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는 바람 같은 유행의 음료가 아니다

현대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은 감각적인 것을 좋아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화려한 색상, 쏘는 듯한 음료, 자극적인 음악은 대부분의 기성 세대에게는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어떤 학생이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밤새워 읽고 감동을 받았다고 하면 따돌림당하기가 십상이다. 그것은 그들이 바라는 찰나적 자극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전을 읽기보다는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것이 오히려 실용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재미가 있어야 하고 특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것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이와 같은 욕망을 제어해야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그것을 이성적 사고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능과 이성과의 싸움은 창세 이래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다. 우리가 본능만의 세상을 받아들일 수 없듯이 억제된 이성만의 세계도 무의미할 것이다. 그러므로 본능과 이성, 이 양자가 적절히 조화된 삶만이 아름다운 것이다.

젊은이들은 왜 녹차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할까. 해답은 간단하다. 녹차는 커피와 같은 강렬한 향과 감각적인 달콤한 맛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녹차가 영혼의 음료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떫고 쓴 녹차의 신비함을 아무리 강조해도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 그들은 바람을 좋아한다.

녹차는 바람 같은 유행의 음료가 아니다. 그러므로 향이 은은하고 감칠맛 난다는 나의 개인적 느낌으로는 그들을 다인(茶人)으로 끌어들일 수가 없다. 그래서 맛과 향이 아닌 실용적 측면에서 차의 효능을 몇 가지 제시하여 녹차 마시기를 권하고 싶다.

첫째, 녹차는 사람의 정신을 맑게 한다. 찻잎에는 커피의 카페인과는 다른 자연산 카페인이 들어 있어 이를 우려 마시면 머리를 개운하게 하고 마음을 맑게 한다.

둘째, 녹차는 각종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차 속의 카테킨 성분이 항암작용을 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중국의 복건성, 대만의 남투현, 일본의 정강현 등의 유명 차산지에 사는 주민들의 발암률이 다른 지방 사람들 보다 현저히 적은 것이 그 한 예다.

셋째, 녹차는 충치를 예방한다. 찻잎 속에는 다량의 불소가 들어 있어 치아를 튼튼히 하고 충치를 막는 역할을 한다. 차를 즐겨 마시는 국가의 충치 발병률은 차를 마시지 않는 나라에 비해 훨씬 적다는 통계도 있다.

넷째, 녹차는 살균작용을 한다. 여름철에 찬 음식을 먹거나 날 것을 먹고 배탈이 났을 때 차를 마시면 탁월한 효험이 있다. 일식집에서 생선회를 먹을 때 차를 내놓는 것은 멋이 아니라 회의 살균을 위해서다.

다섯째, 차는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 흔히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은 기름진 육류, 특히 돼지고기를 좋아한다. 서양사람들도 육류를 즐기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성인병 발병률이 서양사람보다 낮은 까닭은 차를 마시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음식, 특히 고지방 육류를 먹을 때는 반드시 진한 차를 마신다. 그들이 즐겨 마시는 우롱차(烏龍茶)는 지방을 분해하여 비만을 방지하는 감비차(減肥茶)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차는 심장을 튼튼히 하고 무좀을 없애는 등 그 약리적 효능을 셀 수 없을 정도다.
차의 맛이 약간은 떫으며 그 절차가 번거롭고 입맛에 익숙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차를 멀리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음료이다. 차를 아끼는 사람들은 「차는 인류 최고의 발견」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사귀면 사귈수록 신뢰를 느끼는 친구처럼 차는 마시면 마실수록 정이 들고 은근한 감칠맛을 느끼게 한다. 온갖 격식에 구애받지 말고 식탁이나 응접실 탁자 위에 차와 다기(茶器)를 준비해 보자. 그리고 푸르고 건강한 날들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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