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원인터뷰> 지리산고, 작지만 큰 학교
<파원인터뷰> 지리산고, 작지만 큰 학교
  • 손혜철
  • 승인 2013.09.26 0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기사를 번역합니다

지리산고 3년 서장원

 

[불교공뉴스-교육]‘작지만 큰 학교’ . 지리산고등학교를 설명하기에 더없이 알맞은 말입니다. 이 말은 언론에서 지리산고등학교가 다뤄질 때 가장 많이 쓰여지는 수식어이기도 합니다.

전교생이 고작 70명 가량에, 반은 학년마다 하나씩밖에 없고.교실이라고 해 봐야 세 개가 고작인 이 시골 학교의 재작년 신입생 경쟁률은 자그마치 8:1이었습니다.
이런 보잘것없는 시골 학교에, 아이들은 왜 이렇게 오고 싶어 하는 것일까요?

지리산고등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가난 때문에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박해성 교장 선생님의 취지하에 전국 최초로 무상 교육을 실시한 고등학교라는 것입니다. 10년 전 지리산고등학교가 설립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지리산고등학교의 모든 학생들은 식비. 기숙사비. 교복비 등의 비용을 일체 지불하지 않고 학교에서 의식주와 교육의 혜택까지 제공받고 있습니다. 현재 지리산고등학교에는 한 부모 가정. 기초수급자 가정 아이들을 포함한 총 00명이 이러한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학교 재정은 개인 후원자들의 후원금을 통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이 널리 알려지다 보니 외부에서 다양한 지원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개그맨 김제동씨나 안철수 국회의원을 비롯, 다양한 외부 강사들이 재능 기부 형식으로 특강을 하시러 와 주시기에 그만큼 학생들의 배움의 폭 또한 넓어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지리산고등학교의 사정을 알게 되신 외부 강사님들이 지리산고등학교를 도와 주시면서 지리산고등학교의 시간표에는 시조. 대금. 단소. 다도. 민요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추가되어 학생들은 스스로의 교양을 높일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인성 교육 또한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지리산고등학교의 모든 학생들은 낮선 얼굴의 어르신을 보아도 항상 극존칭으로 말을 걸고, 고개 숙여 인사합니다. 아침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히 게십시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여섯 마디의 인사를 연습하며 아이들은 윗사람을 존경하고 친구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웁니다. 학교에 손님이 들르실 때는 물론, 지나가던 동네 어르신과 눈이 마주쳐도 무조건 허리 숙여 인사하니 지리산고등학교가 있는 동네의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학교 학생들이 정말 착하다고 평판이 자자합니다.

어르신들 사이에서 좋은 평판이 퍼지게 된 데에는 지리산고등학교 특유의 봉사 프로그램 또한 한 몫을 했습니다. 지리산고등학교는 목요일 7,8교시. 매주 두 시간의 봉사 시간이 정규 시간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매주 이 시간이 되면 전교생과 선생님들 모두 각자 배정된 봉사구역으로 가서 도와드려야 할 분들을 도와드리게 됩니다.

봉사가 필요한 분들 또한 다양합니다. 70마리 이상의 길고양이와 함께 살고 계시는 ‘고양이 할머니’ , 당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시고 아이들도 잘 기억하지 못하시는 ‘커피 할머니’ , 뇌수술을 하신 노스님이 계시는 ‘보현사’ 등등... 학생들은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만나며 나눈다는 것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직접 체험하고, 그 기쁨을 조금씩 실감해 갑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을 쪼개 가며 자발적으로 봉사를 나가기도 합니다. 학교 주변에 계신 독거 노인들께 학교에서 만든 밥과 반찬을 전달해 드리고 말동무를 해 드리는 ‘점심 봉사’ 프로그램입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 겨우 남는 30분 정도의 개인 시간이지만 아이들은 이마저도 봉사를 위해 쓰는 것에 전혀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점심봉사를 가느라고 수업 종이 칠 때 허겁지겁 뛰어 들어오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언제나 땀방울을 머금은 함박웃음 한 송이가 걸려 있기 마련입니다.

사람은 항상 화두를 하나씩 짊어지고 살아갑니다. 그 중에서도 십대들의 화두는, 단연 ‘꿈’이지요.
지리산고등학교는 그런 고민을 하는 십대들에게 조금 색다른 제시를 하는 학교입니다. 공부만 잘 한다고 좋은 대학교를 가고 인생에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큰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소양이 필요하다는 것을. 또, 가난하기 때문에 꿈을 이루기 힘든 것이 아니라, 오직 가난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박해성 교장선생님은 교화인 매화에 대해서 언급하시길 좋아하시는데, 한번은 말씀하시길: ‘겨울 서리의 매서운 칼날을 견뎌낸 매화가 가장 예쁜 꽃을 피워낸다’ 고 하셨습니다.
서리를 견뎌내야만 예쁜 꽃을 피워 내는 것이 비담 매화뿐일까요, 사람 또한 마찬가지일 겁니다. 시련을 겪고 아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만이 누군가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요.

지리산고등학교에서는 서리를 견뎌낸 꽃봉우리들이 오늘도 옹기종기 자라나고 있습니다. 언젠가 꽃을 피울 날만 기다리며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고 열심히 스스로를 갈고닦는 중입니다. 이 꽃들이 언젠가는 교장 선생님의 바람대로 대한민국을 환하게 비춰내는 빛이 되겠지요, 지리산고등학교를 한 번이라도 보신 분이시라면 그 사실을 의심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