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안동]지난 28일(목) 이른 아침(오전 9시 30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경상북도(도지사 김관용)와 김광림 의원(새누리당․안동시)이 공동으로 주최한 「한국정신문화와 인문학의 미래」정책토론회는 400여명이 넘는 참가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내년도 예산심의로 정신없는 국회에서, 그것도 광역자치단체와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난데없이 ‘인문학’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사연은 무엇일까?

토론회를 기획한 김광림 의원은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한국과 일본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의 본질은 ‘인간의 탐욕과 질주’라는 반성적 성찰 △중국의 ‘유교적 사회주의’ 천명과 ‘유교종주국 선언’ △ ‘문화융성’을 4대 국정기조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 △따뜻한 자본주의로 표상되는 ‘자본주의 5.0’ 시대에 대한 갈망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전통 인문학으로서의 유교․선비문화’를 조명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통해 ‘실천적 과제’를 발굴하고자 하는 데 토론회의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인간소외, 분열과 갈등, 정신적 가치의 상실, 빈부격차와 같은 사회문제 앞에서 인간중심 세계를 추구하는 인문학이 주목받고 있다”고 진단하고 “‘한국정신의 창(窓)’인 경상북도가 인문학의 본원임을 확인하고자 하는 데 토론회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미래학자 허먼 칸(Herman Kahn)의 “21세기에는 ‘서구적 자본주의’를 대신하여 ‘유교적 자본주의’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예언을 빌어 경상북도가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중심, 세계정신문화의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임을 은연중 비쳤다.

좀 더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날 토론회는 경북도가 국비 포함 5,100억이 넘는 예산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유교문화권 문화․생태관광기반구축사업’이 제대로 된 철학적 기반위에서 추진되고, 추진 후 운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얻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경북(안동)이 세계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처럼 세계적인 인문학 포럼의 발상지가 되려는 의도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3대문화권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유교문화권사업의 성공적인 건설과 운영은 물론이요, 경북(안동)이 ‘세계정신문화의 수도’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미 경북도와 안동시는 내년도에 ‘세계유교․선비문화포럼’을 추진하기 위해 예산을 세우고 국가적 지원을 모색 중이다. ‘세계유교․선비문화포럼’을 통해 ‘인문학의 중심, 세계정신문화의 수도’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세계유교문화포럼’을 출범시키기 위한 일종의 사전 포석인 셈이다.

이날 토론회에 김광억 서울대 명예교수, 이화여대 철학과 김혜숙 교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장 한경구 교수, 서울대 철학과 김기현 교수, 고려대 한문학과 김언종 교수․철학과 이승환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형조 교수, 안동대학교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장 이효걸 교수 등 국내 인문학계의 대표적 석학들을 한 자리에 모셔서 얘기를 듣고자 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좀처럼 정치인이 마련하는 자리에 토론자로 나서는 법이 없는 이들이 함께 자리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기조발제를 맡은 김혜숙․한경구 교수의 진단과 조언에서 알 수 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혜숙 교수는 “오늘날의 유교문화는 자유로운 개인과 평등한 인간들의 연대로 이루어진 사회라는 큰 형식을 무시하고 꽃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선비문화의 정신은 자기자신을 지키고(근신謹身) 타자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도덕적 감성을 키우며(헤아릴서恕), 공동체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가지는(효제孝悌)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선조들이 자신들의 삶 안에서 애써서 구축해 놓았던 질서를 모두 파괴하고 다시 신세계를 건축하는 일보다는 이 질서를 우리가 새롭게 받아들인 가치들로써 재조정하고 리모델링하여 사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일”이라고 권했다.

또한, “탈권위주의와 탈가부장제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유교재해석 작업이 필요하고, 유교선비문화 정신을 벽장 속에서 꺼내어 오래된 먼지를 털어내는 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최 측에 전하고 “벽장 속 유교가 아닌 현대사회와 교감하면서 미래를 열어가는 유교․선비문화”라는 측면에서 일을 추진하고 꾸밀 것을 요구했다.

「문화융성시대의 세계화 전략과 미래가치」라는 주제와 ‘유교선비문화의 현대적 의미와 발전 방향’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서울대 한경구 교수도 “유교․선비문화에 대해서는 긍정론과 부정론, 예찬과 비난이 동시에 있고, ‘천의 얼굴을 가진 문화현상’”이라고 진단하면서 “부정적인 역사적 유산과 현안을 해결하려는 자기 성찰과 비판이 있어야 하며, 문화현상으로서의 유교․선비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선결과제”라고 조언했다. 또한, “유교․선비문화의 현대적 활용을 위한 추진주체는 민간이어야 하며, 세계화와 미래의 가치가 되기 위해서는 보편적 호소력과 매력을 창출하기 위한 고민과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결국 이날 토론회는 ‘전통 인문학으로서의 유교․선비문화’를 어떻게 우리시대의 ‘미래가치’로 발전시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장이었으며, 경상북도와 안동시가 추진하고 있는 ‘유교선비문화 관광기반조성사업’과 ‘세계유교선비문화포럼’에 대한 실질적 조언과 모색의 장이었던 것이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얘기했다. “벽장 속 유물인 유교․선비문화의 먼지를 털어내어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라”고, “유교선비문화의 틀 속에 갇히지 말고 ‘인간학으로서의 전통 인문학으로 지평을 넓혀가면서 세계화를 모색하라”고!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현역 정치인들도 한결같이 ‘인문학, 유교․선비문화’에 대한 찬가를 불렀다.

격려사에 나선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은 “정치의 요체도 인간이며, 정치 현장이야말로 인문적 소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최경환 원내대표도 “선비문화는 공동체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기본바탕”이라고 말했다. ‘문화융성’이라는 국정과제를 추진하고 있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각각 “인문 중시 학풍이 우리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바탕”, “우리의 역사는 나눔과 공생이라는 성숙한 정신문화를 꽃피운 역사”라고 밝히며 ‘인문학과 유교선비문화’의 가치를 재삼 거론했다.

한 가지 더, ‘따뜻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유교선비문화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함이었을까, 이날 토론회는 여느 토론회에서와 달리 쭉 늘어선 화환 대신 ‘쌀 화환’을 받아, 노인들에게 주말 무료급식을 하는 안동시의 한 사회복지단체에 600kg이 넘는 쌀을 기부하는 전달식이 토론회 말미에 있었다.

(사족) 토론회 종료까지 400여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다소 따분하고 고루한 주제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토론에 임한 이유는 어쩌면 ‘유교선비문화로 먹고살 궁리’와 함께 ‘따뜻한 공동체’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날 토론회는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국학진흥원, 안동시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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