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안동]한국국학진흥원 한국문화유전자발굴팀은 1970년대부터 10년을 단위로 삼아 실시한 시대별, 세대별 설문조사에 바탕하여 2013년 11월 30일(토) 공덕동 한국사회복지회관 대강당에서 “한국인의 일상과 문화유전자”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한국인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그리고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대표적인 일상생활문화로 운동․헬스, 스마트기기․IT․미디어 사용, 등산, 음주가무, 영화관람, 학업과 자기개발, 여행, 콘서트 및 뮤지컬공연 관람, 통키타․장발․데모로 발현되는 저항문화, 다양한 형태의 모임, 생업․일 등을 꼽았다.

그리고 세대의 변화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이러한 일상생활의 바탕에 자리한 한국인의 대표적인 정서로 조화․어울림, 신명․흥, 정과 사랑, 열정․도전, 공동체 의식과 문화, 풍류․낭만․해학․풍자, 소통․열림․공유, 끈기, 한, 여유 등의 기질적 태도나 정신을 꼽았다.

일상문화는 세대별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역시 20대는 스마트 IT 미디어가 1위로 나왔고, 30대는 음주가무문화가 1위로 응답되었다. 40대와 50대는 운동 헬스 등산 등이 1위로 나왔다. 20대는 최근 한국의 IT 산업 발전을 가장 많이 향유하는 것으로 보이고 30대는 직업과 관련하여 음주가무가 뽑힌 것으로 보인다. 40대와 5-60대는 건강과 여유를 위해 운동과 헬스를 즐기고 등산을 좋아하여 영화관람이나 여행 등을 대표적인 일상문화로 들고 있다.

그러나 각 세대와 시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 연령층의 대표적인 일상문화에서 느껴지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로 조화와 어울림이 15.4%로 압도적인 응답률을 보였다. 2위로 응답된 것이 공동체 문화로 8.9%이니까 이것까지 합친다면 25% 가량으로 어울림/상생/조화가 대표적인 문화유전자라고 할 수 있다.

급변하는 한국사회를 반영하는 일상생활의 변화와 그 속에 내재된 문화유전자

문화유전자란?
문화유전자는 생물학적 유전자처럼 이전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완전하게 DNA가 복제된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 아니다. 문화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하게 변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중에도 일정하게 지속되는 시간적 연속성을 지니면서 다른 지역의 문화와 구별되는 공간적 차별성 그리고 특정 분야나 장르를 넘어 문화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회적 공통성을 지닌 요소를 가리킨다.

이번 포럼의 의의와 기조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는 “한국문화유전자포럼”에서는 2012년의 발굴 성과인 10대 문화유전자의 심화연구를 위해 문화유전자에 대한 공시적 통시적 연구를 기획하여 올해 4월 세대별, 시대별 문화유전자 발굴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의 철학, 종교, 역사, 민속학, 사회학, 문화콘텐츠학 등을 전공한 전문가 12명이 연구한 결과물을 대중을 위한 글로 풀어냈다.

먼저, 기조강연에서 박치완(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지난 50년간의 한국인의 문화유전자,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나”를 주제로 지난 50년간 빠르게 변화한 한국사회의 모습과 그 속에서 나타나는 한국문화유전자를 “일상문화의 표층을 가로지르는 단절과 연속의 과정”으로 진단하였고, 전호태(울산대) 교수는 한국인의 일상과 문화유전자와의 관계를 총론하면서 “일상은 한 시대, 한 사회의 문화를 기반으로 구성되고 꾸려지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음주가무라는 일상문화 역시 소통과 단합의 수단으로, 한국이 열린사회를 지향하는 성향을 보였음을 의미한다”라는 의미있는 결론을 이끌어내었다.

또한 각 세대별 연구를 총괄한 김문겸(부산대) 교수는 산업화∙도시화로 급변한 한국인의 일상생활과 가치관을 설명하고, 각 세대의 성장 배경과 주요 특징을 언급하며 세대별 문화유전자에 대한 각론으로 들어가기 전 전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한편 각 시대별 연구를 총괄한 조관연(부산대) 교수는 “해방 이후 한국의 청년문화를 살펴보는 것은 문화유전자와 역동적으로 급변하는 외부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지는 중층적이고 다양하고 역동적인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인식의 틀을 제공할 것”이라며 그 시대 일상문화의 대표성을 가지는 청년문화와 한국의 청년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20대/2000년대의 일상과 문화유전자
20대는 스마트 IT 미디어가 대표적인 일상문화였고, 어울림/조화, 신명/흥이 각각 대표적인 정서로 꼽혔다. 이러한 현상을 풀어내기 위해 우실하(항공대) 교수는 “정보사회 20대의 신명과 흥”이라는 주제로, “어릴 때부터 컴퓨터와 친숙하게 자라났고 스마트폰의 첫 수혜자가 된 20대가 때마침 불어온 한류 열풍을 만끽할 수 있었으며 가요∙K-pop∙한류 등을 일상생활로 즐기고 있는 20대들에게 한류 열풍은 ‘신명과 흥’을 대표적인 한국문화유전자로 느낄 수 있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임재해(안동대) 교수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디지털 문화의 시대 2000년대”라는 주제로, “실제 20대의 생활문화 선호도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음주가무, 영화관람 등으로 서로 달라도, 그것을 선택하고 누리는 정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속도와 즉흥성’, ‘소통과 공유’, ‘조화와 어울림’, ‘신명과 흥’ 등 공통적인 유전인자에 의한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30대/1990년대의 일상과 문화유전자
30대는 음주가무문화가 대표적인 일상문화였고, 어울림/조화가 17.3%, 공동체문화가 9.7%로 대표적 정서로 꼽혔다. 이에 따라 정준영(한림대) 교수는 “9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PC통신에서부터, 인터넷동호회, 그리고 최근의 SNS에 이르기까지 이들 30대는 새롭게 등장하는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를 통해 세대간 소통을 모색했고, 기존의 공동체와는 다른 형태의 공동체 문화를 모색했던 세대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은 단순히 소통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이슈나 이벤트를 계기 삼아 집단적인 어울림으로 커지기도 했다.”고 진단하였다.

