확산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도시가스공급관 시비로 설치, 석유와 연탄 벗어나 올해부터 따뜻한 겨울나기>

도시가스 공급, 하수관거 정비, 가로환경정비, 안전 및 방재환경 조성과 같은 기반 시설도 정비를 마쳤다.

특히 주민 숙원사업이었던 도시가스 공급관의 경우 서울시가 메인관로는 물론 도로에 깔리는 공급관까지 시비로 설치, 그동안 석유와 연탄으로 불편한 생활을 해오던 주민들이 올해부터 따뜻하고 편안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이 지역은 낮은 사업성과 초기공사비 부담으로 인해 도시가스회사와 주민들이 도시가스 공급관을 놓지 못하고 석유․연탄으로 겨울을 나 왔다.

이 밖에도 노후․불량 하수관거를 정비하고, 범죄예방을 위해 CCTV, 보안등을 설치했으며, 삼선교로 4길 등 마을 내 주요 골목길 가로환경도 보행에 안전하도록 재정비하는 등 기본적인 생활환경을 개선했다. 제설함, 소화전, 쓰레기 공동집하장 등도 설치해 주거환경의 쾌적성도 더했다.

<주택 개보수비용 최대 1천만 원 지원..공공성, 문화재구역 규제 주민보상 차원>

기존의 노후한 개별주택 계량을 위해선 공사비의 50%(최대 1천만 원)까지 직접 지원한다. 한옥마을을 제외하고는 최초의 주택 개보수 비용 지원이다.

서울시는 한양도성과 연계된 특화마을로서 공공성을 고려하고 문화재보호구역의 특성상 각종 규제가 뒤따르는데 따른 주민 보상 차원으로서 시범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 가구 선정은 장기거주, 주택 노후도 등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올해 시범사업 대상으로 8가구가 선정됐다. 시는 이를 보완해 매년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신규 건물 1~2층 층수 제한, 지붕재질․색채, 담장 등 한양도성과 어울리도록>

다만, 기존 건물은 이와 같이 지원하되 앞으로 새로 짓는 건물은 되도록 주거용도 위주여야 하고 1~2층으로 층수가 제한된다.

이 밖에도 지붕 재질, 색채, 담장 등 마을 가꾸기 세부 가이드라인을 수립, 한양도성과 어울리는 마을환경을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러한 물리적인 환경개선 뿐만 아니라, 주민협의회 및 마을운영위원회 등을 구성해 마을약속을 체결하고, 새롭게 조성된 주민공동이용시설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관리함에 따라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주민자립심이 형성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와 관련해 장수마을 주민협의회는 5(목) 장수마을 도성마당, 마을박물관 등에서 사업완료기념 마을축제와 마을박물관 개관식을 갖는다. 

마을축제에선 대림동 주거환경관리사업내 주민들의 ‘두만강예술단’, 성북구내 주민동아리 ‘바람소리’의 축하공연을 비롯해 장수마을 사진전, 마을학교 작품전시, 먹거리 마당 등 주민참여 행사가 다양하게 진행된다.

장수마을은 초기 마을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주민간 교류를 통해 공동체 기반을 다지고, 이후 시․구 행정 및 전문가가 함께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공동체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를 추진한 대표적 우수사례로 그 의의가 특히 크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주민이 중심이 되어 성곽마을로서의 지역특색을 보전하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장수마을은 한양도성 인접지역이나 다른 정비예정구역의 새로운 대안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주민중심의 지역특성화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적극 추진해 활력 있는 역사문화 도시 서울의 소중한 미래자산 형성에 지속적으로 기여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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