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옷 하나 사드려야겠네요. 옷이 터졌네요

10년 넘게 입은 검은 티셔츠 옷에 흰 줄이 보였다. 흰 줄은 옷이 헤어져서 속옷이 보인 것이었다. 오래 입은 옷이라서 그러려니 하고 생각해 보니 지금껏 사제로 살면서 터진 곳 헤어진 곳도 헤어진 옷처럼 보이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얼마 전에 우정의 도반인 혜철 스님과 함께 채비를 하고 소풍을 갔다 왔다.
스님과 나는 교도소에서 맺은 인연으로 스님이 힘이 들 때 내가 힘이 들 때 서로 서로 도와주며 함께 구도와 성직의 길을 가고 있다.

얼마 전 스님께서 모친상을 당하셔서 위로와 쉼의 시간이 필요할 듯해서 소풍을 가자했다.
서해로 바닷바람 쐬러 가는 길에 스님께 말씀을 던졌다.

"스님 옷 한 벌로 사시니까 다른 옷에 대해서는 마음을 쓰지 않아서 분심 잡념이 없겠습니다."

"신부님 옷 하나 사드려야겠네요. 옷이 터졌네요."

"그렇지 않아도 아침에 옷을 입는데 헤어진 곳이 보여서 문득 사제로 14년 살면서 사제 인생에 헤어진 곳, 터진 곳이 적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해 보았어요. 부족한 것, 모자란 것들이 많았던 사제생활이었습니다"

"신부님 터진 옷과 사제의 삶을 연결하시는 내공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닌듯합니다"
"경을 외우고 설법을 하며 살아왔지만 제 삶을 돌아보면 저도 상처와 회환이 많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심眞心으로 전심全心으로 사는 것인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무명無明의 삶이지요."

"그리스도교나 불교나 교리는 달라도 뜻은 다 매한가지 아닌가요? 신부님?"
"그렇지요. 스님! 착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 매 한가지지요. 착하지 않으면 산 것이 아닐 테고 말입니다"

"호랑이는 산을 의지하고 살아야 하고, 악어는 늪을 의지하고 살아야 하는데 나는 부처님 가르침에 의지하고 사는지 계속 물어가며 삽니다"

"스님! 어쩌면 종교 속에서 신앙을 잃을 수 있고 태양 아래서 광명을 잃을 수도 있지요"
삼학 三學(불도에 들어가는 세 가지 중요 교리 계율, 선정, 지혜를 말한다)에 정진한 삶이 삼독三毒(貪.嗔.痴 사람들을 얽어매고 어리석게 하는 三毒心)될 수도 있는 우를 범할 수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스님!"

"흐린 호심에 빛난 별이 잠길 수 없고, 병든 뿌리에 고운 꽃이 될 수 없듯이 꼬인 활줄이 우렁찰 수 없으니 나는 화살이 어찌 바르겠습니까? 끊임없이 수행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신부님! 그지요"
"스님의 바른 행각이 무명 천지를 밝혀 비추는 듯합니다."

바닷길 옆 사이로 스님과 산보하는 길에 꽃 한 송이가 보였다.

"스님! 저 꽃과 스님이 닮았습니다."
"무엇이 닮았습니까?" 신부님!

"아름다움이 닮았습니다. 아름다움이란 그 존재만으로도 하나의 커다란 베풂입니다. 스님의 바른 모습이 보살행菩薩行입니다"

"꽃은 우리를 위해 피지 않았고, 또 꽃에게는 그 자신의 생리. 그 자신의 꿈이 따로 있을 것이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 꽃에 감사해야 합니다. 그것이 아름다움으로 피어있는 것만으로도 그래서 이 꽃과 스님 닮았다는 것입니다"
"과찬이십니다." 신부님.

"신부님! 직심直心이 곧 도장道場이라는 말씀이 유마경에 있습니다." 솔직한 마음이 도 닦는 자리라는 말입니다. 솔직한 마음 주심에 감사드리니 제가 오늘 도를 닦습니다.
오히려 제가"도를 접하니 마음이 솔직해 집니다. 스님"
스님과 함께 한 하루였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마음을 청소하는 것 같아 새롭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듯이 내 마음도 날마다 깨끗하게 씻어 진실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보면 좋을 거 같다.

집을 나설 때 머리를 빗고 옷매무새를 살피듯이 사람들 앞에 설 때마다 생각을 다듬고 마음을 추슬러 단정한 마음가짐이면 좋겠다.

날이 어두워지면 불을 켜듯이 내 마음의 방에 어둠이 찾아들면 얼른 불을 밝히고 가까운 곳의 희망부터 하나하나 찾아내면 좋겠다.

착하지 않으면 산 것이 아닌데 나는 얼마나 착하게 살고 있는지 스님과 소풍을 함께 다녀오면서 터진 옷을 꿰매어 입고 착한 마음으로 새해 옷을 갈아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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