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많이, 좀 더 색다르게, 좀 더 빠르게」

현대는 물질 풍요의 시대이다. 없어서 못먹고 못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좀 더 많이, 좀 더 색다르게, 좀 더 빠르게」라는 용어들이 생활화되면서 항상 우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한 번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조금만 고장이 나면 버리고 새것을 산다.

그것이 수선하는 것보다 더 경제적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단지 내의 쌓아둔 쓰레기 더미 속에는 새것 같은 헌것들이 적지 않다. 쓸만한 것을 버리는 사람 중에는 재활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녹차를 마시고 나면 우려낸 차찌꺼기가 남는다. 차잎을 차주전자에 넣으면 응축되었던 잎이 물의 온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그것은 인위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만물의 모습이다. 이 차의 찌꺼기에 들기름을 적당히 쳐서 무치면 별미의 담백한 나물이 된다. 담담하면서도 쌉쌀한 뒷맛이 어떤 나물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이한 맛이다. 선식이 이런 것일까.

차를 마시고 난 뒤 우려낸 차잎은 여러 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

첫째, 좋은 탈취제가 된다. 차잎은 냄새를 흡수하고 악취를 제거한다. 여름에 곰팡이 나는 옷장, 신발장 등에 말린 찌꺼기 차잎을 망에 넣어 걸어두면 벌레나 해충이 덤비지 않는다.

둘째, 생선의 비린내를 없앤다. 생선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생강, 파, 마늘 등을 사용하는 것이 우리의 음식 조리 요령이다. 그러나 그 비린내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는다. 이 때 우려마신 차잎을 조금 넣어 생선과 함께 조리거나 끓이면 비린내를 느낄 수 없게 된다.

셋째, 세제가 된다. 우려낸 차잎을 재탕하거나 뜨거운 물에 다시 우려내어 식기를 씻으면 기름기나 냄새를 없앤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화학 세제를 대신할 수 있는 자연요법이다.

넷째, 베개를 만들어 사용하면 머리가 개운하다. 요즘 같은 더위에는 잘 자는 것이 보약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해 메밀껍질, 좁쌀 등을 베갯속으로 사용했다. 우려 마신 차잎을 그늘에 말렸다가 적당히 모아 베갯속으로 활용하면 숙면에 도움을 주고 머리를 맑게 해 준다.

이 밖에도 우려낸 차잎은 퇴비, 천연염료, 목욕물로 다시 우려 사용하면 피부에도 좋다.
차를 우려낸 잎을 찌꺼기라고 말하기엔 불경스러울 정도로 그 사용도가 다양하고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 「다시 재(再)」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 허허박토에서 자라 우리의 입을 감미롭게 하고 오염된 마음을 씻어내면서 찌꺼기까지 버리기를 바라지 않는 차의 끝마무리는 새로운 것에만 집착하는 현대의 우리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사)한국차문화협회 충북지부장/(사)충북전통문화협회 이사장 박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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