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거울

출가 전, 처음으로 스님을 뵈었을 때
평생 지닐 좌우명을 스님께 청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절 돈 3천 원을 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께 3천 배를 하라는 말씀입니다.

힘들게 절 3천 배를 마치니,
스님께서는 달랑 “속이지 마라.”라는
한 마디만 하셨습니다.

큰스님께서 주시는 좌우명이라면
굉장한 말씀일 줄 알고 기대했는데
기껏 “속이지 마라”라고 하시니
말 그대로 스님께 속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큰스님께서 주신 좌우명에 실망한 것은
어려서부터 귀따갑게 들었던,
흔한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백련암엘 다녀온 뒤, 하루는 문득
큰스님께서 하신
“속이지 마라”라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 지금까지 남을 속여가며 살진 않았지만
내가 나를 속이고 산 날은
너무도 많지 않은가!

 

“남을 속이지 마라”가 아닌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마라”
이런 뜻이라면
정말 내가 평생 지키지 못할
큰 좌우명이구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큰스님을 다시 찾아뵙고 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가 출가하게 된 것입니다.

흔히 무언가 힘든 일이 있을 때
쉽게 포기하는 것은
‘이 정도면 충분해’하며 스스로 만족하거나
‘내 주제에 해봐야..’하며
자신을 깔보는 마음 때문입니다.

성철큰스님이 주신
‘속이지마라’라는 말씀에 비춰보면
모두 ‘자기를 속이고 사는 것’입니다.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은,
제 마음을 붙잡아주신 큰스님의
지혜의 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누군가는
지혜의 눈을 밝히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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