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비싼 시계라도 바늘이 가리키는 한 시간은 똑같으며,
아무리 돈 많고 훌륭한 사람에게도 한 시간은 60분이다.
 
이는 ‘평등’을 잘 표현한 문구이지만,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하다. 설상가상, 엎친데 덮친 격...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이들은 재난의 맨 앞에 깊숙이 내몰려서,
더울 땐 더 덥고, 추울 땐 더 추우며,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도 이들에겐 더 치명적이다.
 
1995년 미국 시카고 폭염으로 숨진 739명 대부분이 빈민가에서 살고 있던 저소득층 아프리카계 흑인들과 노약자들이었고,
 
지난해 파키스탄 홍수로 1,700명이 사망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시골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었으며, 사망자의 1/3이 어린이였다.
 
이렇게 기후재난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지만, 인과관계를 따져보면 참으로 불공정하다. 지금의 극한 기후현상은 주로 부유층에서 과도하게 배출한 온실가스가 원인이지만, 그 처참한 피해는 주로 저소득층이 입을 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어도 복구할 재원과 여력이 없어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원인 따로, 피해 따로” 따로 국밥이다.
 
2020년 옥스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누적 탄소배출량의 52%를 전 세계 부유층 상위 10%가 배출하였고, 25년동안 전 세계 탄소 예산의 31%를 사용했다고 한다.
 
불공정한 게임은 학력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가방끈이 짧으면, 재난의 아픔은 길게 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연재난에서 심각한 피해를 겪은 사람의 비율은 중졸 이하(71.3%)가 대졸 이상(47.2%)보다 높았다.
 
우리나라의 저소득층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재난 취약계층이다. 모든 것이 낯설은 상황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문자 조차 대부분 한국어로만 되어 있어, 상황판단이나 대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경기도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재난 회복 과정에서 한국인에 비해 외국인이 차별적 처우(72.4%)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출신 국가를 분석하여 재난 문자를 영어, 중국어 등으로 다양화하는 등 우리가 선진국답게 재난 발생 시부터 재난 회복 과정까지 촘촘하게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에 따라, 일자리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며,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사전에 진단하고, 이에 대비하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 공정하고 정의로운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되도록 우리 모두 지혜로운 집단지성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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