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나를 찾아 떠나는 행복한 구도행인

참 나를 찾아 떠나는 행복한 구도행인 ‘제주섬 꼬라 순례’가 1년 6개월만인 지난 14일 회향했다.

순례자들은 지난해 4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매월 ‘내 안의 고향, 나는 어디서 왔는가?’를 화두 삼아 첫발을 내딛은 이래 한라산을 탑으로 삼고 제주 해안 주변 사찰을 중심으로 20번째 순례를 마지막으로 조천읍 조천리 고관사(주지 제량 스님․꼬라 순례 단장)에서 ‘1차 제주섬 꼬라 순례길’ 회향법회를 봉행했다.

1년 6개월 동안 순례자들은 불탑사 5층석탑, 동자복․서자복, 수정사지 등 제주지역 불교문화재와 4․3 역사현장을 찾아 문화재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고 4․3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봉행하는 등 ‘제주섬 꼬라’는 제주역사 바로알기에도 기여했다.

순례가 이어지면서 수행자들의 수행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묵언․108염주 돌리기 등 다양한 수행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순례자들의 안전을 위한 여행자 보험 가입․구급차 운행 등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특히 올 1월에는 순례자들과 순례 사찰 스님들을 초청한 가운데 ‘제주섬 꼬라 순례자 정진 대회’를 열고 초대회장에 김광환씨를 추대하는 등 순례자 임원진도 구성됐다.

이날 마지막 순례길은 함덕리 덕림사에서 출발해 해안도로를 따라 조천만세동산에서 선국선열추모탑에서 선열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유배되어온 사람들의 제주도 관문인 조천 연북정에서 제주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고관사로 향했다.

고관사에서 열린 회향법회에는 원종 스님(조계종 제23교구 본사 관음사 주지)을 비롯해 도내 대덕 스님과 김우남 국회의원, 윤두호 교육위원, 꼬라 순례자, 고관사 신도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관사가 스리랑카 ‘무티앙가나’ 사찰에서 기증받은 진신사리를 봉안하는 3층석탑 점안 의식에 이어 꼬라 순례 완주 회향법회가 봉행됐다.

 

원종 스님은 법문에서 “여러분들은 꼬라 순례를 하며 부처님의 가피를 저마다 받았을 것”이라며 “뜻 깊은 회향은 여기서 끝이 아닌 더욱 열심히 정진해 나를 찾고 제주 사회를 정토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회향이 될 것”이라고 쉼 없는 정진을 당부했다.

제량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한라산을 가슴에 품고 바람 따라, 길 따라 350km를 걷는 20차례의 꼬라 순례길은 부처님과 함께한 아름답고 행복한 여정이었다.”며“부처님을 향한 우리들의 신심과 화합을 확인하고 우리 자신, 이웃, 제주섬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꼬라 순례를 완주한 정낙원씨는 “순례자들이 1년 6개월동안 무사하게 순례를 마칠 수 있어서 부처님께 감사하다”며 “1차 순례길은 그야 말로 나 자신과 이야기하는 시간이자 나를 되돌아 본 시간으로 이 아름다운 순례길에 더 많은 불자님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특히 순례기간 동안 1만원의 참가비는 순례자들의 기도의 마음으로 모아져 백혈병소아암협회 제주지부 동호회에 300만원을 전달, 병마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이 조속히 쾌유해 건강을 되찾기를 부처님 전에 기원했다.

다음 달에도 꼬라 순례 길은 지속된다. 다음 달 꼬라길은 셋째 주 일요일 고관사에서 제주시 봉개동 안국사, 영평동 죽림정사, 아라동 관음사까지 순례할 예정이다.

한편 순례자들은 20번의 꼬라 순례길 완주자인 김규숙, 정낙원, 김승범, 고수진, 김원자, 신윤화(어린이)씨에게 완주 패를 전달했다.

꼬라란?
꼬라는 티베트말로 성스러운 산이나 탑을 시계바늘 방향으로 도는 산돌이나 탑돌이를 말한다.
인도에서 발생한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행하는 성스러운 의식으로 영혼을 정화시키고 자신이 알게 모르게 행한 행위를 맑히는 방법의 하나이다.

한 번의 꼬라는 현재의 삶에서 행한 모든 아름답지 않고 이롭지 않은 행위들을 정화시켜 준다.
세 번의 꼬라는 지나간 삶, 즉 전생에서 행한 추하고 조화롭지 않은 모든 행위들을 정화시켜 준다.

108번의 꼬라는 이생에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해탈하여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가 된다.
꼬라는 참 나를 찾아 떠나는 거룩하고 숭고한 두 발로 묵묵히 걷는 일이다.
그러므로 꼬라는 지구별 여행자는 누구나 반드시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순례는?
순례는 성스러운 장소를 향해 걷는 여정이다.
순례는 신성한 곳으로의 통로다.
순례는 학식과 부유함과 빈곤함과 지위와 같은 무거움을 벗고 소중한 곳을 향해 걷는 일이다.

순례자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곳을 향해 자신과의 약속을 바라보며 걷는 일이다.
순례자는 자신이 내딛는 발걸음에서 의미를 찾는다.

순례는 내면의 빛을 따라 물리적 장소로부터 멀어지며 초월성과 닿아 있는 형이상학적 장소를 향하여 떠나는 일이다.

순례는 잃어버린 자아와 만나는 일이다.
순례는 삶의 참된 가치와 의미를 두발로 실천하는 아름답고 행복한 수행이다.
진실 된 가슴과 마음으로 세상을 환하게 바꾸는 참된 수행이다.

왜 걸어야 하는가?
걷는 일은 모두가 지닌 평등한 능력이다.
오감을 총 동원하여 걷기를 즐기며 걸으면 뇌와 육체의 건강을 균형있고 조화롭게 유지시켜 준다.

그저 무심히 걸어도 다리 근육에서 방대한 정보가 뇌에 도달하여 뇌를 활성화시켜 준다.
걷는 동안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고 의욕을 북돋운다.
걸으면 체중이 감량되고 허리 통증이 완화된다.

걷는 동안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의 내면과 만날 수 있다.
걷기는 오랜 세월동안 걸음걸음마다 인간과 땅이 함께 했던 흩어진 흔적들을 다시 엮이도록 한다.

우리는 걷기를 통해 다시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
걷기는 동요(動搖)와 정체(停滯)의 시간에서 벗어나 평정과 기력의 회복으로 이어주는 오솔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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