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에 온 천지를 불태워버리는 공부

다시 동안거 결제를 맞이하였습니다. 석 달의 기간이 차면 결제가 끝나는 해제일이 오겠지만 그 공덕은 시작과 끝이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반드시 만리 전체가 하나의 쇳덩어리인 듯이 여기면, 오로지 본래부터 참구하며 죽음을 무릅쓰고 대결해야할 화두만 있을 뿐입니다. 깨달을 수 있는 것인지 깨닫지 못할 것인지조차도 따지지 말아야 할 것이니 하물며 다른 것을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참선공부는 한 땀 한 땀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순간에 온 천지를 불태워버리는 공부법입니다.

결제라고 하여 고요한 경계에만 스스로를 묶어두려고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활발발한 선기(禪機)를 드러내지 못한다면 썩은 물에 잠겨있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썩은 물에 잠겨서 썩은 물 인줄도 모르고 편안하게 안주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제대로 간화선을 공부하려는 납자가 아닙니다. 공부를 함에 시끄러운 것을 피하여 고요한 곳으로 가서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서 귀신의 굴 속의 살림살이를 지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며 혹여 이것을 공부라고 여겨서도 절대로 안 될 것입니다. 옛 선사들은 이것을 흑산 밑에 앉아서 썩은 물에 잠겨있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무슨 공부를 제대로 이룰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것만 못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한걸음 나아가도 죽을 것이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나도 죽을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아가지도 않고 물러서지도 않는다면 이것 역시 썩은 물에 잠겨 죽는 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진퇴양난의 이런 곤경에 처한 몸을 벗어나게 하는 길을 삼동 결제동안 반드시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대해번신(大海番身)한다면
불방탈쇄(不妨脫洒)하리라
바다에서 몸을 완전히 뒤집는다면
틀림없이 속박의 때를 벗어나리라.

불기 2554(2010)년 동안거 결제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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