김평수(마포문화재단) 본부장은 “아이돌-팬덤, 개인화-다원화, 공유-공감의 1990년대”라는 주제로 “1990년대의 문화는 1980년대 억압적인 정치상황과 잘못된 제도교육에 대한 저항의 산물”이며 “‘문화’라는 것과 개인의 ‘기호’를 체감한 시대”라고 설명한다.

40대/1980년대의 일상과 문화유전자
40대는 운동과 헬스, 등산, 영화관람이나 여행 등을 대표적인 일상문화로 꼽았고, 대표적인 정서로는 역시 어울림/조화가 1위였지만, 다른 세대에 비해서 열정/도전/진취성이 두드러진 결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김영순(인하대) 교수는 “도전하는 열정을 품은 40대”라는 주제로, “40대 아줌마ㆍ아저씨가 으레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외모적 편견을 깨고 스스로를 가꾸는 도전과 열정”이라는 관점에서 운동과 헬스, 등산 열풍이 불고 있는 40대의 일상생활과 그들의 ‘열정과 도전’을 조명한다.

신광철(한신대) 교수는 “자유와 해방을 외친 청년의 시대 1980년대”라는 주제로 발표한다. 신광철 교수는 “1980년대 청년문화는 ‘의·신의’의 기치를 통하여 1970년대의 청년문화의 이념을 계승하였으며, ‘공동체문화’의 구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1990년대 청년문화에 전수하였다. 그러한 시대적 전수의 양상은 ‘신명·흥’의 발산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1980년대의 이러한 청년문화의 계승과 전수는 ‘비판’과 ‘저항’의 정신을 이해할 주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진단한다.

5․60대/1970년대의 일상과 문화유전자
5․60대는 40대와 마찬가지로 운동과 헬스, 등산 등을 대표적인 일상문화로 꼽았는데 다른 세대와 달리 음식문화와 종교생활, 문화센타 등을 응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대표적인 정서로는 역시 어울림/조화를 필두로 여유, 정/사랑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김희재(부산대) 교수는 “새로운 인생을 배우는 5-60대”라는 주제로, “직장을 퇴직하고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며 경제∙시간적 여유가 동시에 생겨난 5∙60대가 새로운 문화소비 계층으로 등장하면서 일상을 즐기는 5․60대의 삶의 ‘여유’라는 이 세대의 정서를 풀어낸다. 김희재 교수는 “5~60대는 이전의 노년세대와 같이 TV시청이나 라디오청취라는 수동적인 옥내 여가활동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활동 등 자신이 보유한 기술과 지식을 나누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소일 위주의 ‘경로당’에서의 활동으로부터 개인의 취미생활과 학구열을 만족시키는 ‘문화센터’로의 참여를 넘어 재능기부 등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참여를 일상화하는 세대”라고 평가하였다.

이기웅(연세대) 교수는 “통키타와 장발, 문화예술의 시대 1970년대”라는 주제로 발표한다. 이기웅 교수는 1970년대를 “한국 역사상 최초로 20대의 청년세대가 기성세대와 구별되는 자신들만의 문화를 주장하고 나선 사건이 일어난 시대”라고 평가했다.

한국문화의 개성과 보편적 가치 모색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개최하는 한국문화유전자포럼은 한국문화유전자의 발굴을 위한 심층연구와 더불어 대중적 확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은 “문화유전자를 통해 한국 문화의 개성과 보편적 가치를 찾아내는 작업은 전통문화의 계승은 물론이요, 더 나아가 문화예술과 문화산업 분야의 새로운 창조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라며 한국문화유전자포럼이 “낡은 전통의 답습이 아니라 오랜 전통의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014년에도 지속적인 한국문화유전자 발굴과 확산 사업을 통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한국문화의 넓이와 깊이를 탐색하는 심층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매년 한국문화유전자포럼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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